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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아는 백 명보단 열광하는 한 명

전우성| 2022.09.29

브랜드(brand)라는 단어는 오래전 서양에서 자신이 소유한 가축에 인두로 각인을 새긴다(burned)는 의미에서 그 어원이 나왔다는 말이 있다. 들판의 수많은 가축들 중 내 것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이것은 내 소유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기에 자신만의 징표를 가축에게 새겨 넣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다. 그 외 위스키 양조 업자들이 오크통에 인두로 오크통 안 위스키는 자신의 소유임을 세기는 작업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두 얘기 모두 사실인진 모르겠으나 어원대로 생각해본다면 브랜드라는 것은 자신을 상징하는 징표이자 자기 스스로를 대변하는 무엇이고, 이것으로 남들에게 자신(의 것)임을 알리고 그들과 나를 구분 짖게 하는 이름표이자 상징과도 같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그 무엇에 이름표와 심벌을 붙여 그것이 곧 나를 대표하는 무언가가 되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자신만의 이름과 고유의 심벌이 있는 것은 곧 이것이 우리 소유의 브랜드라는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브랜딩은 브랜드만의 이미지와 모습을 만드는 모든 과정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 브랜드와 달리 브랜딩은 브랜드에 ing가 붙은 진행형이자 무언가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그 이름과 심벌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그 브랜드답게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다. 브랜드에게는 그 브랜드만의 이미지와 모습을 만들어 가는 모든 행위라 할 수 있고 그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들 마음속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브랜딩에는 (브랜드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끝이나 완성이란 게 있을 수 없다. 계속해서 남들과 다른 모습, 그것을 넘어 그 브랜드다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끝없이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즉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들과 구분 짓는 무엇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그 브랜드다운 모습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사람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면 오히려 이해가 쉽다. 브랜드는 나라는 존재를 대표하는 이름이자 (반드시 본명이 아니더라도) 나를 상징하는 심벌을 의미한다. 심벌은 내 얼굴이 될 수도 있고 내 소속 혹은 직함과 같이 나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 나의 이름과 심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모든 과정이자 행위이고 그것을 위해선 우선 내가 누구인지 나다운 모습은 무엇인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고 거기서 나만의 차별점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얼추 아는 백 명보단 열광하는 한 명을

그렇다면 브랜딩을 통해 결국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다른 말로 브랜딩이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있어 내 생각은 이렇다. 그것을 통해 그 브랜드를 얼추 아는 백 명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 한 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백 명이 아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브랜드의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하는 백 명보단 열성적으로 브랜드를 좋아해 주고 그것을 늘 사용하고 남들에게 그것을 홍보해주는 한 명의 사람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인 고객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으로는 만들 수 없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좋은 예시라 생각되어 다시 한번 얘기한다면..) 프라이탁이란 스위스 브랜드가 있다. 유럽을 돌아다니는 트럭의 타프천(방수천)을 소재로 가방을 만든다. 타프천들이 모두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프라이탁 제품도 디자인이 같은 제품이 단 한 개도 없다. 이들은 가방끈 조차도 자동차 안전벨트로 만든다.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을 멋진 디자인의 가방으로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인 셈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이 브랜드의 팬이 되었을까? 12년 전 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듣고 우선 그 생각이 너무 멋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기 한참 전 유럽여행 중 일부러 매장에 방문해 이 브랜드를 처음 구입했다. 실제 사용해보니 제품도 너무 좋고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까지도 내가 소유한 것 같아 금세 프라이탁의 팬이 돼버렸다. 그렇게 나는 현재 이 브랜드를 단지 알고만 있는 100명 중 한 명이 아닌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단 한 명에 속해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프라이탁 가방을 소유하고 있는지이다. 지난 12년 동안 난 6개의 가방과 2개의 파우치, 그리고 기타 액세서리를 포함해서 10개 정도의 프라이탁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소유했다고 나도 모르게 써버렸는데 이 표현이 나에겐 맞는 듯하다. 난 이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소유했다.) 그리고 난 아직까지도 매일 프라이탁 가방을 메고 다닌다. 나를 통해 프라이탁을 처음 알고 구매한 사람들도 4명 이상이나 된다. 그중 이제는 나와 같이 다수의 프라이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나의 팬심은 나를 이 브랜드의 자발적 전도사로 만들어 버렸다.

재밌는 것은 나 역시도 당시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한 명을 통해 이 브랜드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브랜딩은 이렇게 얼추 아는 백 명보단 열광하는 한 명을 만드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 팬들이 늘어날수록 브랜드는 강력해지고 대체 불가하며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의 가치는 어마어마하게 올라갈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안티 없는 스타 없다. 안티가 많아지는 게 싫어서 자기 스타일을 버리면 팬도 없어진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전략이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것이고 다음으로 어리석은 게 안티 마음을 돌리려는 것이다.”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모두가 우리 브랜드를 알도록 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관심 없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단 우리만의 무언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좋아해 줄 수 있는 팬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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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성

브랜딩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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