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성장 변곡점과 또렷해진 목표

박종민| 2022.07.25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꼭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는데 여러 일정이 겹쳐 한 달이나 밀렸네요. 아무리 늦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마음으로 반기 리뷰를 기록합니다.

본질을 파고드는 관점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성장의 변곡점이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처음 디지털 웹 서비스를 접했을 때,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디자인에 대해 배웠고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이후 IT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프로덕트가 무슨 의미인지,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는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때 디자인으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관점이 변했습니다.

사용자 경험 관점과 비즈니스 관점을 거쳐 올해, 이번에는 본질에 대한 관점을 배운 것 같습니다. 리더를 맡은 직후에는 팀원의 성장에 집중했고 팀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며 고군분투했습니다. 차근차근 팀이 성장하면서 디자인 팀이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갖춰나가면서 욕심이 계속 커졌습니다. 조직 내부에서 요청 받은 업무를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넘어 분야와 상관없이 프로덕트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고객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고 시장의 변화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정말 올바른 문제를 찾고 높은 기준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고백하건대 이전까지는 외부 환경이나 내게 쥐어진 한계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해결할 고객의 문제이지 쥐어진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진심으로 고객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시장의 변화를 만들려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고객 중심

본질에 대한 질문의 끝에는 역시 고객이었습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수없이 많은 정의가 있고, 다양한 개발 방법론과 설계 원칙들이 존재합니다. 맥락과 문제의 성격에 따라 설계 원칙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영원히-절대 변하지 않을 가치는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정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스스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했는지 돌아봤습니다. 부끄럽게도 원하는 목표에 비하면 고객을 이해하고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고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회사라는 조직으로 하는 모든 행동이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짐했습니다. 프로덕트 경험의 완결성이나 프로젝트 주요 지표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고객의 경험이 이전과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되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고객 중심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 시기였습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가장 큰 불편을 해결해주는 것이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고객 경험이 무엇인지 상상하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고객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정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해서 고객에게 전달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그런 프로덕트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어렵지만 올해 남은 시간도 진정한 의미의 고객 중심을 고민할 것 같습니다.

변화를 위한 행동

고객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영원히 변하지 않을 나의 주제, 디자인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여러 도전을 했습니다. 디자인 글을 꾸준히 작성하고, 개성이 뚜렷한 많은 디자이너 분들을 만나고, 작은 온라인 클래스나 발표에도 참여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 발표하는 것도 싫어했지만, 편안한 범주를 벗어나 목적을 위해 도전하고 성취를 만드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여러 활동을 통해 작은 성취를 만들었지만 큰 목표를 위해 무엇을 이뤘는지에 대해 돌아봅니다. 정말 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 정의일 것입니다. 지금 디자인 언어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가장 탁월하게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쪼갤 수 있는가? 디자인 언어는 어떻게 동작하는가? 디자인은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는가? 디자이너는 디자인 기술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 디자이너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가?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보고 사용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비즈니스에서 플레이어로써 프로덕트를 직접 설계하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서비스, 프로덕트,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즈니스 맥락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유용한 디자인 스킬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공유됩니다. 이제는 디자인의 다음 단계가 궁금합니다. 서비스 구성과 디자인이 거의 일체화된 지금 시점에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어떤 더 나은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시대에 어떤 디자인 원칙을 논의해야 할까요? 그것은 기획하는 디자이너일까요? 아니면 윤리적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더 나은 디자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이라는 지식의 원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것을 닥치는 대로 해온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네요. 다행히 열정이 사그라들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반기에는 정말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활동에 대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존경할만한 사람들과 만남이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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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누구나 디자인 언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 수 있는 지침이 되는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글을 중심으로 블로그, 브런치,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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