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 잘하는 팀원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그런 팀원을 찾으려면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한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신뢰를 느꼈던 경험, 저런 건 따라 해 봐야지 했던 부분들을 떠올리면서, 일 잘하는 것이 저런거구나를 느낀 포인트들이 많았기에 기준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나의 실패 경험의 회고 포인트들도 좋은 기준이 되었다 )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일잘러의 포인트로 느꼈던 부분들을 정리하고 기억해보기 위해 글로 정리해본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
나의 실패 경험을 통해 기준이 된 첫 번째 포인트.
해야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별한다는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안다는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고 있더라도 우선순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다양한 일들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다. 늘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정말 꿈같은 환경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임팩트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 것이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많은 일이 쌓여있다 보면 보통 자연스럽게 내 직무에서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선정하게 되는데... 삐빅!
여기서 일 잘하는 팀원은 내가 해야 되는 일인가, 하고 싶은 일인가를 구별해 낼 줄 안다. 구별기준은 당연히도 회사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인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현재 A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팀원으로서 B를 완벽하게 해냈다고 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팀원은 뻘짓하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 아픈 기억 눙물.. ) 물론 B 업무도 언젠가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지만 회사의 스텝과 맞춰가지 않으면 일 잘한다는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회사가 지금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업무, 그리고 회사가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업무를 빠르게 캐치하려면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 후 자신의 업무에서 회사와 얼라인 된 일로 우선순위를 나열할 수 있는 사람이 일잘러 포인트를 가진 사람이었다.
맥락과 요점을 빠르게 캐치, 담백하게 말하는 사람
항상 느끼지만 업무의 핵심은 역시 소통인 것 같다. 일의 우선순위를 알기 위해서도 회사와의 소통이 중요하단 것을 잠깐 위에서 언급했지만, 모든 업무는 소통에서 이루어진다. 소통 하나로 우리의 업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복잡도를 가졌던 일이 쉽게 풀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항상 일잘러의 공통점을 보면 소통방식에도 공통점을 가진다고 느꼈다.
크게 2가지 공통점이었는데, 첫 번째는 이들은 대화 속에서 진짜 문제를 빠르게 캐치한다. 내가 아무리 겉돌고 장황한 대화를 시작해도 이들은 맥락을 정확히 읽고 질문을 통해 진짜 문제까지 이끌어낸다. 그러다 보면 정말 핵심 문제를 가지고 소통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내가 생각했던 진짜 문제가 이거였구나를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들은 대화 속 현상의 힌트들로 맥락을 이해하지만 문제와 연결하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눈을 가진 것 같다.
두 번째는 말하기 방식이다. 이들은 일단 장황한 말하기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요점만 이야기하는 담백함을 가졌는데 이게 또 엄청나게 핵심을 찌르고 이해가 잘 된다. 보통 장황한 말하기 방식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감출 때 많이 사용된다고 느끼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이들은 진짜 찐이라 그런지 장황할 필요가 없다. 이들의 담백한 말하기 포인트는 대화 속 핵심을 찾아가기 위한 질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의 핵심에 닿았을 땐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때면 모든 문제든 해결할 수 있을 거 같고 일단 소통 자체가 편안하다. 아마도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짜 고민하며 함께 해결하려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문제를 찾을 땐 사람보다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사람
말하기 방식에서 한 가지 더 특별한 공통점을 첨언하자면 이들의 질문에는 항상 상대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서 편안하다. 이들은 상대의 고민과 직무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예를 들면 ‘왜 이렇게 하고 있어요?’가 질문의 핵심 이어도, 어떤 이들은 ‘이 방법이 더 좋은데 왜 이렇게 안 하세요?’라고 묻는가 하면 , 이들은 ‘이런 고민도 하셨을 거 같은데 지금의 방법을 선택하신 히스토리가 궁금해요'라고 묻는다. 전자의 질문 핵심은 ‘너 왜 그랬어?’이다. 후자 질문 핵심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환경이 뭐였어?’이다. 전자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후자는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자에 질문에는 같은 고민을 했을 거라는 존중과 그럼에도 현재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팀원에 대한 신뢰가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신뢰가 기반이 되서인지 이들은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지금의 환경과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춰 함께 일하는 균형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들이 가진 특별함의 핵심인 듯하다. 팀 안에서는 항상 개선할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히스토리 자체를 존중하지만 개선하여 더 효율을 올리기 위함이라는 메세지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이들과의 개선은 늘 즐겁게 느껴진다.
쓰다 보니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지점은 태도가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일할 때 즐겁고 함께 성장한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일잘러였나보다. 태도 포인트들로 이야기했지만 이런 태도를 장착하고 업무를 하는 분들은 결과물도 좋았다. 만약 결과가 안 좋아도 이들은 지속적인 개선 고민을 멈추지 않아 결과에도 늘 변화가 보인다. 일잘러들과 함께하면 이런 변화에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일잘러들과 함께 일하면 문제를 만나는 것도 즐겁다.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했을때 느껴지는 성취감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