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함께 행복해지는 브랜드 만들기

김승화| 2022.07.15

사람들은 누구나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경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특별한 가치를 좋아한다.
합리적이고 트렌디한 브랜드들이 매년 새롭게 탄생하고 역사와 가치가 담긴 클래식 브랜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의 폭은 굉장히 넓어졌다.

이처럼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레드오션 속, 우리는 불어오는 순풍에 돛을 맡긴 배처럼 무언가에 떠밀려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다 시작한 창업


애초에 나는 창업할 마음이 1도 없었다. (하단 글 참조)

사업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하지만 정말 어쩌다 보니 창업을 했고 법인 전환 후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 즈음, 문득 내가 하고자 했던 사업은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일을 받아 돈을 버는 일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필요성을 느꼈고 곧 작은 지방도시 마을에서 우연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남산마을 전경



남산마을


남산마을은 도심에서도 약간 떨어진 지역 내 소규모 마을이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2,30년 이상 장기 거주한 주민들이며 서로의 얼굴과 사정들을 잘 알고 있다.
남산마을 주요 구성원인 어르신들은 파지 줍기, 건물 청소 등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노인정에 가거나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다) 산책 등 그저 하루를 보내기만 하셨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하루의 절반을 흘러 보내는 것은 이 마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어르신들은 프로젝트 차 방문한 우리가 반가우셨는지 마치 친손녀 친손주처럼 예뻐해 주셨다. 일을 진행하는 내내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며 개인적으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이후 회의감이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브랜드로 재탄생한 <감정>


마을 어르신들과 지내며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은 조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의 감정이었다.
나는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한 집에 살았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분들과 지내며 받은 최고의 혜택은 때마다 계절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과 나의 태도와는 별개로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버릇이 없거나 못된 행동을 하면 혼냈던 부모님과는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기특하고 예쁘게만 봐주셨고, 봄마다 할머니와 쑥을 캐러 산에 갔던 기억도 또렷이 남아있다.

이처럼 남산마을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베푼 따뜻한 온기와 감정들은 어릴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 처럼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친척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


이런 따뜻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이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속 뚜렷한 동기가 생겼다.
또한 평소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이 꽤나 단조롭고 반복되는 상황으로 인해 무기력해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던 우리는 아트웍 프로그램부터 요리 프로그램 지원까지 어르신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 둘 쌓으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어르신들과 함께 한 아트웍 프로그램]
하단 글 참조

한 번도 안해봤쇼.

우리는 이 경험들을 모아 결국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아니, 할머니들과 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말만 거창할 뿐 우리의 브랜드 개념은 아주 단순했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며 느낀 따뜻하고 푸근한 감정'을 실제화하는 것이다.



푸근함과 익숙함, 따뜻함.

푸근함과 익숙함, 따뜻한 감정은 우리가 어르신들을 처음 마주하며 느낀 가장 큰 감정이다. 이전에 알던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와 내가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조부모님 손에서 자라온 환경이 가장 컸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르신들과 편안히 지낼 수 있었고 이 따뜻한 감정들을 곧 소품으로 만들자라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어르신들이 재미있어하셨던 아트웍 프로그램 결과물들을 활용해 페브릭 제품을 만들었는데 비록 목표치는 낮았으나 펀딩에서 100% 이상을 달성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펀딩의 30%는 남산마을 주거취약계층에게 기부했다.

우리의 첫 프로젝트였던 텀블벅 프로젝트
어설프기만 한 릴리의 초기 로고



향으로 표현한 우리의 감정

펀딩으로 우리의 브랜드가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뒤 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만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해 브랜드 컨셉을 설명하고자 했는데 특히 할머니 댁에 방문할 때처럼 편안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을 만들고자 했다.
더불어 좋은 재료들과 인체에 무해한 성분들, 전반적으로 부담 없는 편안한 패키지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해 우리의 브랜드 컨셉을 극대화하며 <그랜마, 마실, 낮잠>이라는 세 가지 시그니처 향을 탄생시켰다.


릴리의 첫 디퓨저 <그랜마>


제품의 제작과 포장 과정에는 어르신들이 함께 동참하길 바랬다. 브랜드 영감의 근원이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을 빼놓고 제품을 발전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는 과정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의 활동이 아닌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 속 보람을 느끼게 된 즐거운 "행위"가 되길 바랬고 이 행복한 감정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해지길 원했다.
어르신들은 이 과정을 위해 교육을 받고 업무 스케줄을 짜며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제품 제조에 함께하는 전문가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캔들 제조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우리의 브랜드는 이제 1살이 되었다. 사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작년 9월부터였으니 이제 막 첫걸음마를 뗀 것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내가 무슨 브랜드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어릴 적 할머니와 마실 나갈 때처럼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하나둘씩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다.

하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사실 매우 치열하다. 어르신들이 일하고 교육받으신 만큼 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익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이 많다. 하지만 에이전시 수입의 일부를 브랜드에 투자하면서 까지 이 일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르신들과 함께 한 경험 역시 행복하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조금씩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 <어르신들이 즐겁게 일하고 소비자들은 이로 인해 만족한다.>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연습하다 보면 진정 함께 행복해지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마치 나물바구니가 비어있도 즐겁게 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처럼 말이다!




함께 행복해지는 브랜드 만들기 마침.

릴리의 더 많은 브랜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하단에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릴리의 브랜드 북을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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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화

예비사회적기업 비유니크 디렉터로 어르신여가생활과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소품 브랜드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브랜드에셋을 총괄 및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대학동기와 소셜창업의 전선에 뛰어들어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 중이며 사회적 가치와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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