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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플라스틱 참새 클럽

노트폴리오 매거진| 2022.01.20

‘가족이 셋인데 쓰레기 양이 이게 말이 되니’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던 아빠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생활공간이 분리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스스로 재활용 및 생활 쓰레기를 정리하다보면, ‘혼자 사용하는데 쓰레기가 이만큼 나오는 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전에는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끼리, 비닐은 비닐끼리, 종이는 종이끼리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화장실도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야 깨끗해지는 법인데, 그저 깨끗하게만 사용하면 깨끗해지는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갈 곳이 없다’는, ‘해수면 상승이 높아졌다’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아 시니컬하게 ‘그렇구나’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 출처: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

하지만, 유독 올해 들어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 19 바이러스나 유난히 길어진 장마기간에 내가 버린 쓰레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미디어에서는 감염병 재확산을 막기 위해 ‘외식 대신 포장음식을’ ‘KF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외식대신 배달음식과 포장음식을 택한 사람들은 그전보다 더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고(=비대면 장보기도 마찬가지다), 비말차단의 기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 역시 같은 사정이다. 심지어 일회용 마스크 끈은 새의 다리에 걸려 상처를 입히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폐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업 사이클링 제품, 출처:<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

‘2030년은 2020년인 지금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나마 이전보다 꽤 심각함을 인지한 것 같다. 가까운 지인을 손쉽게 만날 수 없고, 마스크가 일상의 기본이 된 지금을 그리워 할 수 있다니. 2020년인 지금 역시 불과 1년 전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일생 중 최악일 수 있는 ‘지금’을 그리워할 수 있다니 끔찍하다. 물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지금의 세태를 보고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 환경 연합’에서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시의적절한 담론을 트렌드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마치 곡식을 갈아 음식을 만드는 방앗간처럼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업 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참새 클럽’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두 달에 한번씩 ‘참새 클럽’에 가입한 시민들이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내면 이를 이용해 업 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물론, 아직 런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까지 제작된 제품은 ‘치약 짜개’가 전부다. 병뚜껑과 여러 가지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만든 만큼, 크기와 색상도 가지각색이기에 제품 속 마블링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이 업사이클링 되는 과정, 출처:

‘현재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1.5억 톤, 매년 바다에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 톤, 플라스틱이 썩는데 걸리는 시간 500년.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은 보통 선별장에서 PET, PE, PP등 세부 재질과 종류에 따라 나누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재활용이 이루어지게 돼요. 그런데 너무 작은 플라스틱은 이 선별 공장에서 분릭되기가 어려워 재활용이 될 수 없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은 곡물을 가공해서 식재료로 만드는 방앗간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해요.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감소하고,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 수 있죠. 그렇담, 당신이 할 일은? 집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내주는 일뿐! 출처: <플라스틱 방앗간>



참새 클럽, 출처: <플리스틱 방앗간> 공식 인스타그램

이러한 활동이 유의미한 이유는 '환경보호를 한다'는 거시적인 목표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참새 클럽’을 통해 쉽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두 달 동안 참새클럽에 보낼 수 있는 플라스틱을 수집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활동에 참여하는 의의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이 보낸 플라스틱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주최하고 시민을 모으는 <참새클럽>의 홍보방식도 흥미롭다. 마치 그들이 모으는 각양각색의 플라스틱처럼 상큼한 컬러의 디자인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순히 ‘플라스틱을 모으자!’는 캐치프레이즈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디자인 역시 주목 할만 하다.

업사이클링 튜브짜개, 출처: <플라스틱 방앗간> 블로그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개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정책도 필요한 시기가 됐다. 앞으로 또 어떠한 방식의 <참새클럽>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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