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독서란?

김성빈| 2022.12.28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타인의 삶을 통해 지혜를 얻기 위해. 그리고 자아성찰을 통해 더욱 성숙한 자신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독서를 합니다. 저 또한 이런 이유로 독서를 시작했고 지금도 독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번 시간을 통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독서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러한 독서는 디자이너에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준다고 믿어요. (웃음)

제 이야기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자신만의 독서법이 이미 만들어진 분들에겐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어 가시면 됩니다. 이 글을 통해 독서법의 정답을 찾는 시간이 아닌, 본인에게 맞는 정답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믿음x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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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통해 책을 찾지 말고, 책을 통해 직접 책을 찾자.


주위 디자이너들에게 많이 본 모습입니다. 요즘 디자이너들이 많이 읽는 책을 자신도 읽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자신도 유행하는 책을 읽으면 실력이 향상될 거라 생각하며 책을 찾습니다. 또한 그 분위기 속에 자신도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면서.

저도 신입 시절에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책들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말하면 다 아는 그 책들) 저는 그런 유행하는 디자인 책들을 읽으면서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면서 항상 아쉬움이 가득했죠. 그땐 이유를 잘 몰랐어요. 시간이 흘러 실무 경험과 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아쉬운 이유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책은 "OO 하는 법" "OO 설명서" 등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책이 마치 많은 정답을 알려주고 우리를 성장시킬 거란 기대감을 주면서요. 냉정하게 말하면 온라인 콘텐츠 여기저기에 있는 방법들을 한데 모은 것에 그친 책도 많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온라인 콘텐츠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임에도 말이죠.

실무에서 문제 해결법을 찾기 위한 많은 고민의 시간을 짧은 글로 넣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의 실무를 그렇게 간단하게 글로 정리할 수 없죠. 실무를 이행하다 보면 모든 일이 다 불규칙하고 그때그때 새로운 사례라는 것을 아실 거예요. 그러니 정답 같은 방법론이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진짜로 찾아야 하는 책은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즉 관찰력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생각해요.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 결과보다 과정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을 접하다 보면 관찰력을 기를 수 있고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우리가 진짜로 찾아야 하는 책은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런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을 찾고, 그 책을 통해 다른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을 찾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해 느낀 점과 앞으로도 어떤 과정을 준비하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책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서 있는 디자이너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 생각해요. 책을 고르는 것부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이 무엇일지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책이 꼭 디자인 책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다만 영감을 주는 좋은 디자인 책도 많다.)

그러니 유행을 통해 책을 찾지 마세요. "OO 하는 법" "OO 설명서" 등 디자인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은 의심하세요. 정말 실시간의 살아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면 차라리 온라인상에서 찾으세요. 그리고 책에서는 변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배우려 하세요. 그동안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걸 일깨워주는 책이라면 디자이너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입니다.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을 찾고, 그 책을 통해 다른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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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오래 읽으려 하자.

저는 책을 오래 읽을수록 매년 읽는 책의 권 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처음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었고, 그렇게 1년에 20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8년을 읽었어요. 그리고 매년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제가 찾게 되는 책들의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바로 위에서도 언급한 다르게 보려는 "관찰력"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었어요. 저는 지속적으로 주위에서 들을 수 없는 타인의 삶을 통해 관찰력을 얻길 원했고, 그것이 디자이너란 제 직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양하게 읽던 책의 범위가 점차 좁아지고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관찰력만을 이야기하는 책을 찾은 것이 아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려는 모든 분야의 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렇기에 제목에 '관찰력'이 들어가는 책을 찾지 않는 것에서부터. 오히려 현대를 잘 반영한 소설, 기행문 그리고 시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오래 읽기 시작했습니다. 더 집중하고 싶었던 거죠. 이 글을 쓴 작가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 권의 책에 집중하면서 현재는 1년에 읽는 책이 10권도 채 안 됩니다. 다만 이러한 독서법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지혜를 일상생활에서 꺼내 사용한 경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적고 복잡하지 않기에 평소 제가 기억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숲은 죽음, 단절, 혹은 패배 같은 종말론적 행태를 알지 못한다. 땅에 쓰러진 자가 일어서려면 반드시 쓰러진 자리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처럼, 숲은 재난의 자리를 딛고 기어이 일어선다. 숲은 재난의 자리를 삶의 자리로 바꾸고, 오히려 재난 속에서 삶의 방편을 찾아낸다.

[자전거 여행] 김훈


김훈 작가님의 기행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산불로 인해 타버린 숲을 보면서 오히려 삶은 계속 존재하고 있고 진행되고 있다는 작가의 시선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다르게 보려는 작가의 시선이 디자이너인 저에게는 없다는 것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 시선 즉 작가의 관찰력을 얻고 싶어 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놓쳤던 시선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오래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하하) 확실한 건 과거의 저보다 같은 걸 봐도 더 많은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부족한 디자이너란 걸 잘 알기 때문에 깊이 있게 독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 해요. 이렇게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관찰력'을 얻길 원했고,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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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깨끗하게 읽기만 할수록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힌다.

책 속에서 기억되어야 하고 일상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장들은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혹은 다른 곳에 메모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책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 밑줄을 긋거나 접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독서도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어요. 다만 나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은 잊히지 않고 계속 자신의 머릿속에서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책을 깨끗하게 읽기만 하는 습관이 디자이너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기억력이 정말 뛰어나다면 이러한 독서법이 필요 없겠지만,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표시를 해두거나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책 속에 지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저자는 책을 깨끗하게 읽지 않았다.


디자이너인 우리는 평소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을 디자인을 위해 사용해요. 그러니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모두를 기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레퍼런스를 잘 정리하는 것도 그 이유라 생각해요. 이처럼 책 속에 많은 정보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밑줄도 긋고 기록도 하면서 자신의 것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편한 방법으로.

정보는 자신이 어떻게 정리하고 보관하냐에 따라 그 활용도가 올라간다고 믿어요.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습니다. 책 속에 지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응원x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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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빈

네이버웍스 브랜드 디자이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 위를 걷고 꾸준히 걷고 그리고 함께 걷는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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