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경험이 상품이 되는 경험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로버트 로스만, 브리검영대학교 메리어트 경영대학의 경험 디자인&경영학부 부교수 매튜 듀어든의 선언이다. 그들의 책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는 UX REVIEW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지만, 책 내용에서는 UX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신 ‘경험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오픈 열흘만에 방문객 200만 명을 기록했다고 하는 ‘더현대 서울‘의 기획은 단순히 UX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브랜드 비전이 반영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고객이 다방면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책 소개 페이지 문구)” ‘현대 모터 스튜디오 부산‘의 경우는 어떠한가?
‘경험‘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기업으로는 애플이 있다. 애플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 애플의 경쟁력을 단순히 디자인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애플 기기를 언박싱하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하나 같이 감탄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포장을 뜯는 경험이다. 이것을 단순히 패키징을 잘하는 기업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애플은 경험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휴대폰은 한 손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신념처럼, 애플은 ‘제스처의 즐거움‘, ‘사용자와 소통하는 듯한 햅틱 반응‘과 같은 애플만의 경험이라는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애플을 고집하는 팬층이 두터울 수 있을 것이다.(애플 페이 제발..)
사용자 경험(UX), 브랜드 경험(BX), 고객 경험(CX).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서비스=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비스는 고객이 가진 문제를 쉽고 빠르게, 혹은 친절하게 해결해주는 과정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건물 관리인 혼자서 건물 전체를 청소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므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건물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이때 좋은 서비스란, 신속하고 꼼꼼하게 건물을 청소해주는 것이다. 건물 관리인, 즉 고객의 경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을 참여자로 맞이하는 것이다.
경험은 기억과 정서를 남긴다. 경험의 연속이 곧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된다면, 대개는 고객과의 접점이 짧아진다. 오히려 경험의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다. 즉, 좋은 서비스는 좋은 경험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이 기꺼이 참여자가 되어, 브랜드와 함께하는 기억을 간직하고, 그것에 대한 정서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UX, BX, CX라는 분야가 나타났을 것이며, 최근에는 UX Writing 등 국내에서도 그 분야가 세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모든 분야가 대상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각은 부족한 것 같다. 해외에서는 HX(Human eXperience)라는 키워드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HX라는 단어 자체가 아직은 생소한 듯하다. 제품, 서비스, 공간, 이벤트, 무엇이 되었든, 결국 그것을 제공받는 주체는 모두 인간이다.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제공하고자 하는 비즈니스가 제품이든, 서비스든, 공간, 브랜드, 이벤트 무엇이 됐든 진정성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겪는 경험의 과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인문학적 역량’이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공교롭게도 전공이 심리학, 부전공이 사회학인지라, 앞으로 이와 관련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그러니 관심 있으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