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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RIOSITY 08 : '뭔가 다른' 브랜드란

케세라세라| 2022.06.15

하늘 아래 같은 색조가 없다고 하지만, 하늘 아래 같은 피부도 없죠. 저는 코스메틱 브랜드 중에서는 Besame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레트로한 패키지 디자인에 진하고 크리미한 색상도 좋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특유의 분위기가 Besame를 유독 사랑하게 하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찾은 화장품이 브랜드 탄생의 이니셔티브라는 스토리도 무척 와닿았거든요.
여러분에게도 저의 Besame처럼 이 감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고집하는 브랜드가 하나쯤 있으실 거예요.

오늘은 케세라세라의 디자이너들이 고른 '이 감성은 여기밖에 없는' 브랜드, hince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Mood를 구현하는 브랜드, h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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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hince는 '칠하고 회사 가도 되는' 색을 만드는 매니큐어 브랜드입니다.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은은한 색상을 좋아해요.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차분하고 절제된 컬러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제품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는 컬러와 텍스트가 모두 어른스럽고, 내추럴하며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타깃도 아주 명확합니다. hince는 주 소비자인 MZ세대나 2030 여성을 '열망을 가지고 사는 이’들, '개개인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hince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인핸서enhancer이고, hince를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사람들인 거죠.


hince는 밀도 있고 풍부한 컬러를 통해 당신의 고유한 분위기를 쌓아올려 잠재되어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현시키는 Mood Narrative 메이크업 브랜드입니다. 힌스는 스스로의 신념과 열망에 확신을 가지고 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에 활력을 제공합니다.


hince의 브랜드 소개 페이지를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입니다. 소갯말처럼 hince는 사진과 이름, 주력 상품과 웹사이트부터 SNS에 이르기까지 사용되는 톤 앤 보이스 전체가 '나 다움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hince의 컬렉션을 설명한 카피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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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veil Your True Self, Shine Your True Light, New Depth Inside You,Glow From Within, My Own Attitude, Signature Me,Own Your Moment, Breeze of New Change


각각의 컬렉션 페이지에 사용된 단어와 문장들은 아주 집요하게 '나 자신'과 '내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품명과 컬러 라인업도 매우 인상적인데, 이번 컬렉션을 보며 모두가 한 이야기는 "이번에는 색조가 좀 강렬해졌네요."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컬렉션 카피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가 불어온다.'고요. 이제 라인업이 왜 부쩍 컬러풀해졌는지 알 수 있겠군요.
...혹시 여기에 숨겨진 서사(narrative)를 발견하셨나요?




차별화도 훈련된다.




'hince를 사용하면 나만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다.'
'hince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신념과 미학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반복적으로 노출하기만 한다고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캘린더 위에 적어두는 '식비 줄이기'라는 메시지는 매일 보는 메시지이지만 언제나 공허하거든요.

'hince를 사용하면 나만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는 숨은 전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에 대한 믿음입니다. 우리는 참치 캔 안에 참치가 들어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통조림을 구매할 수 있고, '농약 없이 재배했다’는 선언을 믿기 때문에 무농약에 기꺼이 더 많은 값을 지불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대상과 나 사이에 맺은 약속이 실제로도 틀림 없을 거라는 마음이 믿음입니다. 위의 메시지에는 'hince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숨어있는 셈이죠.

이 신뢰 경험이 반복되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애착1으로 변화합니다. 이따금씩 제품의 성능이나 유행과는 관계 없이 설명하기 어려운 소비자의 충성도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이 신뢰 경험과 교류가 반복되면 지금 당장 제품을 구매하거나 접촉하지 않아도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강한 유대감2이 형성됩니다. 브랜드가 나와 대등하게, 서로간의 약속을 지키며 각자의 신념을 실현해줄 것이라는 일종의 동료의식이에요.

제품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렀다면 여러 대체재들 가운데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브랜드의 이미지에 달리 됩니다. 이 이미지는 선형으로만 전달되는 문자 요소와 비주얼 요소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형성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기획과 수용 사이에 괴리가 크지 않은지 확인하면서요.

hince의 이름 앞에 '역시’를 만들어주는 고객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품, 대외홍보, 디자인, 매장 디스플레이 등 수많은 수단을 통해 고객의 기대라는 약속을 아주 차근차근, 꾸준하게 이행한 결과물이겠지요.


다시 한 번, 제 '식비 줄이기’가 공허한 까닭은 그 전제에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찔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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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J

"hince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사진과 컬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요.어른스럽고 고혹적인 컬러 팔레트와 차분한 사진톤이 잘 어우러져서 인상에 남았어요. 글자를 읽지 않아도 어떤 브랜드인가 하는 정보가 감성으로 느껴지죠."

© hince 공식 인스타그램



타이포와 컬러만 활용한 패키지와 제품 디자인도 멋져요. 첫 인상부터 모던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자신감 있는 느낌이 전해지거든요. 그 제품이 해당되는 컬렉션이 어떤 분위기인지도 짐작할 수 있어요.


© hince 공식 인스타그램


© hince 공식 인스타그램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도 좋았어요. 제형이나 컬러, 문질렀을 때 발색 같은 정보들이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전해지더라구요. 색상과 질감에 대한 정보가 제품을 구입하기 전부터 구입한 뒤에도 머릿속에 이미지로 확실하게 남게 돼요.



디자이너 G

"hince가 처음 기억에 남았던 건 패키지 때문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파운데이션 패키지가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컬러뿐만 아니라 형태, 촉감도 굉장히 독특했거든요.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보니 제품을 만질 때 느낌을 중요시 한 것 같았어요.피부를 싸악~ 감싸는 듯한 느낌이 패키지에서부터 전해진달까요?"




© hince 공식 인스타그램


(위)All about attitude와 (아래)Signature Me의 뚜렷한 콘셉트


시즌별 컬렉션이나 그때그때 미는 제품 라인에 따라서 사진 톤이나 그래픽, 폰트, 컬러 등을 컬렉션/라인 별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줘요. 덕분에 컨셉 구분도 확실하고 그 컬렉션이 말하고 싶은 무드가 아주 잘 전달돼요.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너무 좋아요. 제형이나 직접 피부에 발랐을 때 느낌을 잘 표현해주죠.


'그림' 같은 컬러, 질감, 제형 뷰

© hince 공식 인스타그램


밀도있고 풍부한 컬러를 통해 당신의 고유한 분위기를 쌓아 올린다.’는 hince의 브랜드 매니페스토처럼 제품 라인도 그에 맞춰서 출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나 올 여름에 나온#뉴엠비언스컬렉션 은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패키지도 너무 감각적이었어요.



바쁜 사람을 위한 세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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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성능, 기능적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 성숙하면 기능의 우수성보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브랜드 애착 형성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브랜드를 향한 애착은 브랜드가 연출하는 이미지와 소비자가 상상하는 아이덴티티가 부합할 때 형성됩니다.
-대상을 정확히 지정할 수 있는 문자와는 달리 비주얼 요소는 장면 구성 방법과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 다른 맥락을 전달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문자와 시각 요소 두 가지를 이용해 브랜드와 소비자 양쪽이 긴 시간을 가지고 약속과 이행을 반복해 만들어집니다.



기사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케세라세라와 함께한 브랜드의 발자취를 좀 더 보실 수 있습니다.

▶ 케세라세라의 프로젝트 더 자세히 보기
http://queserser.co.kr/projects



1 안광호, 박지연, 윤동주, 2018.02., 『경영학연구』, 47권 제1호, pp1~242
2 Lima, Mafalda & Fernandes, Teresa. (2015), Relationship Bonds and Customer Loyalty: A Study Across Different Service Contexts. Lecture Notes in Business Information Processing.
참고 : 김우성, 허은정, 2007. 소비자 체험마케팅의 핵심적 특성들과 기여에 대한 고찰, 『한국생활과학회지』, 16권 1호, pp8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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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따금씩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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