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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Can't Cancel the Spring

노트폴리오 매거진| 2021.10.15

벌써 여러 번의 계절이 바뀌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이따금 거리의 광경이,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한창 빠진 티비 프로그램 속 댄서들은 온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춤을 추고 있는데 막상 연습 장면에서는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든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의 입에 제것처럼 딱 달라붙은 마스크를 마주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디스토피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요즘 소개팅에는 복면가왕처럼 음식을 주문하고 얼굴을 공개하는 민망한 시간이 있다는데, 이러한 소재들이 희화화되는 걸 보면 마스크 하나로 바뀐 삶의 모습이 웃기고도 이상하다. 아마 변화가 시작된 지점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 보건 기구)에서 코로나 전염병 사안을 팬데믹으로 공포했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이후로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고, 이후로 많이 접한 신조어 중 하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였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나갈 수 있는 자유의 존재를 체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코로나 이전과 크게 변한 것은 없는데, 그럼에도 어떤 ‘조건’이 생긴다는 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실상 ‘마스크 착용’과 ‘사적 모임 제한’이라는 제한은 개인의 양심에 따라 가변적인 부분인데, 묘하게 죄책감을 자아냈다.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한 사람들은 ‘조건’을 어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면서, 우리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첫째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점, 둘째로 자연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sns의 사용을 확장해갔고 타인과의 만남을 그리워했다. 생각해보면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이 싫다’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끊임 없이 새로운 만남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강력범죄나 동물 학대를 보며 ‘인류애를 상실했다’고 말하면서도, 오롯이 선의에서 발현된 낯선이의 진실된 마음을 보고 쉽게 감동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 할수록 어디선가 끊임 없이 타인과 거리두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터져나온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동시에 전염병에 시달리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하며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모순적이게도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과 격리되고 나서야 자연의 소중함을 체감한 것이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이러한 현실에서 여든 살을 훌쩍 넘긴 데이비드 호크니가 공개한 글과 작업은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지혜를 갖춘 노인으로서의 철학적 깨달음을 전한다. 하나 놀라웠던 점은 지긋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를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간 자신이 그려왔던 방식 그대로를 고집할 수 있음에도 변화하는 시류에 발 맞추어 나가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sns 기반으로 소통을 하는 현대의 세대에게 이러한 접근은 호크니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시도이기도 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도 끊임 없이 담금질하는 그의 모습은 현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무엇보다 그가 체감하고 표현한 자연은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위로했다. 때로는 말 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처럼, 호크니의 자연은 그가 전하는 색과 실체만으로 따스한 기운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단순히 피사체를 담아내는 사진이 아닌) 그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자연이 지금은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또한, 그 역시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을 해쳐서 이토록 고통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I went on drawing the winter trees that eventually burst into blossom. This is the stage we are right now. Meanwhile the virus is going mad, and many people said my drawings were a great respite from what was going on."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노르망디에서 두 명의 오랜 조교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호크니는 그 스스로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있음을 말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답했다. 이는 그가 작년에 공개한 수선화 작품의 이름 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동시에 언젠가는 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믿지만, 자신의 나이는 이미 83살이기에 그 이후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무덤덤한 그의 말에 ‘더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는 게 아닐까’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죽음은 곧 탄생’이라는 이어지는 대답에 ‘있고 없음’은 모순이 아닌 연속임을 깨달았다.

Hockney paints every day at his house in Normandy, often accompanied by his dog, Ruby출처: BBC News


"I intend to carry on with my work, which I now see as very important,"

"We have lost touch with nature rather foolishly as we are a part of it, not outside it. This will in time be over and then what? What have we learned? I am 83 years old, I will die. The cause of death is birth."

"The only real things in life are food and love in that order, just like our little dog Ruby. I really believe this and the source of art is love."

"I love life."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코로나 시대는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의 원리를 전하는 듯 싶다. 자연의 일부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를 둬야하지만 그 누구보다 결속과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없음’은 곧 ‘있음’을 증명하는 명제라는 것을. 그렇다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은 서로를 배척하고 싸울 게 아니라 자연히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게 아닐까. 마치 호크니가 그리는 자연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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