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Face : 그 회사 어떤 것 같아?

케세라세라| 2022.02.25

1. “그 사람 어때?”

—

 사람의 첫인상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첫인상이라고 하면 보통 시각적인 장면부터 먼저 떠오르겠지만 실제로 사람의 첫인상이 만들어지는 계기는 무궁무진하다. 성별, 학력, 취미 같은 분산적인 정보로도 뇌는 어떠한 연관성을 찾으려고 하고, 대개 고정관념이나 학습된 연상으로 특정한 이미지를 형성해 상상속의 첫인상을 만든다.

출처 : unsplash (저작권 프리)

 타인의 인상을 형성하는 행위를 '대인지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대방을 직접 보면서 발생하기도 하고, 사전정보를 통한 추론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모 회사 기획팀에 있으며, 재즈와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30대 남성이라고 표현했을 때 어렴풋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특정한 이미지가 있다면 그 연상이 '대인지각'의 시작이 된다.

 포트폴리오에 공을 들이는 것도, 수많은 구직자가 첫인상에 매달리는 것도, 이력서나 소개장에 품을 들이는 것도 상대방이 가지게 될 첫인상을 어떻든 좋게 다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웃사이, 동호회원 사이에서도 ‘인사’에는 심리적인 판단요소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판단은 기업 입장에서도 무척 신경이 쓰인다.

 남들이 보는 우리 회사는 어떤 이미지이고, 시장 안에서 우리는 어떤 포지션으로 평가되는가. 만일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거나, 조금 평가 영역을 넓혀도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면 회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2. 회사가 ‘인상’을 바꾸려는 이유

—

 연말과 연초를 기하여 뭇 기업들의 리브랜딩 소식을 적잖이 접하게 된다. 사람도 새해라는 말에 괜히 가슴이 뛰고 의욕이 생겨 각오를 다지듯이 기업도 이맘때 즈음이 되면 비슷한 심경의 흐름을 겪는 듯하다. 우리가 자기계발이나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시장에서 생존방향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나 평판이 고착 상태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 때 쇄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해결방안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리브랜딩’이다.

 리브랜딩은 목표나 지향, 이미지를 일신하고 다른 전략을 세우려는 시도이다. 요컨대 리브랜딩은 기업이 ‘예전과 다른 나’를 만드는 행위이다. 따라서 로고만 바꾸는 것은 리브랜딩이라고 하지 않는다. 리브랜딩이 대대적인 화젯거리가 되는 것은 리브랜딩이 문자 그대로 회사를 ‘다시’ 브랜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브랜딩은 브랜드의 시장 포지션을 다시 생각하고, 목표와 핵심 가치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브랜드가 지켜오던 것들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상당기간 축적했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 기존의 가치를 잃거나 퇴색시키지 않도록 유의해가며 적절한 변화나 전략을 더하면 시장에서 브랜드의 인상을 새로이 각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급구는 이력서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대인지각’의 공백을 매울 수 있도록 일종의 레퍼런스 체크 기능을 더한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단기인력이라는 시장 특성 상 속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기존의 급구도 빠른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급구의 빠른 매치, 빠른 채용은 근거가 분명한 세일즈 포인트였지만 ‘빠른’ 것을 파는 시장은 점점 시뻘건 레드 오션이 되었다. 어지간한 경쟁상품이나 독보적인 기술 없이는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므로, 모두가 속도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면 그 가운데서 돋보이는 아이템이나 차별화된 메시지가 필요했다.



3. 이 ‘인상’은 어디서부터 바꾸어야할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케세라세라는 사전 설문을 통해 니더의 구성원 당사자들은 급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이미지를 갖추기를 원하는지 확인했다. 구성원이 파악하는 급구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구성원들이 그 동안 일상에서 사용한 여러 가지 서비스 중에서는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어 사용자와 매우 친밀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향후 목표로는 간단하고 명료한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이고 가시성 높은 브랜드 이미지로 전문적인 인상을 주는 것이 꼽혔다.


그림 1 : 프로젝트 시작 전 사전 설문을 통해 도출된 키워드들


 급구가 초기에 제시한 목표 및 핵심 키워드는 편리함, 신뢰도, 확장성과 진취성이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모두가 핵심 가치로 사용될 경우와 그 중 하나만을 택할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여러 개의 핵심 가치는 회사의 다양성, 포용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산되는 단점이 있고, 하나로 정해진 핵심 가치는 그밖의 지향점이나 강점이 핵심 가치와 논리적으로 이어지도록 다리를 놓는 작업이 필요했다.

 한편 급구가 노리려는 구직 시장은 꽤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업자도 장기 고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서 복잡한 스펙보다는 한두 가지의 명확한 채용 조건을 가지고 사람을 본다. 구직자도 장기 고용을 전제하지 않으므로 사업장에 원하는 것도 편의성 정도로 무척 단순하다. 따라서 핵심 가치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간결하게 잡는 것을 전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목표

—

 처음에는 ‘일과 사람을 구하는 것이 재미있어질 것이다.’라는 태그라인을 두고 Authentic Fun이라는 핵심 가치를 선정했다. 구인구직이라는 서비스 종류 상 한 번 사용한 후 재이용율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보고, 사용하고, 이해하는 브랜드 경험은 즐겁고 흥미롭게 느껴져야 했다. 그런데 1차적으로 결정된 핵심 가치를 두고 케세라세라와 니더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느꼈다. 태그라인도 핵심 가치도 타당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다는 의견이 양측에서 동일하게 대두되었다.



 새로운 급구는 사업자와 구직자 양쪽이 믿고 쓸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자 한다. 이 믿음의 순환을 만드는 것은 추천서 제도이고, 구직자와 사업자가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며 축적하는 데이터가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 물론 이 신뢰도는 사업자와 구직자라는 서비스 이용자 사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급구의 추천서 기능은 ‘구직자는 추천서를 고려해 성실히 근로할 것이다.’, ‘사업자는 구직자와 다른 사업자를 위하여 추천서를 작성할 것이다.’는 매우 기본적인 믿음 위에서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몇 번의 회의 끝에 결정된 핵심 가치는 Dynamic Cycle이었다. 급구는 상호작용을 전제로 더욱 돋보이는 서비스이고,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게 구성되었다. 누구든 좋은 추천서가 있는 구직자를 채용하고 싶을 것이고, 최대한 빠르게 채용되기를 바라는 구직자에게 추천서는 건강한 동기가 된다. 참여와 동기가 만드는 인터랙션은 사업자와 구직자 사이의 긍정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사용자에게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5. 메이크 업

 머릿속에 떠오르는 브랜드의 로고를 나란히 늘어놓고 평소 그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로고를 매치해보라. 로고의 모양을 보면 그 회사가 무엇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내지는 목표)로 삼는지 알 수 있다.

 급구의 기존 로고처럼 특정 형태를 심벌로 사용하면 친밀감과 편안함이 커진다. 귀퉁이를 부드럽게 라운딩한 로켓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워드마크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전달한다.

 이처럼 심벌형 로고는 보는 순간 형태와 의미를 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필연적으로 각각의 요소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응용이 까다롭고 신선도가 낮게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비교적 추상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변화한 로고는 급구가 론칭 초기 단계의 여정을 어느 정도 넘어섰다는 표상이기도 하고, 이 여정을 통해 소기의 목표에 도달하였음을 알려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달라진 급구를 시각적으로 함축해 보여주려는 노력은 로고에서 먼저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 팀은 급구의 기존 심벌이었던 로켓이 막 추진체를 떨어트리고 궤도에 올라 목적지(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좋은 스토리를 소재로 새로운 로고를 디자인했다. 로고에 스토리를 부여하면 새로운 급구가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이어나가는 한편, 더 나은 단계로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새 로고는 여러 개의 요소들이 교차하여 형태를 만들어간다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복수, 교차, 형성이라는 발상은 사용자가 급구에서 자신의 다양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으며, 급구가 사람과 사람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선들이 교차하게 하고, 접합부의 색을 짙게 표현해 이 목표가 사업자와 구직자, 플랫폼의 면밀한 상호영향으로 달성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흔히 별표(Asterisk)라고 부르는 이 모양은 강조구나 참조문을 표시할 때 사용한다. 급구에서 구하는 직업은 삶을 온전히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더해지는 것이므로 참조 쪽으로 해석해도 문제가 없다.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변경해 기존 사용자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푸른색의 메인 컬러는 그대로 유지했다. 컬러 팔레트는 기존의 BI와 크게 어긋나지 않게 색상만 어둡게 조정해 안정감을 더했다.
차순위로 밀렸던 ‘재미’의 요소는 로고 활용 부문에 적용되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할 타깃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결정까지 도달할 사업자와 ‘내가 일할 곳을 어플리케이션에서 찾겠다’고 생각할 구직자이므로 연령대와 상관없이 진중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니더의 요청 대로 전문성은 높이되 진입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여 만들어진 로고는 언뜻 게임 아이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안정감 있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전략 수립 단계부터 꾸준히 회의에 참석해 양측이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의 기초를 쌓고 있는지 확인했다. 순환Cycle이라는 핵심 가치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로고를 자유롭게 회전시키는 액션을 제시했고, 단순화된 로고는 여기저기 활용해 새로운 BI를 빠른 시간 내 각인시킬 수 있다.



6. 조직원과 함께 하는 회사의 ‘퍼스널 브랜딩’

—

 니더가 중요도 있게 작업해달라 요청한 것은 ‘인터널 브랜딩’이었다. 인터널 브랜딩은 기업이 소속 구성원을 타깃으로 구축하는 ‘브랜드’이다. 브랜딩은 타깃 소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속된 구성원에게도 자신의 근무처가 세련되고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회사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니더는 신입사원들에게도 급구가 젊고 영리하며 안정적인 브랜드로 보이길 원했다. 니더와 케세라세라는 신입사원용 웰컴 키트나 명함, 사원증 등에 구현될 비주얼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 작업은 대표자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지켜보고,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터널 브랜드는 구성원이 기업에 갖는 소속감을 높이고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온전히 이해하고 체험하며 새로이 가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착시켜줄 것이다.

 리브랜딩은 브랜드 정체성을 처음부터 다시 톺는 과정이므로 클라이언트와 최대한 많이 대화해야 한다.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말 것이 아닌 만큼 자주 생각하고, 토의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브랜드 사용자이기도 한 클라이언트는 불편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아낌없이 제시하고, 에이전시는 외부인으로서 기본적인 전략을 세워나간다.

 그러나 모든 ‘첫인상’이 그렇듯 겉으로 보게 되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부분이다. 리브랜딩의 핵심은 바깥으로는 시장 포지셔닝을 다시 하는 행위이자, 안으로는 회사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 참여해 회사의 비전을 돌이키고 되짚는 모종의 성찰이다.



7. “그 회사 어때?”

 요즈음 구전 마케팅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무언가를 소비하고 이용하기 전에 타인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고, 대가도 없고 의무도 아닌 평가를 성실하게 작성하는 것도 이제는 전혀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수도 없는 ‘평가’ 속에 살아간다.

 남의 평가는 얼마나 믿을 만한가? 그것은 얼마나 객관적인가? AI가 눈주름까지 읽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갖춘 시대에도 어떤 것을 판단할 때는 사람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결국 사람이 믿음을 갖는 것은 사람의 말인 셈이다. 소비자는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더 믿을 만한 정보를 선택하려 하고 역설적이게도 철저하게 계산된 값보다 써본 사람의 평가를 더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얼굴은 마음이 들고 비치는 굴이라 얼굴이라는 말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생김새가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남이 보는 모습이 어떤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는 ‘생긴대로 산다’는 말과 희미하게 맥을 같이 한다. 사람과 회사가 모두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시대다. 거울을 들고 돌이켜보라. 우리를 투영하는 얼굴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혹시 ‘인상’을 바꿔볼 필요가 있지는 않나.



좋아요 0
공유하기

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따금씩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목록으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