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나는 어떤 디자이너이고 싶을까?

김성빈| 2022.04.12

우리는 디자이너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디자인은 뭐지?" "어떤 디자인이 더 전망이 밝을까?" 등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디자이너들은 'UXUI 디자이너(프로덕트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해요. 물론 저도 유경험자입니다. (하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정답을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앞에 놓인 고민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능력을 믿고 선택하는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고민의 갈림길에서 저는 '브랜드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어요. 후회는 없죠. 다만 아직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디자인이다" "브랜드 디자인은 전망이 밝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평생 살아갈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더 많은 경험을 통한 확신이 필요해 보여요.

그렇기에 제 경험담이 정답이 아니에요. 저도 잘 알죠. 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엔 항상 불확실성이 담겨있어요. 그 누구도 미래를 알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죠. 어쩌면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증명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까지 제 말에 공감하셨다면 고민의 갈림길 앞에 서 있던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평범한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나의 두 눈을 믿고 세상과 호응하는 나의 능력을 신뢰해야 합니다.

- 올라푸르 엘리아손


김성빈 [Untitled]


저는 현재 인하우스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정확히 브랜드 디자이너 경력 3년, 총 경력은 8년이에요. (언제 이렇게...) 즉 저는 과거 5년 동안은 브랜드 디자이너가 아니었어요. UXUI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정확히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UXUI 디자인을 했습니다. 인하우스에서 UXUI 디자이너로 활동한 건 아니지만, 구조 설계부터 쉬운 사용성과 핵심 경험 제공을 위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오래 했습니다.

UXUI 디자인을 주로 하면서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을 같이 만들었어요.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이란 편집 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마케팅 디자인 등을 의미해요. 디자인 에이전시이기에 가능했죠. 이처럼 다양한 디자인을 소화하면서 광고주 브랜드의 가치와 미션 그리고 사업목표를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경험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UXUI 디자인을 만들 때와는 다른 접근 방식과 스킬이 필요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게 되었습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UXUI와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디자인 스펙트럼(디자인을 할 수 있는 범위)이 넓어짐을 느꼈어요. 물론 다 잘했던 건 아니에요. 넓고 얇은 경험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죠.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강점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과 동시에 고민이 생겼어요.

"UXUI 디자인을 하면서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까지 한다는 게 과연 맞을까?" "UXUI 디자인에만 집중해야 더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어떤 디자이너이고 싶을까?" 등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고민했어요. UXUI 디자인 경험이 많아 이 길로 더 깊이 파고들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성장할 수 있음에도 이런 고민을 한 것을 보아 새로운 디자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니즈가 더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일도 매력 있지만, 이것만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조금씩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하며 "나는 어떤 디자이너이고 싶을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디자인은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브랜드의 성장을 고민하고 가치를 알리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한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과 스킬이 요구된다는 것까지도. 그리고 저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유사한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제 능력을 믿고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이직을 결정하게 돼요.

이와 동시에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게 됩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한 적이 없기에 경쟁력 있는 제안이 필요했어요. 저는 기존 UXUI 디자이너로 활동했기 때문에 모바일 앱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인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가 적합하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격이 충분한지 고민하면서 저의 강점들을 정리했어요.





이처럼 브랜드 디자인 경험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했어요.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죠.

5년이란 시간 동안 얻은 경험들을 토대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새로운 곳에 제안하게 돼요. 그리고 제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목표를 이뤘다고 끝이 아니었죠. 시작일 뿐이었어요. 회사에 제안한 저의 강점들을 실제로 실무에 적용하려 노력했어요. 절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현재도 많이 부족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홈런이라 말할 수 있는 멋진 성과를 내진 못했다고 생각해요. 홈런을 위해 많은 안타와 스트라이크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나 브랜드 디자인의 영역을 한정 짓지 않기 때문에 현재 저에게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찌 보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성향을 가진 브랜드 디자이너 같아요. 문제 해결를 위해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능력이 저만의 무기가 되었죠. 그렇기에 소신을 갖고 앞으로도 저만이 가진 경쟁력을 더욱더 고도화시키려 합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브랜드 디자이너의 길'이 옳은 길이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어요. (웃음)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믿으며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할수록 이를 옳다고 증명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옳은 선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선택보다 옳다고 증명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당연한 선택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선택권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쉽게 결정해버리고 건네는 피드백을 받지 마세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옳은 선택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자신뿐임을 잊지 마세요.

제가 선택한 브랜드 디자이너란 직업이 옳은 선택인지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 능력을 믿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증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조금씩 채우며 성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브랜드 디자이너란 이름이 어울리는 제가 되고 싶어요.여러분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되기 위해, 증명하는 노력이 멈추지 않길 응원할게요.


네가 되거라 네가 되고 싶은 오로지 네가 되거라. 굳이 이곳으로 돌아오려고 애쓰지는 말거라.그곳에서 씨를 뿌리며 너도 나무가 되거라. 강물이 되거라 들판이 되거라. 늙지 말고 가거라.청춘인 그대로 가거라.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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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빈

네이버웍스 브랜드 디자이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 위를 걷고 꾸준히 걷고 그리고 함께 걷는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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