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나와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면 지속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기에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사람마다 선택을 하는 순간들은 다양하고, 그 이유 또한 제각각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선택의 순간들은 세 가지로 추려지고, 그 순간들을 거치며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실패했으며, 또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선택을 고민하게 된 순간은 첫 번째로 꿈꿔왔던 진로를 포기하고 나와 타협했을 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초기 스타트업을 포기했을 때, 마지막으로 회사와 나는 같은 비전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금이다
처음 나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가진 제품 디자이너를 꿈꿨다. 그러한 꿈을 가지면서 넨도, 발뮤다를 사랑했고, 충분히 노력한다면 이런 회사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꿈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당장에 그러한 꿈으로 달려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하는 팀은 나에게 이런 능력보다 다른 역량을 원했다.
넨도 디자인과 발뮤다
그러면서 UXUI 디자인으로 진로를 변경했고,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처음부터 UXUI를 공부해온 사람들과 시작이 차이가 난다는 불안감과 조급함, 이전에 설레었던 꿈에 남는 미련과 이를 버리고 현재의 꿈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변화에서 오는 압박감은 꽤나 상실감을 주었고,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지게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흔들림을 겪게 된 것도 잠시, 새로운 조직에서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렇게 시작한 것은 '아티스트 구독' 스타트업이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었던 터라, 함께 시작했던 '내 주변을 아티스트로 채워나간다'는 컨셉의 서비스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더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매 순간 몰입했고 그런 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티스트를 구독한다'라는 컨셉으로 진행했던 서비스는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조직에게 위기가 생겼을 때, 혹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을 때, 그리고 조직의 문화와 비전을 만들어나갈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냐에 따라 쉽게 분열이 일어나고 회사가 흔들리기도 한다. 결국 시작은 정말 즐거웠고 열정으로 뭉쳤지만, 위기로 인해 생긴 조급함은 원래의 비전을 흩트렸고, 사업의 방향이 변해버리면서 의사결정에서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직원 간의 갈등과 비전의 모호성으로 인해 팀의 생존이 위태로워졌고, 나는 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흔들리게 되었다
결국 조직에서 함께 한 1년 가까이를 뒤로하고 아쉽게 조직을 떠나게 되었다. 결과는 매우 아쉬웠지만 비전을 단단히 하고, 사업의 방향성을 유지해나가는 것, 그리고 조직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조직원을 관리하는 것에서는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애정을 가지고 함께 하던 조직과 꿈을 만들어 나가는 일을 지속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하는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되면 다양한 이유를 들어서 나를 설득하기도 하고, 안 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 고민에서 항상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은 가능성, 소속감, 성장, 시간, 행복이다.
팀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할까?
팀은 정말 나를 원하고 내가 이 팀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이 팀을 함께 하면서 나는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팀을 성장시키는 데 드는 시간이 팀을 떠나 해낼 수 있는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서도 가치 있을까?
내가 이 팀에 속해있을 때 나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함께 했을 때 행복할까?
이러한 생각들이 명확한 답을 내어주길 원하고,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면 끊임없이 흔들리게 된다.
몰입하고 있던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큰 상실감과 허무함이 든다. 하지만 항상 그러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 꼭 부정적인 스트레스만 받는 것은 아니다. 고민을 시작하면 내가 속해있는 상황과 처해진 상태 등 외부의 것들을 위주로 고민을 시작하지만, 결국 곧 그 고민의 주제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순간에 몰입하느라 놓쳐왔던 나 스스로의 비전과 나의 꿈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결정에 따라 쥐고 있던 희망과 꿈을 포기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또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시기인 것 같다
처음의 실패로 배운 것은 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었고, 그다음 스타트업의 실패로 배운 것은 조직을 성장시키는 리더십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고민에서 한 가지 배운 점은 나의 비전과 꿈을 오롯이 회사에 맡기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때로 팀이 알아서 내 꿈을 실현시켜주지 않을까? 하며 꿈의 주체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쉽게 내 꿈을 누군가 알아서 실현시켜주지 않을까 하며 더 큰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즐거움만 찾았던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회사의 꿈이 나의 꿈이 아닌 것처럼 회사의 미래와 성공이 온전히 나의 성공은 아니다. 함께 하더라도 꿈의 주체는 내가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와 함께 하는 꿈에 몰입을 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나의 중심을 찾고, 안주하기보다 나의 비전을 가지고 매번 꿈을 상기하고 발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고민 끝에 흔들렸던 뿌리가 다시 단단해 질지, 새로운 꿈을 향해 뿌리를 내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시작은 이전보다 성장한 내가 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