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에서 2022년 3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공예에서 벗어나 재료와 사물, 기계, 인간, 환경 등 공예와 관련된 수많은 행위자들 사이의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전시한다. 전시는 <대지의 사물들>, <생활의 자세들>, <반려기물들> 등의 총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대지의 사물들
공예는 인간 - 사물 - 자연이 상호매개되고 결합된 광범위한 결과물들의 총체입니다. 이들 사이의 다양한 네트워크는 결합과정에서 그 의미가 끊임 없이 변화되고 새롭게 생성됩니다. 공예는 단순히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인간, 사물, 재료, 기계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만남과 배열을 통해 끊임없이 상징들을 생성하는 유기체입니다. <대지의 사물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공예와 예술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공예의사물성이 새롭게 인식되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꽃과 풀, 나무와 새들로 가득한 숲이 연출되어 있다. 하지만 백색으로 통일된 대지의 모습은 다가갈수록 어딘지 두려운 낯설음을 드러낸다. 주입성형(Slip Casting)으로 제작된 백자 오브제들의 섬세함, 마치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생생함은 이런 두려움을 더욱 강화한다. 이 작품들은 지금의 생태 환경 위기로 잉태된 '변종' 생명체들이다. 순백의 아름다움은 생명체의 무력함으로, 또는 혼종, 기형, 과잉으로 대체된다. 작가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반성하고 인간과 비인간, 자연의 공존과 조화로운 삶을 역설한다.
생활의 자세들
한국의 좌식문화를 계승하고 현대화하는 시도입니다. 좌식과 온돌문화는 한국에 있는 매우 독특하고 독창적인 생활방식입니다. 입식 위주의 서양 가구와는 달리 입식과 좌식 모두를 요구하는 현대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공예와 가구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공예가들에게 주어진 엄청난 기회와 도전의 영역입니다.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입식과 좌식이 결합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입식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좌식 문화와 명상을 위한 공예들은해독제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반려기물들
인간과 평생을 함께하는 반려기물. 그 속에는 시공을 잇고 뛰어넘는 수많은 추억과 비밀, 그리고 내러티브가담겨 있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 백 년, 천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기물들입니다. 전통 장신구부터 가구, 사진, 현대 공예가들의 아트 주얼리를 선보입니다. 반려기물은 개인과 개인을연결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문명을 잇는 고리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사물의 의미를 재해석하는데 있다. 그간 공예는 인간의 여가시간을 채우거나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을 꾸미는 객체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사물을 대하는 그간의 방식을 달리 정한다. 이들은 그동안 생명 없는 재료로만 취급해온 다양한 사물을 통해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보이며 천연자원의 남획과 플라스틱 남용으로 인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인간중심의 '일방적 세계화'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다룬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의 태도와 사회의 실천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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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2년 3월 16일 – 2022년 5월 29일
운영시간 AM 11:00 - PM 6:30 (*월요일, 설날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장소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
문의 문화역서울284/ 02-3407-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