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이번 생에 쇼호스트는 처음이라.

김승화| 2022.11.23

이름 : 민순자(가명)
나이 : 1956년생 (66세)

릴리의 첫 라이브 커머스를 이끈 쇼호스트는 바로 민순자 어머니였다. 한 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를 66세 쇼호스트 분과 함께할 줄 꿈에도 몰랐다.
이것은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66세, 쇼호스트 민순자 어머니

어머니는 젊은 시절 관광가이드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셨다. 허나 다른 이들처럼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관련 분야의 일을 하지 않으시고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시다 릴리 공방에서 제조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셨는데, 현재 공방 매니저님이 가장 신뢰하는 에이스이기도 하시다.

다행히 우리의 첫 번째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한 담당 엠디님은 진심으로 우리 브랜드와 향을 좋아해 주셨다. 또 릴리의 사회적 가치를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는데, 라이브 커머스에 일반 쇼호스트가 나와 제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어머니들이 출연해 함께 촬영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을 남긴 후 바로 민순자 어머니에게 여쭈었고 어머니는 흔쾌히 예스라고 답해주셨다.





사전 미팅부터 방송까지 총 두 번의 현장에서 민순자 어머니와 함께 했다. 젊은 시절 수도 없이 여행객들에게 관광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을 이끌며 그 시대의 당당한 비즈니스 우먼으로 살아갔던 어머니 었을 테지만, 새로운 분야에, 또 새로운 역할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방과는 다르게 빽빽한 빌딩 숲 사이의 커다란 건물에서 담당 엠디, 피디, 쇼호스트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방송을 진행할지, 또 서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웃음기 하나 없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낯설고 긴장되는 첫 번째 미팅의 시간이 세월이 지혜가 가득한 민순자 어머니라고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머니에게 너무 큰 부담감을 안겨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날 이후 '쇼호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준비하셨다. 본인이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이 잘 모르는 향의 대한 이야기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셨고, 우리는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간단하게 쪽 대본을 써드렸다.

라이브 커머스 촬영은 친절한 인상을 가지신 쇼호스트님과 민순자 어머니 두 분이 함께 진행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너무나 긴장한 탓에 마이크 출력을 최대로 높여도 목소리가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편하게 방송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주신 베테랑 쇼호스트님의 역할이 컸고, 덕분에 방송 막바지에는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긴장과 떨림, 그리고 어딘가는 모르게 조금 서툴어 보였던 방송이었지만, 그 서툼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너그러운 시간들이었고, 화면 뒤 모니터링하는 우리의 표정에는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자


브랜드 설명부터 제품 소개까지, 만약 우리가 출연해 진행했다면, 사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어르신이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을 주체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자리였고,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우리가 그토록 추구했던 간접적 수혜자가 직접적 수혜자로, 또 능동적인 참여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중요한 행사였다.



방송 당일 어머니는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단정한 차림에 화장을 곱게 하고 오셨다. 매니저님은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으로 수도 없이 남겼다.
어머니의 데뷔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번 생에 쇼호스트는 처음이라 마침.

*도움을 주신 NS이준오 엠디님, 담당 피디님들, 이봉호 쇼호스트님 감사드립니다.
*어르신의 개인 정보를 위해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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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화

예비사회적기업 비유니크 디렉터로 어르신여가생활과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소품 브랜드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브랜드에셋을 총괄 및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대학동기와 소셜창업의 전선에 뛰어들어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 중이며 사회적 가치와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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