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이번에도 아더에러를 샀다.

바다김| 2022.07.04


이번 시즌도 아더에러를 샀다. 프라이탁처럼 타포린 소재를 사용했고 매력적인 더티 워싱이 들어간 메신저 백이다. 디테일과 사이즈, 핏 모두 마음에 든다. 아더에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다. 지겹도록 주변에 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새 아이템을 살 때마다 지인들은 또-더에러? 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2015년 사춘기(Adolescece) 콘셉으로 세상에 알려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모든 콜렉션을 눈여겨보고 (지갑이 허락하는 한) 한 두 개씩은 옷장에 데려오곤 한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이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옷보다는 홍대와 성수에 입점한 쇼룸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열정적으로 토해내게 된다.


하입비스트, 아더 스페이스 2.0 성수, Seunghoon Jeon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공간은 늘 브랜드 그 자체보다 크다. 성수에 위치한 아더스페이스 2.0은 '균열'을 주제로 다른 차원의 우주를 연출하고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홍대의 쇼룸은 거대한 벽돌로 둘러 쌓인 컬렉션을 감상하기도 전에 이 공간은 대체 뭐야?라는 물음부터 자아내게 한다. 옷을 홍보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간을 통해 연출한 주제 아래에 옷과 행거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매 시즌 온라인 스토어도 그들만의 인터랙션과 주제에 맞게 리팩터링 한다. 그들은 옷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다른 요소에 억지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던 크루들에 애초에 공간 디자이너와 파티시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것이다. 아더에러는 옳았다. 작은 국내 브랜드로 시작한 그들은 키츠네, 퓨마, 알파인더스트리, 지샥, 이스트팍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며 설립한 지 몇 년 안되어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예쁜 매장은 그냥 지나치진 못하지

2017, 젠틀몬스터 ENTROPY


2017년,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가 '엔트로피(ENTROPY)' 콘셉트의 전시를 했을 때, 우연히 들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마주친 천장에서 자라는 나무, 거대한 렌즈 형태의 키네틱 오브젝트가 조리개를 조였다가 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선글라스에 관심도 없는 나로 하여금 매장에 진열된 대부분의 선글라스를 들여다보게 만든 것이다. 그들을 일찍이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소통하는 법의 효과를 제대로 알았다. 그 후로 젠틀몬스터가 어떤 제품을 내놓든 간에, 그들만의 미스터리적 속성이 제품에 녹아들었다고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맥락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가로수길에 가게 될 때마다 스트레치 엔젤스, 메종 키츠네 스토어, 이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공간이 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외면할 수 있을 만큼 매정한 사람은 별로 없고 귀 기울이고 사랑해줄 사람은 아주 많다.



오후 4시의 커피는 커피맛이 중요하지 않다.

Acre, 청주 분평동 소재 @we_make_acre
Acre, 청주 분평동 소재 @we_make_acre

최근까지 청주에 Acre라는 대형 카페의 론칭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Soonchan과 좋은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꽤 자주 있었는데, 토의는 공간이 가진 스토리를 어떻게 고객과 지역 커뮤티티에 전달한 것인가 - 에 대한 문답이었다. 원두와 디저트의 가격과 품질 또한 무척 중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친구가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논의할 필요가 적었는지도 모른다), 카페는 단순 카페인의 오프라인 구매처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에서 집이 아닌 제3의 공간으로 확장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는 스타벅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곳의 원두보다는 자리에 앉아 맥북을 펼치고 간단한 문서작업을 즐기는 현대인을 떠올리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매장을 열면서 발표한 축사에는, 그들의 커피 맛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오페라하우스 앞에 들어서 매장이 어떤 공간이 될 지에 대한 찬사가 가득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오후 4시의 커피를 동료들 사이의 유대감을 위한, 커피 자체보다는 만남의 장소가 중요한 커피라고 말한다. “4시의 커피에는 브랜드가 필요 없다. 대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으슥하고 아늑한 공간이 중요하다.” 그는 사람들이 시간대별로 다른 커피를 소비한다고 말한다. 모닝커피가 하루의 일을 시작하기 위한 각성의 기능적 커피라면 점심 식사 후 바로 마시는 커피는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다니며 마시는 커피로 컵에 표시된 브랜드가 중요한 지위재다. 그리고 오후 4시의 커피는 대화를 위한 커피다.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소비자가 아닌 카페에 앉아서 마시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공간의 분위기를 소비한다. - 북저널리즘, 2021, 감각하고 인지하는 경험


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을 받아들이는 경험의 중요성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창가에 놓인 작은 선인장이, 원래 주어졌던 손바닥 만한 작은 공간을 훨씬 더 중요하게 만든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뒤에 사랑하는 이가 함께 보낸 작은 쪽지가 있었다는 스토리가 있는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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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김

KRAFTON에서 Product Insight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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