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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창업주의 브랜딩 철학

브랜드 만드는 남자| 2022.09.14

올해 기업들의 이슈 중에 하나는 바로올해 기업들의 이슈 중에 하나는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라는 통제 불가능한 전염병 때문에 산업이 마비됨을 경험했고, 이것이 인간의 욕심과 탐욕으로 인해 지구를 괴롭히면서 일어난 것이라는 경각심이 생겼다. 기업의 가치를 매길 때에도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중 환경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브랜드가 커감에도 환경이 피해를 끼치지 않거나 혹은 환경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하늘을 찌르는 이유도 그것과 연결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가 있다. '파타고니아 Patagonia', 이 브랜드의 창업주가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지 알고 싶어 책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를 읽게 되었다.


Yvon Chouinard (이본 쉬나드)

책의 시작

서문은 '나오미 클라인'이 열였는데, 이 분은 나이키나 월마트 같은 슈퍼 브랜드들이 하청업체들의 인권이나 사회문제 등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점을 고발하는 책인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을 쓰신 저자이다. 대형 브랜드들의 잘못된 행태를 고발한 사람이 파타고니아라는 글로벌한 패션 브랜드의 대표가 쓴 책의 서문을 열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에 적힌 문구다. 이본 쉬나드가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가를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는 기업이 이성과 영혼을 저버리지 않고 수익을 내면서도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남들과는 다른 형태로 사업을 이어간다. 기업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그 방법 중에 하나다. 그래야 자신들의 철학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의 시작

그는 '피톤'이라고 하는 클라이밍 장비를 만드는 '쉬나드 이큅먼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대장장이로서 스스로 피톤을 만들어 팔았는데, 추후에는 그것이 바위에 변형을 주어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 나가던 피톤 사업을 접었다. 꽤 잘 나가던 때임에도 불고하고 환경을 위해서 과감히 사업을 접은 것이다.

그 후 '클린 클라이밍'이라는 제목의 글을 바탕으로 유기농 등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바위에 박혀 있을 필요가 없는 '초크'를 만들어서 암벽을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피톤' 판매를 줄이고 '초크' 판매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럭비 셔츠를 입고 등반을 하면서 컬러풀한 럭비 셔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자 의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쉬나드 이큅먼트'는 장비를 만드는 브랜드로 각인이 되어있었기에, 의류 브랜드는 새로운 이름을 짓기로 했고, 토론 중에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는 팀북투나 샹그릴라와 같이 지도상의 특정한 장소라기보다는 아득하고 흥미로운 이상향을 의미했다. 우리는 험준한 남부 안데스와 케이프 혼의 환경에 맞는 의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 목표를 가진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고 어떤 언어로도 발음이 가능했다. 1973년, 진짜 파타고이나와 의 강한 연계를 위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 피츠로 이산의 스카이 라인을 기초로 한 삐죽삐죽한 봉우리, 푸른 바다가 있는 상표를 만들었다"





사업가로서의 면모

하지만 이때부터 굉장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옷이 잘 팔리면서, 그 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 공장을 찾기가 어려웠고, 이윤이 별로 많지 않아서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업가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의 직원들의 미래와 그 직원들의 가족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평생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

"나는 사업가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업가로 남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에 진진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평범한 사업 규칙을 따라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기업가 정신에 관한 말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업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비행 청소년을 연구하라"이다. 나에게는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일과 놀이와 가족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업의 철학을 세우다

그렇게 사업을 확장해 갔고 커감에 따라 이본 쉬나드는 고민이 더 많아졌다. 경영과 재무를 담당하기 위해 새로운 CEO, CFO 도 영입했다. 그리고 명성 높은 컨설턴트인 마이클 카미 박사 (IBM의 전략 기획을 맡았고, 할리데이비슨의 재기를 이끌었던)를 찾아갔다. 카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자기가 왜 사업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소."

매년 30~50퍼센트 성장하던 성장률이 20퍼센트로 줄었고, CEO와 CFO를 다시 내보냈다. 한 번도 어떤 이유에서든 해고를 한 적이 없었지만, 1991년 7월 31일 직원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120명을 해고했다. 회사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고 회고한다.

이때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경영방침을 도입하기로 한다. 항상 옳은 질문을 던지고 옳은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철학적이고 영감을 주는 지침이 필요했다. 그렇게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정립해 나갔다.

책 123~124 페이지

그는 '철학'을 직원들에게 가르치면서 카미 박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35년 만에 자신이 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다른 기업의 환경에의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탐구할 대 본보기로 삼을 만한 모델이 되는 것"

이 기업은 말 그대로 철학이 있는 기업이다. 철학에 대한 내용들이 책의 2/3를 차지하며, 책의 모든 챕터는 철학이라는 단어로 끝이 난다. 제품 디자인 철학, 생산 철학, 유통 철학, 마케팅 철학, 재무 철학, 인사 철학, 경영 철학, 환경 철학. 여러 가지 철학 중에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철학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제품 디자인 철학

사명 선언의 첫 부분인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파타고니아의 존재의 이유이며 사업 철학의 초석이다. 제품을 만들 때 물어봐야 할 질문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매번 이 질문들에 부합하는지 돌아본다고 한다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 필요한 기능을 갖추었는가? / 2. 다기능적인가? / 3. 내구성이 있는가? / 4. 수선이 가능한가? / 5. 고객에게 잘 맞는가? / 6. 디자인이 단순한가? / 7. 제품 라인이 단순한가? / 8. 혁신인가 발명인가? / 9. 글로벌한 디자인인가? / 10.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 / 11.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 12. 진짜인가? / 13. 아름다운가? / 14. 패션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가? / 15. 핵심 고객을 위해 디자인하고 있는가? / 16. 해악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가? / 17. 유기농 목화인가? / 18.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원료 생산은 가능한가? / 19. 독성이 적은 염료를 사용하고 있는가?

뭐가 이렇게 많나 싶다가도 천천히 다시 보면 모두 다 중요한 내용들이고, 이 질문들로 인해 파타고니아의 제품들이 좋게 디자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 철학

"브랜딩, 즉 기업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마케팅 철학. 이본 쉬나드는 어쩌면 굉장히 심플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냥 우리를 보여주면 된다. 정도? 이 안에서도 몇 가지로 나뉘는데 그 내용들이 모두 좋다.

1. 스토리 전체를 들려준다
2. 사진 : 억대 모델보다 '진짜' 순간을 보여준다
3. 글 : 글에는 우리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4. 홍보 : 고객의 신뢰는 광고비로 살 수 없다

개인적으로 4. 홍보 쪽 이야기가 너무 와 닿았다. 목적이 홍보가 아니라 영감과 교육에 있다는 것. 자연스러운 입소문을 통한 추천이 최고의 자원이라는 것. 진짜 브랜딩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무 철학

이들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올바로 행한다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그 올바른 일들 중에는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것일 수 있겠다.

파타고니아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

DON'T BUY THIS JACKET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라는 캠페인은 파타고니아의 새 제품을 사지 말고 기존의 제품을 수선해서 쓰라는 이야기를 담은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아이러니하게 매출이 올라갔지만, 그들의 철학은 정말 한번 사서 금방 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계속 수선을 해서 대를 물려 입을 옷을 만든 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큰 회사가 아니라 최고의 작은 회사다"

이들은 자연스러운 속도로만 성장하려고 한다. 최고의 대기업이 되기보다는 최고의 작은 회사가 되겠다는 것. 그리고 연 매출의 1퍼센트를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것. 이것은 기업 헌장과 회사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고 하고, 파타고니아가 팔린다고 해도 이사회 전원의 동의 없이는 회사의 가치관과 조건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직원들을 위한 복지에 대한 철학이나, 경영에 대한 철학도 확고하고 배울만하다. 그 내용들은 책을 통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최근에 환경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면서 패션 쪽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2위 업종이라고 들었다 (물론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SPA 브랜드 들의 영향이 큼) 하지만, 이렇게 패션 쪽에서도 이전부터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는 브랜드가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만들어질 테니 기대를 해볼 만하다.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들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정부나 사기업에서도 그쪽으로 지원을 하는 사업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거나 기존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환경에 대해서 돌아보고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 어쩌면 브랜드의 의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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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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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레이어(lllayer) CEO & Creative Director (사)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 학술세미나분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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