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빈센트의 오른손

김정아| 2022.12.09
L'église d'Auvers-sur-Oise, illustration by KJA, Digit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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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 빈센트 반 고흐-


작가노트


L'église d'Auvers-sur-Oise는 빈센트 연작 중 3번째 그림으로 그의 동명 작품의 오마주입니다. 2017년 11월 9일 19시 20분, 저는 '러빙 빈센트'의 개봉에 맞춰 언제나처럼 영화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유화로 표현된 빈센트의 세상과 시선 속에 마음을 빼앗겨 한 참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후반부로 흐르는 시점, 빈센트의 시선에 길을 걷는 중년 여성의 뒷모습과 함께 오베르의 교회가 보입니다. 살아 움직이며 꿈틀거리던 그 장면은 곧 빈센트의 붓터치로 이어지고 그 유명한 L'église d'Auvers-sur-Oise가 됩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유독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L'église d'Auvers-sur-Oise를 보고 있자면, 저는 '홀로 갈림길에 서서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빈센트'의 뒤에 서있게 됩니다. 빈센트의 뒷모습은 마치 앞서가는 이의 이름을 부르며 나도 함께 가자고 소리치며 달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빈센트 연작의 다른 그림들보다 유난히 마음이 쓰였던 작업이었습니다.

빈센트 연작을 그릴 때 식물을 제외한 살아있는 존재들은 가장 마지막에 그립니다. 배경이 완성되고 그 위에 그려질 빈센트의 모습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빈센트의 웃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구도와 표정을 생각해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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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뒷모습을 지켜봐 주고 싶다


그래서 완성된 그림에는 '가벼운 발걸음의 오른손을 내민 빈센트',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소녀', 마지막으로 그림 밖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나'가 있습니다. 이제 빈센트의 뒷모습은 이런 상상을 하게 합니다.

그의 붉은 수염이 살짝 흔들리고 두 눈을 당기던 긴장감도 툭하니 풀어져 버렸습니다.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가 웃고 있을까요?




배경으로 보이는 하늘과 나무들 일부는 고흐의 1889년 작 [Olive Trees]을 합성하였습니다.
(뉴욕 메트로 폴리탄 ' Public Domain)







º 여행자를 위하여
église Notre-Dame-de-l'Assomption d'Auvers-sur-Oise
ADD : 프랑스 Place de l'Eglise, 95430 Auvers-sur-Oise, 프랑스

출처 : 구글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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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그림을 그리는 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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