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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RIOSITY 07 : ‘대세’ 사이에서 튀는 법

케세라세라| 2021.09.02

언제부터인가 대형마트에서 꽤 다양한 종류들의 채식 상품과 대체식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형마트의 채식 코너와 비건 간편식들


여러분들도 아마 한 번 정도는 채식 원료나 대체 식재를 사용한 제품을 드셔본 적이 있을 거예요.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대체육 메뉴를 선보이면서 호기심에 사먹어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 서울특별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자치구별 채식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비건’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훨씬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요.

동물복지 개념에서 시작된 비거니즘은 환경주의와 만나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식음 트렌드 중 하나였던 비건은 '가치 소비' 열풍을 타고 실생활 이곳저곳으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동물성 소재를 사용한 의류를 거부하거나,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은 소비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혹시 유명 명품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보신 적이 있나요? 피드 덧글 여기저기에서 동물성 소재 사용여부를 묻거나, 모피, 가죽제품을 향해 강하게 개선과 대체를 요구하는 사용자들과 그들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유저들을 볼 수 있습니다.


Vegan Fashion Week ©The Hendrys


이들 명품 브랜드들도 자신들의 제품에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퍼 프리 선언을 하거나, 대체 소재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뷰티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 또는 달팽이, 말 기름 등 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화학 성분이나 인공향료를 최대한 배제한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건’을 찾는 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오늘은 은은하게 타오르는 뜨거운 감자, 무시할 수 없는 화력의 '힙한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힙'해서 비건을 고른다.

최근 시장에서 비거니즘이 눈에 띄는 까닭이 단지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 신념에 따라 동물성 소재가 포함된 것은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까요?
인스타그램 속 60만 건이 넘는 #비건 해시태그가 모두 엄격한 비건을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앙일보


실제로 최근 소비자들은 비건을 까다롭게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유행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간헐적 채식의 형태로 비거니즘에 참여하기도 하고, 한 번 정도 자기관리를 위해 채식에 도전하거나, 흥미로운 #챌린지 의 일종으로 비거니즘을 보고 있죠.

이처럼 요즈음의 비거니즘은 채식, 로 푸드(Raw food) 등의 어떤 식습관, 식음에 대한 경향에 한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동물성 소재나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완성된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는 과정까지 동물권과 생명윤리가 지켜지고 있는지 검증하기도 하고, 사회적 인식이나,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따지는 등 그 범위가 점차로 넓어지고 있죠.

라벨을 떼어내고 출시되는 생수들


유통업계에서는 무라벨 음료, 무라벨 과일 등 라벨을 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제품 매출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합니다. 비건 식당을 찾는 손님의 90%는 일반 손님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자신이 채식주의자이거나, 비거니즘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현상은 의외로 자신의 부나 성공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플렉스(Flex) 트렌드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희소성은 물론 자기관리를 잘 하는 모습을 뽐내고 싶어하고, 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혼자서 물건을 고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쇼핑을 할 때,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빈도 수가 증가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관찰된 바 있습니다. 이 결과는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과시적이라는 것을 나타내지요.

같은 맥락에서 비건 식당을 가거나, 비건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남들과는 다르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들은 비건을 소비하는 그룹이 소비자들이 평소부터 비거니즘을 엄격하게 실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호기심에 방문을 해보거나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비거니즘을 택한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친환경적으로 보이게 노력해야 할까?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비건 브랜드 Aveda, Dr.Bronner's, Lush, Melixir.


그런데 의외로 으레 '친환경적 느낌’인 디자인이 반드시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친환경적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같이 놓여있을 때는 친환경 패키지에 이끌리지만, 친환경적 제품들 가운데서는 거칠거칠한 크래프트지 질감이나 중성적인 색상 팔레트, 깔끔한 산 세리프 같은 '깨끗해보이는' 디자인이 뚜렷한 영향력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친환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면 위와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패키지, 친환경 디자인을 유의하기 시작하면서 라벨을 제거하거나, 패키지 디자인을 통일했을 때 다양한 제품들 사이에서 브랜드를 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난점도 생겼죠.

이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트렌디하고, 쿨해보여야 하죠. 위에서 살펴본 트렌드에서도 관찰할 수 있듯이 비거니즘이라는 트렌드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두 엄격한 비건은 아닙니다. '친환경적인데 힙한’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힙한데 알고 보니 친환경적’인 것을 고르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오가닉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 없이 성공한 비건 브랜드는 자신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있을까요? 아래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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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시에Glossier


화려하고 밝은 색상, 팝한 그래픽 모티프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글로시에는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크루얼티-프리 브랜드입니다. 글로시에의 특징이라면 무척 뚜렷한 페르소나죠. 짙고 알록달록한 메이크업 대신 필요한 만큼만 화장을 하고, 본인이 가진 매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여성이 글로시에가 상정하는 고객 페르소나입니다.

글로시에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도 이른바 글로시에 핑크라 불리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분홍색과 깔끔한 산세리프 계 폰트, 자신만만하고 즐거워보이는 톤 앤 보이스를 통해 이 페르소나를 잘 끌어당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죠.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구매자가 처음 볼 모습을 고려한 구성과 디자인.


특히 막 집에 도착한 택배 상자를 뜯어보았을 때 느낄 즐거운 기대감을 극대화시켜줄 디자인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글로시에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문 마스크는 상품 윗면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하여 주로 상품의 윗면을 보게 될 소비자의 경험을 고려했습니다. 이것은 글로시에의 구매자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여, 상품을 처음 눈에 담는 위치가 측면이 아니라 윗면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본품을 '내려다보게' 될 소비자는 뚜껑을 먼저 보게 된다. 글로시에의 'Moon Mask'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지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포장지와 패키지 디자인에 힘입어 공식 어카운트도 사용자의 리뷰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리그램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글로시에를 자발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글로시에가 이렇게 거친 질감이나 녹색 같은 표준화된 친환경 디자인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화장품 구매 고객들이 보여주는 특징과 관련되어있습니다. 화장품 소비자들은 구매자와 소비자가 후기를 통해 제품 정보를 많이 주고받는데, 구매자들은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서 자신이 해당 제품을 선택한 까닭을 매우 적극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코스메틱&뷰티 분야의 구매 후기는 기능과 발색, 발림성 등은 물론 이것이 얼마나 윤리적으로 옳은 제품인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홍보하는 특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먼저 나서서 제품의 친환경적 공헌도를 어필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제품 성능은 물론 브랜드 가치까지 홍보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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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틀리Oatly

요즘 핫한 스웨덴의 로컬 비건 식품 브랜드, 오틀리는 처음부터 이렇게 과감하고 힙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대대적인 리브랜딩이 이루어지기 전 오틀리는 깔끔한 타이포에 신선해보이는 색을 자주 활용하고, 제품의 장점을 메인으로 한 카피를 통해 브랜드를 나타내었습니다.

리브랜딩 전의 오틀리 제품들.


오틀리의 제품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고, 몸에 이로운 영양분은 극대화시켰으며,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우유와 아주 비슷한 맛으로 대체유음료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었으니까요. 기존 오틀리의 이미지는 제공하는 제품의 기능적 측면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무해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한 이미지였지요.

리브랜딩 후의 오틀리. 하단에 '귀리음료로 바꾸고 이산화탄소 73%를 절감하시죠.'라는 문구가 보인다.


2015년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한 뒤의 오틀리는 자신의 브랜드를 다른 방향으로 어필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은 마치 손으로 직접 쓴 듯한 거칠고 볼드한 느낌으로 바뀌었고, 정직한 브랜드 가치는 미사여구를 과감히 생략해 직설적이다못해 다소 건방지게 느껴지는 메시지로 표현했습니다.
타 브랜드와 업계의 견제가 있을 때에도 걸러지지 않은 말로 반박하고, 오히려 상황을 지켜볼 소비자들을 끌어모아 오틀리가 옳다는 것을 보라며 도발하기도 합니다.


유기농 식품, 대체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브랜드는 시장에도 숱하게 많습니다. 오틀리는 수많은 브랜드들에 의해 너무 많이 어필되어 경쟁력을 잃은 장점은 아예 생략해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했습니다. 제품 패키지에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고, 다른 식품 업계를 상대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공개해보라'며 과감한 도발을 시도하기도 하죠.0
오틀리의 사례는 이미 너무 많이 사용된 강점(원재료, 효능 등)을 버리고 브랜드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어필한 경우
입니다. 전달 방식도 오로지 솔직함만 고집합니다.


물론 브랜드가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듯 위의 사례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글로시에는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과반수가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라는 점을 고려하였고, 입소문의 힘이 매우 강한 업종이라는 부분을 영리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오틀리는 시장경쟁력이 떨어진 강점 대신 사회적 기여도를 세일즈 포인트로 잡은 케이스죠.

바쁜 사람을 위한 세 줄 요약


-'비건’이 어떤 가치관이나 지향을 가리키는 단어에서 점차 라이프스타일의 일종을 말하는 단어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에 늘 윤리적인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환경이 메이저한 플로우가 되면서 수많은 친환경 디자인이 생겼습니다.
이 사이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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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따금씩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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