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주니어 클라이언트와 일하기

김승화| 2022.05.03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끊임없이 자신의 작업을 타인에게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에이전시라면 클라이언트를, 인하우스 디자이너라면 내부 구성원을 만족시켜야만 하는데 이 과정은 늘 어렵다.특히 내가 라면 더더욱 말이다




누구에게나 주니어 시절은 있다.

누구에게나 주니어 시절은 있으며 나 역시 라는 직함을 달고 꽤 높은 업무강도의 회사에서 그 시절을 지냈다.
그렇기에 매일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이 세상 주니어들이 얼마나 고단하고 서글픈지 충분이 이해가 간다. 일이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선배들 눈치도 봐가며 사회생활을 '잘' 해내야 한다니...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화장실에서 울어 본 주니어들 손들어보자)



드라마 [미생]중 장그래님의 눈물.....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주니어들에게 때때로 더 큰 시련이 찾아온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매니저 같은 호칭 말이다. 비록 회사 내부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만 외부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PM으로서 온전히 맡은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들은 보통 직급에 관계없이 개별로 움직이는 연구직이나 스타트업, 공공기관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맡기곤 하는데 아무리 도움을 주는 선배들이 있다 하더라도 혼자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이때 주니어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며 절대 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의 프로도 같은 심정으로 힘겹게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며 결국 나의 동료와 나를 도와주는 협력업체들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괴롭히게 된다.



주니어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반지원정대의 프로도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이런 험난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나의 멘탈을 아껴가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탈히 과업을 완료하기 위한 수월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주니어 시절을 지내온 사람으로서 업무에 도움이 되었던 소소한 팁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추상적 단어나 컨셉이 아닌 시각언어와 객관적 단어로 회의 진행하기.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만약 협력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조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등 애매한 단어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한다. 추상적인 피드백을 받은 협력사들은 방향성을 잃기 마련이며, 조리 있게 디렉션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중요 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등의 단어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해석 될 수 있기 때문에, 등 시각적으로 누구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실제 업계에서 사용하는 시각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칼럼이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직접 구매해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매거진들도 많지만 최근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주제로 실무진들이 작성한 칼럼이나 팁 등의 글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머리를 식힐 동안 잠깐 짬을 내어 읽기 좋으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꽤 괜찮은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1) 어도비블로그

어도비사의 블로그 플랫폼에는 프로그램에 관련된 팁은 물론, 어도비사에서 전하는 디자인 소식, 칼럼 등 폭넓은 주제의 글들이 많다.
https://blog.adobe.com/

- 어도비사에서 발행한 50가지 단어로 UX어휘 마스터하기
https://blog.adobe.com/en/2017/07/11/master-your-ux-vocabulary-with-these-50-must-know-terms.html?Master

[우리에겐 마우스 우클릭] 한글 번역이라는 좋은 기능이 있습니다. 저도 적극 활용 중입니다! :)>

언어로 말하는 과정이 아직 어렵다면 관련 자료와 이미지 레퍼런스를 통해 자신의 디렉션을 표현할 수 있다. 때로는 구구절절 긴 말보다 잘 찾은 이미지 한 장이 나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2. 시각적 자료 사이트

- 핀터레스트
https://www.pinterest.co.kr/

- 비핸스
https://www.behance.net/

- 노트폴리오
https://notefolio.net/




2. 톱스타 매니저의 마음으로 일정 관리하기

일정관리는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다.
하지만 주니어 시절 내가 무엇보다도 어려워했던 것이 바로 이 일정관리인데, 주니어들은 업무의 프로세스가 정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나 일정 짜기가 어렵다.
여기에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정보들과 잡다한 업무들까지 함께 수행하다 보면 어느샌가 다이어리는 빼곡 차있다.



책장에서 찾은 주니어 시절 다이어리 [뒷장은 더 가관이다..]



더불어 협력사와 함께 일 할 때는 깊은 믿음을 가지고 온전히 프로젝트를 맡기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끊임없이 일정 체크를 하는 깐깐한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에 조금 더 신경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듯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면 수동적으로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보다 나만의 스케줄을 만들어 먼저 공유하는 것이 좋다. 혹은 협력사에게 프로젝트의 일정표를 요구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료 넘겨주는 날' , '초안받아보는 날' 등 기준일을 만들어 공유한다면 서로가 자신의 할 일을 참고하고 날짜를 조정해가며 수월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 일정 공유 APP

일정과 업무 공유에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TO DO' 어플을 적극 추천한다. 앱스토어와 구글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이 가능하며 데스크톱과도 완벽히 동기화된다.



마이크로소프트 'to do list'



특히 이 어플의 가장 큰 장점은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에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지니고 있다. 나는 주로 출근하자마자 그날 해야 하는 일을 투두 리스트에서 작성하는데 완료된 일정은 지워가며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이때 경쾌한 "땡"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적어놓은 업무 목록이 사라지는데 마치 이 소리가 '이 일은 끝냈으니 너의 기억 속에서 영영 지워버리렴'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두 번째 장점은 타인과의 공유가 가능하다. 업무의 목록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이 해야 할 일을 지정할 수도 있는데 이 기능은 회사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유용하게 사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투두(TO DO)
https://todo.microsoft.com/tasks/ko-krMicrosoft




3. 상세 발주 스펙 확인하기

주니어라면 직접 부딪혀보지 않는 이상 학교 밖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요소들을 당연히 알 수 없다.인쇄의 경우 A종이에 인쇄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종이 그램수에 따라 두께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공간이라면 도면과 실제 시공되었을 때의 비율이나 마감소재, 시공방법 등과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이제 막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주니어라면 전달된 제안서만 보고 컨펌하는 것이 아닌 실제 발주되는 상세 스펙을 꼼꼼히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샘플을 미리 체크해볼 수 있다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틈틈이 샘플이나 관련 실무 용어를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도 꽤나 도움이 된다.


- GARM매거진

건축과 인테리어 소재에 관한 매거진으로 각 재료의 물성은 물론 시공 방법, 적용사례 등 다양한 콘텐츠가 집약되어 있다. 특히나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으며 쉽게 쓰여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매거진 감
@매거진 감

http://garm.8apple.kr/



- 지류 갤러리

인 더 페이퍼 [두성종이] / 페이퍼 모어 [삼원]

인더페이퍼 을지로

페이퍼모어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인더페이퍼나 삼원에서 운영하는 페이퍼 모어는 다양한 종이 샘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다. 종이 샘플은 물론 관련 종이로 만든 잡지, 패키지 등도 전시되어 있으니 실제 인쇄 재질을 확인하러 방문해보아도 좋고, 다양한 지류의 샘플 구매도 가능하다.
특히나 지류 갤러리가 위치한 을지로 일대는 패키지나 인쇄업체가 많이 모여있어 수많은 오토바이들과 퀵기사님들, 종이를 나르는 지게차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4.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여보자.

사실 디자인이란 프로젝트의 목적과 계획에 따라 방향성이 매우 다르고 최종 결정권자의 주관적인 면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좋다'라는 기준은 상대방과 다를 수 있으며 나의 만족도와 상대방의 만족도를 동일하게 맞추는 과정이 주니어들에게는 당연히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이때는 의뢰한 협력사의 의견에 잠시 기대 보아도 좋을 듯하다. 우리 회사가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고 협력사와 함께 한 것은 결국 전문가인 너희를 믿고 맡겨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권은 나에게 있으니 A보다 B가 더 나은 선택이라 조심스럽게 제안해주는 의견을 한 번쯤 믿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더 좋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올챙이는 결국 개구리가 된다.

프로젝트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갖는 것은 1년 차 디자이너와 10년 차 디자이너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급해하지 않는 태도에서 오는 듯하다. 전전긍긍하지 않고 나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사람의 내공이 저절로 느껴진다.

생물학적으로 또 다른 진화이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올챙이는 반드시 개구리가 된다. 차근차근 천천히 말이다. 이처럼 이 세상 모든 주니어들은 어느덧 묵묵히 수행할 수 있는 매니저가 될 것이다.

완벽히 일처리를 하고 있는 내 옆자리의 선배도 결국 나와 같은 올챙이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주니어 시절이 있었으며 타인의 도움과 배움의 시간들이 존재했다.




프로도가 반지를 파괴할 수 있었던 이유

반지의 제왕 주인공 프로도는 자신이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절대반지를 우여곡절 끝에 파괴했다.영화의 관람객들은 프로도의 나약함에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간달프, 아라곤, 레골라스 그리고 샘과 같은 동료들 덕분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주니어들에게는 경쟁자가 아닌 동료가 필요하다. 샘은 나의 선배나 동기, 그리고 협력사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괜찮을 때인 주니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함께 하는 동료들을 믿어보자!


힘내라 샘!



마지막으로 이 세상 간달프들에게...

주니어들은 사실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배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과 잡다한 업무들을 처리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실한 주니어들에게 매니저들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니어들에게 온전히 프로젝트를 맡기고 있는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전국의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주니어들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셔서 너무 기뻐요 간달프!" @반지의 제왕 프로도와 간달프




똑똑한 주니어 디자이너 되기 마침.

좋아요 3
공유하기

김승화

예비사회적기업 비유니크 디렉터로 어르신여가생활과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소품 브랜드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브랜드에셋을 총괄 및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대학동기와 소셜창업의 전선에 뛰어들어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 중이며 사회적 가치와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목록으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