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뜨거운 8월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총 다섯 개의 팝업을 마무리했다.
작은 테이블만 꾸밀 수 있었던 백화점이나 마켓 등 기존 4개의 팝업과는 달리, 나름 매장의 구색을 갖춘 서울숲에서의 팝업스토어는 새로운 만남과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의 시간들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고급 아파트와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뜨는 동네'에 릴리도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꽤 신이 났었다.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한 이유

명품 브랜드들 조차 공식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마케팅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요즘,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할까 싶지만 향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직접 현장에 나와 우리의 무드를 전하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소규모 브랜드가 매장을 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으며, 당장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할 여건은 없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동안 우리의 브랜드 철학을 이해해주신 많은 기획자분들 덕분에 백화점이나 플리마켓, 팝업 등에 종종 참가할 수 있었고, 이 연습들을 발판 삼아 라는 좋은 공간에서 2주 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렌트

<프로젝트렌트>는 브랜드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주로 성수와 서울숲에 위치해있다. (자세한 위치는 홈페이지 참조)

최근 주목을 끌었던 롯데월드 캐릭터 나 의 팝업이 프로젝트렌트에서 진행되었고, 뉴발란스 키즈 스토어와 부산의 핫한 커피들을 한 곳에 모아둔 부산 커피 위크 등이 진행되었다.

또 메이저급 브랜드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작은 브랜드도 심사를 통해 공간을 대여해주니, 소규모 브랜드에게는 매장을 직접 운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수 있게 되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프로젝트 렌트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면 1호 점부터 4호점까지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을 볼 수 있다.



남산의 봄

이렇게 시작된 서울숲에서의 팝업은 <남산의 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남산의 봄은 삭막한 남산지구에 따뜻한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도시재생 사업을 계획했던 운영사 대표님이 만든 의미 있는 슬로건이기도 하고, 릴리를 통해 남산에 완연한 봄이 왔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문구를 소개하고 싶었다.

또, 동일한 주제로 진행했던 아트웍 클래스의 결과물들을 가지고 아기자기한 꽃그림이 담긴 굿즈와 초대장, 홍보물 등을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어르신들의 그림을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릴리의 서울숲 팝업이 진행됐던 곳은 프로젝트렌트의 네 개의 지점 중 1호점이었는데, 작은 평수와 적은 예산안에서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지 않았지만, 릴리의 메시지를 최대한으로 공유하기 위해, 패키지 박스를 활용한 디스플레이와 남산의 무드가 담긴 베너를 걸어 공간을 꾸몄다.

또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목에 시그니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입간판에 향기를 뿌려 세워두었더니, 자연스럽게 향기에 이끌려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이 꽤 있었고, "밖에서 나는 이 향기 뭐예요?" 하는 질문에, "아, 이 향은 그랜마라는 향인데요-"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던 과정이 즐거웠다.

이처럼 이주 동안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남산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봄이 온 듯한 기분이었다.


서울숲에서의 경험은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다양한 연습을 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사례였다.
고정비용이 얼마나 나가는지,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시간은 언제인지, 우리의 브랜드를 좋아하시는 주 연령대는 몇 세인지, 또 향을 다루는 매장이다 보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짧게나마 실험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는데 무턱대고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보다 이렇게 좋은 플랫폼에서 먼저 운영할 수 있어서 꽤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또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숲이라는 좋은 자리와 프로젝트렌트에서 함께해주신 SNS 홍보 또한 방문객 수에 한 몫했다.

처음이어서 아쉬웠던 것들도 많았다.

우선 에이전시 일에 치여, 매장 운영 준비를 제대로 못했던 것도 있었고, 박스의 디피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해서 다음번에 또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또 주요 제품들의 크기가 작다 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남았고, 베너와 함께 식물들을 배치했으면 어떨까 싶다.

무더운 날씨 또한 아쉬웠다. 팝업 기간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라 문을 활짝 열어놓지 못했는데, 여담으로 먼지 때문에 문을 열어놓고 물품을 정리했던 두세 시간 동안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다들 향에 이끌려 들어오셨다고 한다)하지만 아쉬운 것들을 뒤로하고 역시나 이번 팝업은 나에게 또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번 팝업을 계기로 로티로리 하우스와 콜라보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몇몇 분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우리 브랜드에 대해 꽤 자세히 소개해주셨다. (감사합니다!)

또 이번 기회를 연습 삼아 2021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부스에도 함께한다.


*일일호일의 블로그
[링크앤라이프 릴리] 고령화와 지방도시소멸 문제 동시에 해결한다


롯데월드 로티로리하우스 콜라보 캔들 (스누즈향)

오프라인 스토어의 순기능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가장 만족했던 것은 기대한 대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무엇이 좋고 나쁜지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릴리가 제품군을 늘려나간 이유 또한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이 건네준 의견 덕분이었다.

또 릴리의 브랜드 스토리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어르신 일자리에 대해도 궁금해하고 응원해주셨는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응원해주셔서 릴리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시간을 내어 놀러 와 준 지인 분들께도 고마웠다.
공방 매니저님과 본사 팀원들이 서울과 천안을 매일 같이 오갈 수는 없어, 평일은 거의 혼자 매장을 지키다시피 했는데, 서울숲 부근의 맛있는 디저트를 사들고 찾아와 준 지인들 덕분에 꽤 즐거웠으며, 특히 서울숲에 매장을 열었다며 성공했다고 찾아와 준 친한 언니 부부 덕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비대면 시대라지만 우리의 첫 팝업 매장은 한 층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개인의 취향만큼과 더불어 상생과 공감이 중요해진 요즘, 사람들과 만나 함께했던 우리의 첫 오프라인 매장은 꽤나 가까웠고 훈훈했다.

설치 풍경들

마지막으로 설치 완료 후 나(왼)와 내 친구(오른쪽)의 모습




작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