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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의 트래블 북

노트폴리오 매거진| 2022.01.19

여행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이 한층 더 우울해진 요즘이다. 벌써 코로나가 세상을 뒤흔든 지 1년이 지나서다.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화’를 외치며, 아무리 오래 걸려도 하루 정도의 비행이면 세계 어디든 닿을 수 있던 시대가 전염병의 좋지 않은 예후를 가져왔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을 봉쇄하며 코로나 차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발 신종 변형 바이러스가 주변 국가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굳게 잠긴 세계의 문이 당분간 꽁꽁 더 잠길 예정이다.

LOS ANGELES BY JAVIER MARISCAL, 출처: LOUIS VUITTON

이런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의 삶은 지속된다. 코로나 창궐시기가 현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가 이전에 누리던 일상 역시 점차 멀어져 간다. 과거를 그리는 사람들은 일전에 자신이 다녔던 여행사진을 재업로드 하거나 구글 맵을 이용해 온라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바야흐로 ‘비대면 여행’이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콘텐츠는 그만큼 시/공간을 가리지 않아 매력이 있다. 1년 전의 여행이 지금 시점에서 접해도 바로 오늘의 일처럼 와닿기 때문이다.

CUBA BY LI KUNWU,출처: LOUIS VUITTON

같은 맥락에서 <루이비통>이 출시한 트래블 북은 코로나 시대에 여러가지 감상을 제공한다. ‘트래블 북’은 말 그대로 루이비통이 여행한 세계의 도시 하나를 작업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에는 해당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각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일상을 담았다. 오롯이 제 3자의 시선에서 접한 전경을 담아낸 장면은 여행자로서 시각을 제시해 ‘여행하는 이’의 감상을 이끌어 낸다. 무엇보다 이러한 감상을 스케치와 일러스트,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연출함으로써 다양성을 제시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PRAGUE BY PAVEL PEPPERSTEIN, 출처: LOUIS VUITTON

『루이 비통 트래블 북』컬렉션은 독자들에게 하여금 지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가슴 저미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일종의 초대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책장을 넘기면 저명한 작가들의 일러스트와 함께 각 지역의 다양한 건축과 빛깔, 지난날의 추억부터 그곳에 체류하는 이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방문했던 도시와 국가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창작 세계는 매우 다양하다. 출신지가 다양한 참여 작가들은 자유롭게 각자의 표현 방식을 선택하여 스케치, 그림, 콜라주, 현대 미술, 일러스트, 만화 등을 통해 특정 장소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나타낸다. 출처: LOUIS VUITTON

지금까지 루이비통이 다룬 도시는 프라하, 로마, 아일랜드, 하와이, 로스엔젤레스, 쿠바가 있다. 2019년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 이시노리(Icinori)가 한국의 수도 ‘서울’을 다룬 트래블 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상을 영위하는 서울이란 도시를 이국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작업들은 그야말로 낯설고도 익숙한 장면이다. 작업의 대상은 외국인으로 가득한 명동거리와 길거리 음식, 성형 외과, 남산, 청계천이다.

SEOUL BY ICINORI, 출처:LOUIS VUITTON

이시노리는 서울 특유의 삶의 속도와 복작대는 거리, 축제는 물론, 일에 몰두한 상인의 모습, 명동 거리를 열정적으로 물들이는 쇼핑 인파,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이를 위한 뷰티 살롱과 성형외과, 어묵, 만두, 회오리 감자, 김밥, 호떡 등 매력적인 길거리 음식과 같은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들을 수많은 디테일을 살려가며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K팝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장독대의 모습 또한 인상적인데, 그래서인지 고추와 채소를 넣고 절인 발효 음식인 김치의 시큼한 향은 때때로 아침 여덟 시 지하철 공기를 물들이기도 한다.



“서울은 창의적인 기운이 넘치는 유기적인 도시로, 그래픽적으로도 매우 세련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는 디자인의 우수성이나 표지 체계, 원이나 삼각형 등 다양한 기하학적 도형의 유형화 및 기호화 작업의 상당한 수준에서도 드러난다. 간혹 다소 엉뚱한 경우도 있지만 보편화된 느낌의 미적 감각이 도심 곳곳에서 느껴진다. 서울에서는 바로크적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다. 도시 특유의 순간성과 우아함이 한데 섞여 하나의 기적이 탄생한다. 출처: LOUIS VUITTON

루이비통이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모습은 국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듯, 이색적이고 다채롭다. 전세계가 팬데믹에 맥을 못 추리는 지금, 루이비통은 지극히 여행자의 시선에서 우리의 여행을 대신 행하고 있다. 현실적인 해외여행이 힘들다면 루이비통의 <트래블 북>이 시의적절한 대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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