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
2부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디자인 씽킹이 무엇인지 IDEO의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고, 2부에서는 이 디자인 씽킹을 이용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디자인 씽킹이 무엇인지 이름만으로는 사실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을 배워보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고 나니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로서 진작에 읽고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다.
저자 팀 브라운 (Tim Brown)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의 CEO이다. 디자인 씽킹을 만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회사 IDEO에서 디자인 씽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기업들의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고,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사회의 문제도 해결한다. 그렇게 IDEO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었다.
디자인 거장 팀 브라운. 디자이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겠지만, 기업가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거장의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이 책은 2010년에 초판이 나왔었고, 2019년 4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근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라, 최근 사례도 어느 정도 담고 있었다. 그중 개정판 서문에서 이 책 [디자인에 집중하라]를 통해서 설파하고 싶은 핵심이 2가지가 있다고 했다.
1. 디자인 씽킹은 오늘날 디자인이라는 도구로 비즈니스와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판을 넓혀줬다.
2. 디자인 씽킹은 숙달된 디자인 전문가의 작업능력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고방식과 방법론을 완전히 습득하기를 바라는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디자인 씽킹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범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비즈니스와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다룰 수 있고, 디자이너뿐 아니라 누구든지 접근해야 한다니. 팀 브라운이 말하는 디자인 씽킹이 과연 무엇일까.
디자인 씽킹은 사람의 요구, 기술의 가능성, 비즈니스 성공의 요구 사항을 통합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툴킷에서 도출된 인간 중심의 혁신 접근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디자인 씽킹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며 프로세스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필승 공식 같은 것은 아니다. 인간 중심적이라는 중요한 뼈대를 갖고 프로세스를 따라서 하나씩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느낌이다.
이 디자인 씽킹을 실행하는 과정에 크게 3가지 공간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영감(Inspiration)의 공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얻어낸 통찰력이 존재하는 공간
두 번째. 아이디어(Ideation)의 공간
통찰력이 신선한 발상으로 표현되고 승화되는 공간
세 번째. 실행(Implementation)의 공간
그중 최상의 아이디어를 골라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전시키는 공간
이 3가지 공간이 하나하나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을 하는 과정이 물론 다 중요하지만 실행의 과정에 대해 강조한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되지 않고 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디자이너에게 제약은 어쩌면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제약 사항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아래 3가지 기준에 맞춰서 아이디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1. 실행력 (Feasibility)
가까운 미래에 기능적으로 구현 가능한가
2. 생존력 (Viability)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
3. 호감도 (Desirability)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또는 소비자들을 위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가
만약 내가 소비자들에게 뭘 원하느냐고 물었더라면 아마도 '더 빨리 달리는 말'이란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 헨리 포드
위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의 방법을 활용하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것은 통찰 → 관찰 → 공감이라는 3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1. 통찰 : 소비자의 삶을 통해 배우기
2. 관찰 :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지켜보기
3. 공감 :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기
팀 브라운은 소비자의 모습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직접 겪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예로 한 병원의 응급실 경험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환자가 되어 자신에 가슴에 카메라를 달고 응급실 체험을 모두 녹화하는 방법을 통해서 통찰력을 얻었다고 한다.
디자인 씽킹에서는 사고의 종류를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집중적(Converge) 사고는 좋은 아이디어를 추려내는 것이고, 확산적(Diverge) 사고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혹자는 그거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개인적인 경험으로 답하자면 "없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걸러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중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아이디어도 내보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싶은 심보는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산적 사고의 방법 1.
확산적 사고를 하기 위해 좋은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이야기한다. 브레인스토밍은 3명 이상이 모여서 자유롭게 아이디를 내는 회의 방식을 말하는데, 여럿이서 얘기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풍부하게 나올 수 있다.
1. 판단은 뒤로 미루라
2.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장려하라
3. 주제에 계속 집중하라
4. 타인의 발상을 참조하라.
팀 브라운은 4번을 강조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개인마다 삶의 스토리가 다를 텐데,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그 사람만의 아이디어를 더하면 분명히 더 좋은 아이디어,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 아닐까.
확산적 사고의 방법 2.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의 핵심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배운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사결정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말이나 글로 설명할 때보다 그림으로 그릴 때 더 많은 결과물과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다.
집중적 사고의 방법
포스트잇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 '계속 진행해야 할 아이디어'에 부착하는 것으로 아이디어를 추려낸다. (혹은 포스트잇으로 계속 늘려가다가 필요 없는 아이디어의 포스트잇을 띄어내면서 추려가는 방법도 좋다.)
프로토타입은 시제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 디자인 씽킹에서의 프로토타입은 시제품 수준보다 훨씬 더 러프하고, 날것인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 있는 최소한의 제품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손으로 사고하기"라고 표현한다.
예로 애플의 첫 번째 마우스를 디자인했던 것을 이야기하는데, 데오드란트의 롤러볼을 버터가 담긴 플라스틱 접시 밑바닥에 붙여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단지 제품만이 아니라, 공간이나 서비스에서도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것은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UI 쪽에서도 이 프로토타입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프로토타입 제작 툴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간단하고 저렴하게 제작돼야 한다. 프로토타입을 세련되게 다듬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조악한 아이디어가 상용화를 위해 지나치게 작업이 되는 경우가 생기거나 모형 제작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어 더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리고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디자인 싱킹에서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인간이란 존재를 다른 종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는 많은데, 그중 하나는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아이디어에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문제 해결과 디자인 싱킹에 대한 인간 중심적 접근방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진 이른바 '4차원'의 변화. 디자인 씽커라면 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양대 축을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도구를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1. 청중을 스토리텔링의 화자로 만들기
서비스나 제품을 체험해보고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 사람에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줄 것을 권유해서, 청중을 스토리텔링을 주도하는 화자로 활용해야 한다.
2. 프로젝트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초기 혹은 끝난 후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스토리를 기자나 작가를 고용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한다.
3. 인터랙션 디자인
빌 모그리지 "우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를 디자인하는 것". 소프트웨어 디자인 영역에서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은 스토리보드와 시나리오등 다른 분야에서 빌려온 담화 기법을 활용한다.
책은 크게 1부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 / 2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로 나뉘어 있다. 위 내용들은 1부의 내용들로 디자인 씽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활용했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면 2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IDEO가 오랄비의 어린이 칫솔을 디자인한 적이 있었는데, 손에 고무 손잡이를 달아서 악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칫솔을 잘 잡고 양치할 수 있게 했던 프로젝트였다. 어느 날 우연히 팀 브라운이 어느 해변을 거닐다가 해변가에 썩지 않고 꽂혀있던 오랄비의 어린이 칫솔을 발견하고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 것이다.
이 디자인 씽킹이라는 방법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기업이 의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업이 자본을 축적하는데만 쓰일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영리가 아닌 사람'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 빅터 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의 저자 빅터 파파넥이 했던 말처럼 디자인이 단지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삶 속에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친숙하고 아주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단어의 뜻이 더 깊고 무겁게 느껴진다. 직업을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더욱더 느끼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