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Good-s. 이것은 상품이 아니라 가치입니다.

케세라세라| 2022.03.18


1. ‘비싼 것’이 아니라 ‘뭘 좀 아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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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식당에 가면 차림표를 먼저 보고, 중요한 자리에 나서기 전에는 차림새를 돌아본다. 가령 식당의 차림표는 이곳의 요리사가 무엇을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으며, 어떤 것들을 내어줄 수 있는지 소개한다. 메뉴 설명에 보이는 산지직송, 유기농, 전통식 같은 수식들은 주인의 안목을 보다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좋은 자리에 초대받았다면 주변에 선 다른 사람들의 머리모양과 장신구, 신발, 몸을 감싼 옷의 옷감을 보라. 그가 이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꾸몄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혹 복장이 자유로운 업무환경에 있거나, 여러 손님을 맞이하는 업종에 있다면 마주치는 사람과 자주 들르는 사람을 살펴보라.



출처: Unsplash(저작권 프리)


 특정 스타일의 옷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각자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 차림새가 단지 편해서일 수도 있고 어떤 메시지를 드러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가령 가죽이나 모피 등의 소재를 피한 비건 패션을 고집하거나 공정무역을 통한 소재로만 만든 옷을 입는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의 매무새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상품과 소비자, 브랜드의 삼자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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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삶이 스타일이 되면서 내가 고르는 모든 것은 나의 ‘차림새’가 되었다. 소비수준이 상향 평준화되고, 생산되는 제품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성능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가 각오해야 할 평가 요소에는 과정이나 결과라는 새로운 스탠더드가 더해졌다. 겉으로 보이는 면면의 차별성에 뚜렷한 비교점이 없어지면서 우리는 외형과 기능 외에 어떤 것이 각각의 제품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줄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소모재나 서비스가 그 자체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오늘날의 굿즈는 말 그대로 좋은 것이자 득 되는 것, 가치 있는 것의 기능까지 수행해야 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고 소비자가 그 메시지를 읽고 이해하는 한 방향의 과정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브랜드가 수용하고 반영하는 또 다른 과정이 진행된다. 이 두 가지 과정이 시장이라는 네트 너머로 공을 주고받는 것을 우리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오클라 코리아 유한회사의 치위생용품 브랜드 조르단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변한 시장에서 상품(goods)과 가치(good)의 밸런스를 고민하고 있다. 가족적이고 친근한 생활 파트너를 지향하는 조르단에게 접촉이 원천적으로 막힌 2020년은 많은 시도가 필요한 한 해였다.



3. 보이지 않는 축제를 즐기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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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조르단은 연 1회 ‘가족들을 위한 자리’라는 주제로 패밀리데이를 개최했었다. 참가 신청자 중 소정의 인원을 추첨한 뒤 약 하루 간 특정 콘셉트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 이벤트는 조르단이 몹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으나 2020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현장 행사의 발목을 잡았다.
 감염병이 이슈가 되는 와중에 온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브랜드가 가족을 위해 여는 행사를 강행할 수는 없었다. 주요 참가자들은 대체로 아이를 동반한 소규모 가족이었는데, 집합행위에 위험이 따르는 이상 이들의 참석 의향도 극도로 저하되었을 것이 뻔했다. 진행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조르단은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되, 행사 기간을 일주일로 늘리고, 프로그램도 생중계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생방송을 보듯이 행사를 현장 중계하고 참여자와 실시간 채팅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물론 예년처럼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만큼 참여자 수도, 반응도 완전히 같은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
“처음인데 더 자세하게 써야하지 않을까요?”
 조르단과 TWC가 실질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동안 케세라세라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획서를 보고 준비하는 관계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과연 소비자도 그럴 수 있을까? 방송 중에도 패밀리데이의 당초 취지처럼 다른 참여자의 즐거운 기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그간 하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행사 방식을 사람들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행사에 접근하고 동참해주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점은 온택트 이벤트의 가공할 동시성과 양방향성이었다. 온라인 행사는 ‘참가한다’는 전제만 충분하면 누구나 같은 값과 비중으로 발언권과 기회를 갖는다. 조르단은 참가자 수를 제한하거나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었고, 참여자들은 집 안이든 밖에서든 어렵지 않게 프로그램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현장성이 떨어지는 대신 먼 거리에 있는 고객들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었으며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라이브 방송을 보고 어색함 없이 ‘랜선 이벤트’를 즐겼다.
 낯선 방식에 거부감을 느낄 고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더했던 칫솔기부 기획은 예상을 웃도는 좋은 반응을 가져왔다. 고객들은 자신의 참여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었고 브랜드 신뢰도도 함께 상승했다.



4. 보이는 위기를 생각하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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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우리 눈앞에 닥친 여러 가지 위기들이 있다. 작년 여름에는 오래도록 비가 그치지 않았고, 집중호우와 태풍이 끊이질 않더니 새해 첫 달 한국을 송두리째 얼렸던 혹한을 뒤이어 지난 달에는 태평양 건너에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쳤다. 자연의 모양새가 어째 이상하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고도 한다. 혹자는 지금은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아니라 늦추어야할 때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이제부터 태우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하는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어났지만 소득수준이 저하되면서 높은 비용을 수반하는 재활용 플라스틱은 자연스레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쓰레기는 갈 곳이 없는데 감염병을 막으려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은 절로 늘어났다. 매립지는 가득 찼고, 넘쳐나는 쓰레기를 수출할 곳도 더는 여의치 않다.



 조르단의 제품라인 중에서 이 같은 전 지구적 위기상황에 가장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린클린’이다. 그린클린은 본품부터 포장재까지 제품 전체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고 만들어진 것으로, 이 제품이 함의한 메시지 전체가 이것을 구매하는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재활용지로 만든 포장재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디,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소비 등의 문구는 구매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
 가령 칫솔을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잘 닦인다, 모가 부드러워 좋다 등 제품의 일반적인 특성은 어지간히 혁신적이지 않으면 눈에 띄기 힘들 것이다. 사는 쪽에서도 물건의 성능이 어떤지는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일 분이면 찾아볼 수 있다. 케세라세라는 정보와 소비자가 사실상 아무런 장해물 없이 접촉할 수 있는 시대에 수동적인 전달방식을 지양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먼저 그린클린이 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몇 개의 키워드로 추리고, 키워드에서 연상되는 요소들을 그루핑했다. 조합한 요소들 사이에서 톤 앤 매너를 추출하고, 요즈음 트렌드와 잘 어우러지도록 스타일을 맞추었다. 일관성 있는 이미지는 소비자의 연상작용을 훨씬 수월하게 해줄 것이었다. 이벤트 기획시에도 텀블러나 업사이클 제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제품이 가진 가치가 퇴색되지 않게 고려했다.



5. 자발적인 앰버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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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소비시장을 이끄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한 내게 자부심과 특별한 성취감을 주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마치 한 벌의 옷처럼 구매행위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생산부터 구매 완료에 이르는 굿즈의 여정 속에서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자신을 다른 소비자들과 구분하고, 이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끼리 유대감과 동질감을 갖는다.
 요즘 소비자들은 생산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품이나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더 드러내고 싶어한다.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보이지 않는 클러스터 안에서 감성적인 연대를 구축하고, 서로가 인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제품을 이용한다.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이 물질적인 충족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전의 굿즈가 소비자의 물적인 부족을 채워주었다면 오늘날의 굿즈는 소비자의 정서와 사회적 공허감을 채워준다.




 조르단이 신제품 치약 정식 출시를 앞두고 체험단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소비자의 참여욕구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보상이 없어도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제품 개선을 위한 과정에 동참하겠노라고 말한다. 자신이 주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상품에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떤 리워드보다 소비자 참여를 강하게 촉진하는 것이다. 체험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브랜드는 ‘고객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뚜렷한 의사표명을 한 셈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브랜드가 오랜 시간동안 고수하는 가치가 꽤 진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제품 생산과 개선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6. 스마트 컨슈머는 충분히 너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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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사회적 책임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들은 자신이 접하는 사회관계 안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며, 자기가 어떤 가치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지 어필하기 위해 구매행위를 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철학을 소비로 구현하는 셈이다. 가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소비하는 사람의 냉장고는 이 사람이 지역성장에 높은 관심과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세일즈할 곳이 한정된 지금은 브랜드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투명하게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까다롭고 영리한 소비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사소한 브랜드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소 복잡하고 은유적인 메시지도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으며 차분하게 정돈된 색상 팔레트를 보고 ‘이 상품에는 자연친화적이고 유기적인 가치가 있다.’는 의미를 읽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네트워크에서 끊어져본 적이 없는 세대와 성장기 대부분을 네트워크와 함께한 세대가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추고 시장에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구매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소비자층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닥친 코로나19는 브랜드와 고객의 온라인 마켓 의존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온택트 시대를 맞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의 장벽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시공간을 무시하고 자신이 가진 재화와 가치를 노출할 수 있고 소비자는 양방향성 있는 매체를 통해 나의 구매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볼 수 있다. 무시무시한 접근성을 무기로 든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이 브랜드가 소기의 신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으므로 소통은 일방적일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재화와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보 처리 과정에 브랜드가 목소리를 내려면 재화가 품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피력할지 고민해야 한다. 상징적이거나 우회적이어도 좋다. 고객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를 좋이 평가하고, 그 노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한 브랜드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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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따금씩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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