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런치의 주제는 디자인 방법론입니다. 지금까지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해오면서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더블 다이아몬드라는 방법론을 중점으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방법론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며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 내용과 이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될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란, 영국의 Design Council에서 2005년에 개발된 디자인 방법론이며 이 모델은 현재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두 개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시각화한 모델인데요, 문제 상황으로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탐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낸 후 다시 확장-수렴 과정을 거치며 최고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 방법론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당신만의 더블 다이아몬드는 무엇인가요?"
1년 반여 간의 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 학교 생활에서는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워크숍 중에 하나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워크숍의 주제는 'What is your Double diamond?'로 학생들이 Major Project(졸업논문) 주제를 막 정했을 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각자 선택한 주제를 어떠한 프로세스로 진행해나가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가장 대중적인 방법론인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의 형태를 각자의 프로젝트에 맞게 변형하고, 그 다양한 형태를 서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방법론의 틀에서 벗어나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학생들은 기본적인 더블 다이아몬드 형태를 가져가되, 그 안을 무수히 많은 닷(리서치 툴을 의미하는)을 직선으로 배열하는 학생도 있었고, 또 다른 학생들은 그 안에서 여러 개의 원을 배치하여 반복적인 테스팅과 검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다이아몬드 형태 안에서 다채로운 변형을 보여줬다면, 그 형태를 깨버린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왼쪽 하단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인데요, 기존의 형태를 완전히 깨버리는 그 학생만의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만의 다이아몬드가 있어야 한다."
이 워크숍을 통해 튜터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답인 방법론은 없다.'였습니다. 모든 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하고 알맞은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기획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성격, 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다양한 사용자 그룹에 맞게 방법론을 유연하게 활용하여 서비스를 디자인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 상황에 맞게 방법론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서비스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워크숍이 가장 기억에 남는 워크숍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2019 코리아 뷀트포메트라는 포스터 전시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뷀트포메트 코리아는 스위스의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포스터 전시로서 2009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시작하여 점차 스위스 전역, 베를린, 도쿄, 모스크바, 상하이 등 전 세계에서 개최되고 있는 포스터 전시회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단도전(Monochrome Show)'으로 단색만을 사용하여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만의 다이아몬드가 있어야 한다.', '정답인 방법론은 없다'라는 2개의 메시지에서 시작하였는데요,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방법으로 리 디자인한 다양한 더블 다이아몬드 방법론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단의 이미지는 Double diamond process라고 구글에 검색을 했을 때 나온 다양한 형태의 더블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백터화 하고, 그것을 레이어드 시켜놓은 모습입니다.
얼핏 이미지를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형태가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개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붙어있기도 하고, 어떤 파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화살표들이 붙어있기도 하며, 다이아몬드 중심에는 여러 개의 닷이 찍혀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 속에서도 이들은 더블 다이아몬드의 기본인 확장적-수렴적인 사고를 반복한다는 개념만은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듯이, 더블 다이아몬드라는 매우 정형화되어있다고 생각했던 방법론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회사 프로세스에 맞게,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여 사용한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고, 그 다채로운 형태와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일하는 방식,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방식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재미없는 형태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이런 방법론을 가지고도 이렇게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막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법론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이 스텝 다음에는 이 스텝으로 넘어가야 해'라는 식으로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는 방향성을 정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학생으로서 UX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굳이 이 스텝이 필요하지 않게 느껴져도 방법론에 그렇게 적혀있기 때문에 의미 없이 프로젝트의 한 스텝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부분 때문에 많은 디자인과 학생들이 방법론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잊는 실수를 범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더블 다이아몬드를 레이어드 한 그래픽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이지만, 다른 시각으로는 우리의 창의성을 제한해버리기도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This is how designers think creatively."
상단의 포스터는 제가 전시회에 출품한 포스터이고, 하단의 이미지는 전시회 도록과 전시장에 디스플레이된 제 포스터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And this is what blocks designers from being creative."
서비스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방법론에 대한 견해를 글로만 풀어낼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재미있게 시각화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작업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 방법론에 대한 워크숍 내용 공유와 제 생각을 공유해보았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더 커지고 진화하면서 디자인 방법론의 역할과 쓰임새도 지속해서 변화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또 어떠한 방법론들이 등장하게 될지, 기존의 방법론들은 또 어떻게 지속해서 발전해나갈지,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변화되어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