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굉장히 거창하다. 사실 디자이너가 쓴 책인지도 알기 힘든 제목이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꼈다. 디자인이라는 것에 이렇게 깊게 들어갈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인트로 부터 임팩트가 있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사람들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가전 제품", "디자인 되었다" 라는 식의 단어들은 디자인이 멋지거나 세련되거나 하는 식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각인되었다는 것.
사실 디자인은 일상생활의 모든것에 적용되어 있어서, 어떨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디자인일 수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이 책 초반부에 흥미를 유발했던 내용은 디자인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이분도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퍼커션 연주자로도 활동 했을 정도였는데, 나도 한때는 락스타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지기 직전에 대학가요제 나가려고 밴드를 만들어서 노래를 녹음하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디자인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맞았고 더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기에 디자이너의 삶을 선택했다.
그렇게 밴드 생활을 접고, 디자인을 하면서도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해서 홍대 인디씬을 기웃거리면서 인디 밴드 앨범 디자인을 하게 됐었다. 그것을 계기로 현재로는 K-POP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들도 하게 되었다. (마마무, 인피니트, 별, 정동하 등등 - 포트폴리오 보러가기 )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음악을 통해서 영감을 받는다. 음악과 디자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인듯 ㅎㅎ
이 책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 디자이너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사토 다쿠'는 탄성 VS 소성 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탄성 : 힘이 가해져 형태가 바뀌더라도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성질
소성 : 힘이 가해져 형태가 바뀌면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성질
디자이너는 탄성적이어야 할까? 소성적이어야 할까? 보통은 원래의 성질로 돌아오는 탄성력이 좋은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소성적'인 사고를 추천한다. 디자이너는 그때마다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변화를 보여도 괜찮다는 것이다.
사실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 초반에는 나의 스타일? 우리 스튜디오의 스타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중간에서 아티스틱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 할 수록 좋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 인것 같다. 아니 변한다기 보다. 갖고 있는 카드가 많아서 클라이언트에 성향에 따라 필요한 카드를 낼 수 있는 다양함과 포용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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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적인 건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상태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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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감성적인 일이라기 보다는 일상적인 감각을 살리는 일이다.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상대방이 이해할만한 말로 언어화해서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왠지 모르게 멋져보이면 된다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세는 통하지 않는다. (디자이너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
감성을 살리기 위한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이란 듣고 말하고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며 발상 능력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능력이다.
업종의 분류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으로 별도로 나누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관여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디자인이 물 같은 존재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 조금은 거창한 이야기 같긴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되는 물건이더라도 그 또한 디자인 된 것이긴 하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있기 전부터 디자인이 되어져 오긴 했을 것이다.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물도 의미가 맞지만, 소성적 사고라는 단어와도 물은 잘 연결된다. 물 처럼 외부의 요인에 따라 천차만별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부가가치란 무엇일까? 기존에는 없던 가치를 부가적으로 만들거나 더했다는 뜻일텐데, 이 부가가치라는 단어가 병적이었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바닷가의 돌멩이를 주어와서 책상 위 서류를 눌러두기 위한 문진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돌멩이의 부가가치가 아니라 몰랐던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부가와 발견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아무것도 아닌 제품에 라벨이라는 것을 붙여놓고 부가가치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분노한다. 나도 그렇다. 그것은 브랜딩이 아니다. 부가가치도 아니다. 언젠가 들켜버릴 눈속임일 뿐이다.
언뜻 듣기에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느낌이겠지만, 저자는 '적당히'를 완벽하게 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 바로 전 단계에서 멈추고 완성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로 드는 것은 젓가락, 보자기, 병풍을 이야기 한다. 이것들은 무언가 더해질수도 있지만 그 전에 멈췄다. 젓가락 만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제품이 있을까? 이 젓가락은 단지 길쭉한 막대기 2개 이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보자기 또한 그렇고, 병풍은 때로는 공간을 나누는 벽으로도 쓰이고, 때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된다.
저자는 이런 디자인이 "적당하다"고 표현한다.
대증 요법은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복용해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고, 체질 개선은 머리가 아픈 이유를 찾아 식사나 운동이나 수면 등의 방법을 개선해서 신체를 조정하여 두통을 치유하는 방식이다.
대증 요법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기업의 브랜딩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응급적으로 치료하려고 하면 언젠가 본질적인 문제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결국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그래서 "일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이거 부터 해결하고~" 이런식으로 했다가는 본질적인 문제는 덮어주고 더 곪게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비교하고 싶다.
성형수술 VS 습관성형
성형 수술은 내면은 그대로 둔채 외면만 업그레이드 한것이라면 습관 성형은 나의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켜서 나의 외형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성형 수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내면이 더 단단해 지고 좋게 변화하는 것도 많이 목격한다.)
어쨌든 좋은 디자인을 만드려면 성형 수술보다는 습관성형을 추천한다. 기업과 브랜드의 생각을 바꾸고 그로 인해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외형까지 좋아지는 것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디자인도 제시하지만, 방향성이 전혀 다른 것도 제안한다."
경험을 해보면 디자이너가 봤을 때 좋다고 한것을 클라이언트가 고르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만약 그런 사황이 생긴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이 나의 디자인의 진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기업 혹은 브랜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있은 것은 아닐까?
우리가 흥미를 끄는 상품은 무엇인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품이다. 즉 '이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상품이야 말로 우리에게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의 매력은 바로 '위화감' 이다.
네이버 어학 사전에는 '위화감 : 조화되지 아니하는 어설픈 느낌'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감은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위화감이 있어야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무채색의 버섯이 수만개 있는데, 그 중에 빨간 버섯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위화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이 빨간 버섯이 수만개 있다면? 그 중에 무채색의 버섯이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다. 내 제품이 갖고 있는 속성보다도 제품의 카테고리의 일반적인 속성을 파악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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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디자인된 사물 내부에 존재하는 진정한 가치와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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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정의는 이걸로 끝이라고 본다. 사물 내부에 존재하는 진정한 가치를 인간과 연결하기 위한 매개체. 우와.. 이게 디자인이다. 본질. 그 제품의 본질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본질을 꿰뚫어보기 위해서 "디자인 해부"라는 작업을 했다. 한 브랜드, 한 제품을 놓고 그것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을 뜯어내서 그것을 전시로 만들었다. 이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 주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영상으로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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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lllayer(레이어) CEO & Cre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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