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전, 샤오미의 로고 변경 발표가 있었다. 가끔은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샤오미의 로고 변경이였기 때문에 뭔가 디자인적인 혁신을 일으키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그 유명한 디자인 대가, 하라켄야가 직접 나서서 디자인 한 로고라니, 그야말로 한번 더 눈길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이니 '터무니' 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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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변경이라고? 이게 변경이라 하더라도, 하라켄야가 직접 나서서 발표회를 했다고?? 로고 제작에 3년이 걸렸고, 약 3억 5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꿈보다 해몽이다. 어떻게 변경 되었는지 한번 보자.
아래는 하라켄야가 발표회에서 직접 이야기 한 말들이다.
사람과 기술간의 결합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희에게 "Alive"라는 디자인 컨셉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새로운 로고는 단순한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샤오미의 내적인 정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새로운 로고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수학적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식의 N값에 따라서 스펙타큘러 한 형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수학의 마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로고들에 매료되었습니다. 이 공식에 근거해서 샤오미의 새 로고를 만들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N=3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사각형과 원의 정확한 균형을 찾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핵심 측면인 "Alive"를 대표하는 형태 입니다.
어떻게 생각 하는가? Make sense 하는가? 하라켄야의 5분짜리 발표 영상은 이 글 하단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아래는 새로운 로고와 기존의 로고를 겹쳐서 어떤 부분에 변화가 있었는지 보기 쉽게 만들어 보았다.
이 디자인은 나에게 실소를 안겨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여러 생각 거리를 안겨 주었다.
1. 스토리와 최종 디자인 결과물의 연결고리가 약하면 그 디자인은 이해되기 힘들어 진다.
하라켄야의 발표를 들어보면, 새 로고는 샤오미의 내적 영혼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응?) 그리고 하라 켄야는 복잡한 수학 공식을 통해서 만들어낸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보여 주었으며 결국엔 N=3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를 UX적인 사고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디자인 문제: 로고를 통해서 샤오미의 내적 영혼을 담는다.
디자인 Exploration: 수학 공식을 통해서 여러 디자인 옵션을 만들어 낸다.
최종 디자인 결과물: 수학 공식의 변수에 3을 넣어서 최종 디자인을 만든다.
만약에 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면접을 본다면 합격 할 수 있을까? 내적 영혼과 수학 공식의 연결 고리는 무엇이며, 어떤 근거에 의거해서 최종적으로 변수는 3으로 골랐는지 설명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깊은 심적인 철학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고, 스토리가 발단, 전개, 결말간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디자인 스토리를 듣고 최종 디자인 결과물을 봤을때 "응?" 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영화 주인공이 내적 영혼의 탐구를 위해서 엄청난 갈등과 고난을 겪다가 이전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3" 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다 해결해주는 그런 스토리 같다.
특히나 UX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 스토리는 중요하다. UX디자인의 최종적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그래픽에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최종적 디자인의 타이트한 연결고리의 매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한 비용과 임팩트를 생각해 봐야 한다.
디자인을 위해서 수학공식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수학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까? 그래서 한번 피그마에서 사각형 라운드 값을 조절해 보았다. 정확히 라운드 값이 99였을때 그 복잡한 수학 공식의 N=3의 라운드 값과 일치 했다.
수학공식은 반드시 필요 했을까? 수학공식은 디자인의 임팩트 보다는 마케팅적인 스토리를 위해서 만들어 진건 아닐까? 디자인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이 방식과 그 디자인의 임팩트는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았을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한다. "디자인이 산으로 간다."
3. 얼마전에 Leak된 Material next와 이 로고를 봤을때 디자인은 좀 더 동글동글한 편으로 가나보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전에 얼마전에 Leak된 구글의 매터리얼 디자인 넥스트를 보고 갈 필요가 있다.
보면 라운드 값이 좀 더 늘어나서 디자인이 동글동글 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모든 UI가 Flat해진 변화 처럼 조만간 모든게 샤오미가 이야기 한 "Alive"화 되어서 동글동글해진 UI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진 않을까?
디자이너는 예전에는 이쁜것을 만드는 사람이였지만, 지금은 문제를 정의하고, 스토리와 디자인을 연결 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한다. 그만큼 스토리와 디자인이 연결 관계가 타이트 할때 사람들은 그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다.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디자인은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확신 하는지, 만약에 확신하지 못한다면 어떤 데이터와 근거가 더 필요한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디자이너라고 하기 힘들다. 이런 노력과 생각 없이는, 픽셀만 만지는 디자인 멋쟁이가 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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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이 꾸미려 하지 말자. 그 꾸밈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디자인은 같이 일하는 PM이나 엔지니어 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면접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 될 것이다.
하라켄야의 새 로고 발표 영상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c5m3nDVSCxc&t=2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