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전하는 힘은 강렬하다. 사람들은 끊임 없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찾고, 각종 기업이 여러가지 컬러를 조합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이유다. 시중에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기능보다 이미지에 집중하여 그 느낌을 사고 판다. 물론, 먹고 살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이미지’의 쓰임이 확장된 배경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색’은 디자인과 이미지 전반을 결정짓는 기본 요소이기에 우리는 ‘색’에 집중한다.
그래서 ‘노랑’과 ‘회색’을 제시하면 우리는 <이마트>와 <국민은행>을, ‘빨강’과 ‘노랑’을 제시하면 <맥도날드>를 떠올린다. 행여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색은 기업을 알리는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쓰이는 ‘색’을 연구하는 색채 연구소인 팬톤(pantone)이 매해 주가 될 컬러를 예측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이유가 녹아있다. 그만큼 색은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생활 양식, 나아가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아우르는 상징이다.
그리고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인천’은 이러한 ‘색’의 힘을 이용해 도시 경관을 구축했다. 마치 영화마다 다른 색채를 뽑은 ‘컬러칩’처럼, 인천을 상징하는 인천만의 컬러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한 것이다. 때문에 인천은 일상에 통용되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같은 색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컬러는 인천의 경관과 더해져 자신만의 감성을 더했다. 바로 ‘인천바다색’과 ‘인천하늘색’, ‘장서진 석양색’, ‘소래습지 안개색’, ‘강화 갯벌색’, ‘문학산색’, ‘팔미도 등대색’, ‘개항장 벽돌색’, ‘참성단 돌색’, ‘첨단 미래색’이다.
인천바다색 :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인천 새벽 바다색
인천하늘색 : 처음 만나는 인천 하늘색
정서진석양색 : 정서진에서 바라본 해넘이 오렌지색
소래습지안개색 : 여름 안개에 덮인 소래습지 연분홍색
강화갯벌색 :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강화 갯벌 진흙색
문학산색 : 미추홀의 이야기가 있는 문학산 녹색
팔미도등대색 :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 백색
개항장벽돌색 : 인천 개항장에 스민 적벽돌색
참성단돌색 : 옛 역사의 강직함을 담은 돌색
첨단미래색 : 국제도시, 미래 인천의 송도 은빛색
도시,색으로 꽃피다, 출처: 인천광역시
순한글말 같은 이름도 매력적이지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을 자신만의 컬러로 정의한 시도가 흥미롭다. 인천광역시는 2017년부터 해당 도시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그래서 인천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발길 닿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채로운 색을 만날 수 있다. 사업 구상 최초 단계에서 총 90개에 이르렀던 ‘인천 다운 색’은 시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지금의 10가지 색으로 추려졌다. 인천광역시는 이 과정에서 ‘인천토박이’를 모집해 색과 관련한 인천 이야기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긴 시간을 통해 선정된 열 가지 색은 인천 곳곳으로 퍼져 자신만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계산여자중학교는 색 전문가와 학교 관계자들이 협업하여 ‘인천 바다색’과 ‘문학산색’을 메인컬러로 연출한 학교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만석고가교에는 ‘인천 바다색’이, 인천대공원에는 ‘강화 갯벌색’이, 노을진 풍경과 가을, 그리고 차이나 타운 배경에는 ‘장서진 석양색’이 녹아있다.
물론 인천만의 언어로 인천의 특징을 살리는 접근도 신선하지만, 색을 선정하고 이를 적용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이 협력할 수 있어 흥미롭다. 지금까지 선정된 열 가지 색을 토대로 앞으로 인천다운 색을 구축해나가길 바란다. 또한 보다 많은 지역사회에서도 인천을 사례로 다양한 색상칩을 시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