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나무들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 한다.
다른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이곳의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 빈센트 반 고흐-
작가노트
[Maison de van Gogh]는 '빈센트 연작' 중 두 번째 그림입니다.
이 곳은 빈센트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곳입니다. 2층 방 한켠에서 복잡한 마음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맞서 끝까지 붓을 잡았던 곳이죠. 저는 '이곳에서 빈센트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마지막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거친 바다에 아무런 장치 없이 내팽개쳐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어느 삶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예민하고 섬세했던 빈센트에게 그 바다는 더욱 가혹하고 냉정하고 차갑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가운데서도 수많은 반짝이는 것들을 하늘로 쏘아 올렸습니다. 정말 매 순간 사력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루를 사는데 필요한 보통사람의 에너지의 몇 배를 써야 하는 그런 치열한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쏘아 올린 별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 반짝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빈센트와 소녀와 고양이는 이제 더 가까워졌습니다. 빈센트가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리며 느꼈던 감상을 떠올리며 좀 더 오래 그에게 머물러 보려고 합니다. 다만 자연뿐은 아니겠지요. 인물이나 사물을 그릴 때도 시선 속에 오래 머물수록 그 깊은 내면까지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차갑고 냉정한 표정의 고흐가 내면에 지었던 회복과 위로의 표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가 곧 올 것 같아요.
º 여행자를 위하여
Maison de Van Gogh(Auberge Ravoux)
ADD : 52 Rue du Général de Gaulle, 95430 Auvers-sur-Oise,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