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새로운 경험 그리고 공감을 얻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정확히 같은 걸 봐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지 않고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오늘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디자이너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뭔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며 이 글을 읽어주세요. 꼭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 생각하니깐요. (웃음)
디자이너는 '고정관념 없이 다르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디자인에서만큼은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다만 "디자이너의 생활까지 그럴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생활하는 디자이너들을 많이 만나봤거든요. 디자인에서만큼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우리들의 생활은 고정관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우리를 고정관념에 갇히게 만들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디자인을 할 때보다 오히려 '평소 자신을 둘러싼 생활에서 고정관념을 없애고 살아가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잘 생각해 보죠. 우린 디자인을 할 때만 아이디어를 얻어선 안돼요. 그렇게 되면 디자인이 단순히 일이 돼요. 그리고 생산성에만 의미를 두게 되죠.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공감을 얻는 디자인은 그렇게 단 시간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선 평소 자신의 생활에서도 다르게 보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해요.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왜 디자이너에게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우리는 같은 레퍼런스를 봐도 다르게 봄으로써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게 돼요. 같은 조형, 색상, 모션을 봐도 거기서 다르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거죠. 이게 평소 디자이너가 레퍼런스를 리서치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이에요. 모두 공감하시죠? 이처럼 다르게 보는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다르게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르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인 것만이 아니라 생각까지도. 정확히는 생각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돈을 모아야 결혼을 할 수 있어" "좋은 대학교를 졸업해야 좋은 회사를 갈 수 있어"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을 읽어야 똑똑해져" "책을 많이 읽어! 모든 지식은 다 거기에 있어" "남자는 무조건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해" "유명한 디자이너의 강의를 꼭 들어야 해! 요즘 다 보니까"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는 필수야! 남들 다 하는데 너도 해" "월급 그거 받고 왜 일해?" 등 우리 주위에 고정관념을 품은 대화들이 정말 많아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핵심은 평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생활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을 너무 빨리 완성시켜 버리게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완성된 눈으로 살아가려고만 해요. 익숙하거든요. 같은 걸 보면서 다르게 보려고 하지 않는 거죠. 전 이게 잘못 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디자이너에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습관이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요. 자신이 일과 생활에서 하는 생각법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받아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공감을 얻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이너잖아요? 그러니 자신을 둘러싼 모든 고정관념을 품은 대화에서 "왜?"라는 질문을 했으면 좋겠어요. "왜 돈을 모으는 게 결혼을 위해서야?" "왜 좋은 대학교를 나와야만 좋은 회사를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왜 서울대가 추천하는 권장도서 100권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 "나한테 필요한 독서는 100권의 책을 읽는 게 아니라 1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건데 왜 많이 읽어야 해?" "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돼?" 등 모든 경험은 상대적이란 관점에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말이죠.
우리가 만드는 사용자 경험 또한 마찬가지예요. 사용자의 경험은 모두 상대적이고 "원래 그러니까 이렇게 사용하셔야 해요"라고 말하면 바로 탈퇴하겠죠. (웃음) 사람이 만든 모든 경험은 다 불완전해요. 그리고 당연한 게 없죠.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에 항상 질문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해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이 만드는 사용자 경험이 공감을 얻을 것이라 믿어요.
우리는 사용자가 원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그 뭔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러니 우리의 생활부터 디자인을 하는 활동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완성시키지 않았으면 해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경험에서 "왜?"라는 질문을 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나무와 구름을 보더라도 다르게 봤으면 좋겠어요. 같은 디자인 레퍼런스를 보더라도 여기서 다른 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꾸준히 노력해야 돼요.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디자이너니깐요. (하하)
디자이너 관점에서 말씀드렸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분들도 노력했으면 해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와 환경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시선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노력하면 새로운 뭔가가 보일 거예요. 연인과 손을 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오늘부터 다르게 생각해 보세요. "나는 주로 오른손으로 잡고 여자친구는 왼손으로 잡는 걸 좋아했네?" "1년 전보다 남자친구의 손이 많이 거칠어졌네?" "손톱이 생각보다 나랑 다르게 생겼었네?"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사소한 경험이 쌓여 다르게 보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세상을 보는 눈을 완성하지 않는다면 모든 경험에 감사할 수 있어요. 그 힘이 우리를 살아가게 할 거예요.
무엇을 볼지는 여러분께 달렸어요. 할 수 있어요. 우린 아직 길을 잃지 않았거든요. (웃음)
우리의 주변 환경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세상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햇빛의 품질에 큰 차이가 나요. 그냥 흔한 햇빛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는 곳마다 달라요. 현실이 사실은 상대적이란 걸 알고 나면 바꿀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우린 아직 길을 잃지 않았어요.
<앱스트랙트>올라푸르 엘리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