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에이블리, 스타일쉐어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3가지 쇼핑 앱이 있습니다. 각각은 사용자층도 다르고, 지향하는 것도 다른데요. 같은 쇼핑몰 같은데 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고, 쓰는 사람도 다를까요? 저는 서비스들을 사용해보며 같은 여성 쇼핑몰이지만, 추구하는 모습이나 철학, 전략이 매우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여성 쇼핑몰 플랫폼 서비스들을 비교 분석하며 UX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았는데요. 서비스가 각자만의 모습을 가진 이유에는 더 좋은 사용 편리성을 가지는 것 위에 왜 그런 UX를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서비스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실제 보이는 서비스도 그런 가치를 유저가 직접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케이스들을 통해 각각의 서비스가 어떤 방향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 혹은 잘 표현하지 못했는지 개인의 견해로 분석해봤습니다.
심플하게, 광고까지도 콘텐츠로 느끼도록
저는 쇼핑몰 앱 중에 지그재그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쉽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상품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면 보관해놓는 등 아이쇼핑의 경험을 그대로 앱에서 할 수 있어서입니다. 쇼핑에 방해되는 다른 요소들이 없어 정말 쇼핑만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상품 그대로가 아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지그재그를 쓰게 만드는 큰 요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홈 화면에서 오로지 상품 콘텐츠만 존재합니다. 지그재그는 단순함이 돋보이는 서비스였는데요. 단조로우면서도,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을 위한 추천 아이템이라는 네이밍은 나에게 추천하는 아이템이라는 뜻으로 느껴져, 상품이 광고가 아닌 콘텐츠로 느껴졌습니다. sponsored가 없었으면 광고인지 정말 몰랐을 것 같습니다.
홈에서 재미있게 느낀 것은 내가 본 상품을 클릭한 사람들의 관심 상품 등 내 행동에 따른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피드 자체가 나만을 위한 상품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긍정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그재그에서 메인 홈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검색 or 상품 살펴보기입니다. 유저가 들어와서 하고 싶은 행동을 두 가지로 나눠서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노이즈 할 수 있는 기능은 모두 제거했는데요. 스크롤을 하면 검색하는 화면도 사라집니다. 유저가 한 행동을 시작하고 그 행동을 하는 것만 남기고 다른 것들은 모두 숨겼습니다. 한 행동을 시작하면, 그 행동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사소하지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사진과 가격정보 말고 필요 없는 상품명이나 설명을 축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쇼핑을 하는 유저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인 상품 이미지, 가격만을 남기고 나머지 거슬리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하였는데요. 그래서 더욱 단순해보이고, 쉽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찾는 상품이 있다면 모아보기에서
상품을 무작정 살펴보려는 것이 아닌, 찾는 상품이 있는 유저들을 위해 모아보기 탭을 따로 만들어 상품의 카테고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지그재그 픽이라는 이벤트 배너 리스트를 위치했는데요. 이는 보려고 하는 상품을 직접 찾던지 혹은 큐레이션 하는 상품을 알려주겠다는 의미 같았습니다.
지그재그는 유저의 행동을 잘 유도하고, 구매자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저가 지금 보고 싶어 하는 것에 초점 맞추고, 가장 필요한 정보만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상품을 고르는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그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 서비스인듯 합니다.
유저들의 리얼 후기를 담은 스타일쉐어만의 유저 친화적 스토어
20대 폰에는 없고 10대 폰에만 있는 앱이라고도 하죠. 사용자도 15~25세가 대부분이며 10대에게 친화적인 브랜드,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유저들의 패션 커뮤니티인 만큼 리뷰를 강조한 부분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리뷰 자체를 콘텐츠화하여 상품을 소개하는 콘셉트가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옷과 화장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이 착용컷, 사용후기, 직접 보고 알 수 없는 상품에 대한 질인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의 리뷰를 콘텐츠로 살펴보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부분은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요. 스타일쉐어의 스토어를 살펴봤을 때 느낀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홈의 UI 패턴이 다양하며 끊임없이 다른 UI가 지속되었습니다.
홈 이벤트 배너 → 쇼핑 추천 카테고리 → 베스트 상품 리스트 → 장바구니 핫 아이템 리스트 → 데일리 반짝 특가 → 인기 쇼핑 키워드 상품 리스트 → 장바구니 베스트 상품 리스트 → 오늘의 신상 배너 → 인기 브랜드 배너 → 카테고리 → 스쉐 단독 제품 → 인기 후기 → md 선택 제품 리스트 반복
위는 파악하려는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눈의 움직임입니다. 유저는 어떤 맥락을 파악하려고 하는가에 따라서 보는 것이 다릅니다. 또한 아무리 눈에 띄는 무언가라고 하더라도 맥락에 필요 없는 정보라고 생각하면 인지하지조차 못합니다. 그래서 유저는 화면을 보지 않고, 스캔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본다는 것이 맞겠군요)
이커머스에서는 사용자가 탐색하는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유저는 UI의 단조로움을 지루해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단조로움을 지루해한다는 것입니다. UI의 다양함은 오히려 유저가 형태와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고,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쉽게 서비스를 이탈하게 만드는 위험을 가집니다.
주고자 하는 정보를 단순화하여 유저들이 처음 서비스를 학습하기 쉽도록 한다면, 훨씬 더 서비스가 하려고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서비스를 살펴보다가 워낙 눈에 띄는 특징이 있어서 한번 정보의 범위를 표시해봤습니다. 유저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의 범위가 화면 내에서 너무 작고, 필요 없는 정보에 대한 범위가 너무 많은 화면을 장악하는 느낌입니다.
스타일쉐어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의문은 스타일쉐어라면 넘치는 리뷰와 리뷰를 활용한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유저가 직접 만들어가는 커머스'일 줄 알았는데, 다른 서비스들보다도 'MD가 직접 선정한' 상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던 것입니다. 아마 요즘의 인스타그램의 쇼핑 경험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스타일쉐어는 다른 커머스들과는 다르게 유저들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인 만큼 유저들의 리뷰나 콘텐츠를 잘 활용하면 훨씬 더 좋은 '스타일쉐어스러운' 커머스가 되지 않았을까요?
광고 없이 나에게 맞춤화된 쇼핑몰을 판매하는 곳
에이블리는 상품을 광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광고로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내 취향 데이터로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추천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메인 페이지에서 보이는 상품들이 너무나 내 취향인 옷들이어서, 어떤 옷을 사야 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ㅎㅎ
에이블리는 다른 서비스와 다르게 메인 페이지의 이름이 홈이 아닌 투데이입니다. 지금만 볼 수 있는 상품 피드라는 이해를 만드는 네이밍인 것 같습니다. OO님을 위한 추천 상품이라는 메인타이틀도 '개인화 추천이 되어있다'라는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는 훨씬 더 신뢰를 주어서 탐색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세세한 카테고리와 필터
에이블리는 다른 서비스들보다 디테일하고, 세분화된 필터와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린트부터 소재감, 핏, 디테일까지 도대체 이렇게까지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에이블리는 유저의 스타일 취향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데이터로 개인화하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만 알 것 같은 카테고리가 있었는데요. 정말 원하는 상품이 있을 때, 딱 맞는 그 상품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며, 모르는 패션 용어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소호 마켓
소호 마켓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추구하는만큼 입점한 각각의 마켓 상세페이지에서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 마켓이고 어떤 모델이 있는지 등 마켓 자체의 정보를 상세히 알려줍니다. 각각의 상점에 대한 정보가, 쿠팡, 배달의 민족과 같이 플랫폼 자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개별의 마켓이 상품을 판매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서비스는 이런 것을 정말 잘해요! 하고 끊임없이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반복적인 언어는 결국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이블리는 그런 측면에서 나를 위한 전문적인 데이터 기반 추천이라는 이미지를 지속해서 심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디자인을 할 때,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사용 편리성"이었습니다. UX의 본질이 편안함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는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편리함은 서비스가 주려고 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이지, 서비스의 핵심을 앞설 수 없습니다. 각각의 서비스가 내세우는 가치는 정말 다르고 그에 따라서 다른 서비스로 다른 결과를 냈습니다. 만약 이 서비스들의 UX가 단순히 사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차별성이 없는 서비스가 되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UX라는 것이 초점 맞춰야 하는 것은 편리한 경험이 아닌 우리만의 가치의 경험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느꼈습니다.
이 글로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 전, 그 서비스의 핵심 가치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공감이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