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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한 디자인 회사 대표들에게

an.other| 2022.03.23

모든 디자인 회사의 가장 큰 내부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라면 말하지 않아도 공감할 것이다.
바로 “그 기업의 대표이사”




고객사에 디자인을 보내기 전 팀장의 컨펌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대표자의 컨펌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의 결과로 인해 우리는 야근을 할지 안 할지 판가름되고, 한주의 일정이 결정된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몇 년 전 한 에이전시의 디자인 팀장으로 있던 시절 나는 외부로 나가는 모든 디자인 결과물의 퀄리티를 책임졌다. 팀원들의 디자인 역량을 이끄는 것은 물론 각 팀원이 잘하는 분야를 맡아서 할 수 있도록 업무 분배를 하고, 부족한 분야는 채워주기 위해 스터디와 다양한 조언을 해주었다. 실제로 일러스트를 잘하던 팀원 A는 디자인을 하면서 포토샵이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편집디자인도 인디자인 외에 그래픽/합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편집디자인에 약한 B는 타이포그래피와 레이아웃에 대하여 몇 번이고 스터디를 하여 지금은 “편집디자인이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한다. 물론 나도 완벽한 팀장/사수로서의 자질을 완벽하게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아래 두 가지는 지키려고 노력했다.


1. 각 팀원들이 잘하는 분야에 대한 업무분담과, 약한 분야에 대한 스터디
2. 디자인 역량강화 및 퀄리티에 대한 검수


어느 디자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하는 팀원이 있고 (팀원도 일반 사원과, 주니어 시니어가 구분된다.) 그리고 그 팀원의 디자인 역량과 퀄리티를 이끌고 전체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팀장이 있고, 그 팀장 위에 회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보는 대표이사가 존재한다. 위의 나열된 팀장 역할은 만약 내가 하지 않더라도 꼭 누군가 1명은 리딩을 해야 한다. 즉, 팀장이 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대표자가 직접 리딩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만약 여러 명이 배에 탔는데 뱃사공이 없다면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서로 이곳저곳을 가자고 다투다가 결국 깊숙이 침몰해버리게 되는 것처럼. 오직 단 ‘1명의 리더’가 프로젝트를 리딩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올바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위해서 디자인 회사의 리더는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까?



01. 디자이너 출신인 대표자

실제로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자들은 디자인을 보는 눈은 물론이며 어떻게 피드백을 하여 리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별로네요” “감성이 없네요” 가 아닌 “이 부분의 폰트는 이걸로 교체하면 좋을 것 같다” “세리프보단 산세리프가 어떨까요?” 등의 명확한 디자인적 컨펌을 하는 것이다. 또한 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알고 있고 실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제 막 배워나가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정말 배울게 많을 것이다. 이 경우 대표자는 실무를 진행하진 않고, 실무에 대한 권한은 팀장에게 위임한다.
대신 팀장은 위에 나온 팀장의 두 가지의 역할을 가장 기본적으로 하되, 기획(컨셉)단계에서 부터 대표자와 의논하여 디자인적 조언을 받고 정확한 피드백을 지시받아서 업무를 완료해낸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논해야 하는 이유: 디자인이 나온 뒤 컨펌을 받게 되면 컨셉자체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을 진행하기 전 컨셉부터 함께 논의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


직원 = 디자인 작업 / 팀장 = 디자인 리딩 / 대표 = 디자인 컨펌


100%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대표자 또한 이게 가장 시간을 단축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것을 알기 때문에 팀장과 대표자는 애초에 컨셉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논의를 하여 디자인을 진행한다.



02. 디자인을 모르는 대표자

보통 비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자들은 본인이 가진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회사를 만들고,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내부에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디자인 외주를 하게 되면서 에이전시 형태로 바뀐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과연 디자인을 모르는 대표자들은 어떻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가? 바로 내가 글을 쓰고 싶던 이유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표자는 디자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실력 있는 아트디렉터나 디자인팀장을 고용하여 회사의 디자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대표자가 스스로 디자이너를 자처하여 아트디렉터나 팀장 역할을 대신하는 순간 디자인에 대한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다. 아마 고객은 다신 회사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자는 디자인에 대한 퀄리티와 검수 권한은 아트디렉터/팀장에게 위임하고, 전적으로 디자이너의 감각과 실력을 믿어야 한다. 다된 결과물을 보며 정확한 피드백이 아닌 “별로네요” “감성이 없어요”라고 말하게 되면 디자이너들은 그 말 한마디에, 컨셉자체를 바꿔야 하는지, 컬러만 바꿔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싹 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뒤집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책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결과물 하나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10시간이라고 친다면, 다시 10시간 동안 수정을 해야 하고, 또다시 컨펌을 받고 수정하는 악순환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야근이 발생하는 이유가 아닐까?

앞서 말했던, 내가 다닌 에이전시는 원래 디자인 회사가 아니라 개발회사에 가까웠고 점점 디자인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이전시 형태로 바뀐 케이스이다. 입사한 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표자는 나에게 모든 디자인적 권한을 주고 나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 퀄리티를 책임지고자 했다. 실제 네임벨류 있는 큰 기업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며 제안 메일이 오는 경우도 많았을 정도로 퀄리티에 대한 보장은 확실했었다.

하지만 2년 뒤 회사의 리즈시절이 점점 저물고 경영이 악화되면서 대표자는 디자이너인 나에게 영업에 대한 업무를 강요하며 디자인에 대한 검수 권한은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꾸준히 유지되던 고객사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며 신규 고객사들도 대표자의 느린 응대와 맞지 않는 프로세스 때문에 계약 파기는 물론 악담까지 퍼붓고 갔다. 팀원들이 디자인을 해서 대표자와 함께 검토할 때 그는 어떻게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뜬구름 잡듯이 “조금 부족하네요.. 다시 수정해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파이팅” 실제로 매일같이 이런 말을 반복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디자인 컨펌자에게 필요한 자세



무능력하여 직원들을 고생시키는 대표자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존경할 수 있을만한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만약 그렇다 할 능력이 없다면 존재를 드러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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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어나더는 삶의 가치와 합리적인 일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디자인 에이전시 입니다.
그 가치는 개인에게 있다고 보고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ersonal graphic Design 을 통하여, 다수가 아닌 개인의 중요성과 가치를 존재감을 일깨워 줍니다. 그 외 다양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딩 서비스로 삶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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