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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이끄는 팩터를 찾다. 스타부르 캔 고등어의 일본 시장 진출기

케세라세라| 2022.02.07

 2019년부터 일본 시장에 스타부르 캔 고등어 론칭을 계획하고 있던 오클라 코리아는 일본 시장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한 케세라세라 주식회사와 함께 본격적인 일본 시장 공략에 도전했다. 이미 다양한 캔 고등어 상품이 자리잡고 있는 일본의 가공식품 시장에 접근하는 만큼 미연의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필수적이었고, 오클라 코리아와 현지 스태프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했다.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둔 케세라세라는 한국 오피스와 국외 오피스 소속 전문가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명확한 소통과 적시성이 필요했던 오클라 코리아의 니즈에 맞추어 움직일 수 있었다.



[소구하다.] appeal.


 '소구'라는 말은 세일즈를 하다보면 자주 보고, 사용하게 되는 표현이다. 혹은 법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이 단어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구’를 사전에서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의미는 ‘[법률]소송에 의하여 권리를 행사함.’이다.

 이 단어를 조금 더 가까운 시기에 나온 사전에서 찾아보면 상술한 의미의 소구와 정확히 같은 한자를 사용하면서, ‘경제와 광고 분야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만일 여기까지 읽고 의미가 뚜렷하게 와닿지 않는다면 '소구'라는 단어가 쓰인 자리에 '어필'을 대신 집어넣고 읽어보면 이해가 한층 쉬워진다.

 우리는 어떤 취향에 소구하기도 하고, 특정 가격대에 소구하기도 한다. 우리의 모든 발상과 과정, 그 이니셔티브는 기본적으로 '소구'를 궁극적인 목표점으로 두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고 발견하는 인사이트도 결국은 더 잘 소구하기 위한 것이며, 디자인적인 연구와 논의가 길어지는 것도 보다 효과적으로 소구하기 위해서이다.


 기본적으로 물건이 만들어질 때는 이것이 어느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나가게 될지도 알 수 없고, 당연하지만 상상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포함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생산자는 판매지와 타깃에 맞추어 매번 패키지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을 가능하면 피하고 싶을 것이고, 소비자로서도 같은 제품의 모양새가 오늘내일이 판이하면 적잖게 당혹스러울 것이다.



 맑은 노란색 틴이 인상적인 스타부르 캔 고등어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정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에 스타부르가 노린 일본 시장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고등어 통조림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과는 달리 이미 상당수의 고등어 통조림 제품이 시장에 정착하고 있었기에 계획 초기부터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랐다.

 기획이 세워질 무렵 케세라세라 주식회사와 오클라 코리아가 가지고 있는 사전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일본 소비자의 과반수는 국산에 충성도가 높으며, 신제품에 대한 도전은 꺼리는 편이다. 아주 참신하고 개성 있는 콘텐츠보다는 브랜드의 업력이 길거나 매우 안정적이라 심정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쪽에 크게 이끌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성비’로 통하는 코스트가 제품 구매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시장 자체의 성격만 놓자면 상당히 배타적인 셈이다.


 그러나 연속된 재해 등으로 건강 문제에 대한 불안이나 관심이 전적으로 급증한 상태이며, 여가 생활을 미식 탐구나 맛집 순회로 보내는 사람들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손꼽히게 높으며,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없는 세대, 논문을 스마트폰으로 작성하는 학생이 나온다고 할 만큼 일본의 20, 30대 스마트폰 이용 비율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가격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소비성향은 품질과 효용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경쟁사 대비 1.5 배 가까이 높은 스타부르 캔 고등어의 가격대는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변호해줄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당초 스타부르 캔 고등어의 일본 시장 론칭 제안과 계획이 오갔을 때, 오클라 코리아와 우리는 ‘일본 소비자들은 고등어 통조림이라는 소비재 자체에는 익숙하다.’라는 전제 하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중소규모 마트에서도 고등어 통조림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성별을 떠나 상당히 넓은 연령대에서 소비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어 통조림이라는 제품 카테고리 자체가 소비자에게 썩 친숙하지 않아 근본적인 제품 소개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고등어 통조림의 소비와 공급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일본 시장은 ‘고등어 통조림’이라는 제품이 진입장벽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사전 리서치도 비슷한 가정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그러나 리서치 도중 우리는 뜻밖의 관점을 발견했다. 당초 예상한 스타부르 캔 고등어의 페널티는 ‘다소 높은 가격대의 수입산 고등어 통조림이다.’라는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응답 결과를 보니 토마토가 섞인 고등어가 어떤 모양이며 어떤 맛일지 상상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물을 보지 못했던 일본 현지의 프로젝트 멤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겉포장과 설명을 보아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시식해본 후에는 일본인도 꽤 접근하기 쉬운 맛이라고 평했다. 이어서 지방함량이 높은 원재료 특성상 크림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매우 인상적이며, 생선을 통째 토막 내어 염장한 시중의 고등어 통조림 제품들과 달리 살코기를 저민 필레 형태로 가공되었으므로 이 점을 밝혀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밖에도 ‘구입해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홍보 플랫폼을 선정하고 송출 방식을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런 인사이트들은 리서치를 실시할 당시부터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과지에서 ‘이 제품은 그대로 먹겠다.’, ‘파스타로 만들어 먹겠다.’는 응답자 수가 많이 보였던 까닭은 일본 소비자가 파스타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토마토라는 식재를 보고 연상할 수 있는 활용 방법의 배리에이션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를 돌이켜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리서치는 우리가 만난 첫 번째 리사이트였다.



톡 튀는 느낌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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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軽に、美味しく栄養を。(간편하게, 맛있게 영양을.)>

 최종적으로 결정된 스타부르 재팬의 대표 슬로건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 슬로건이 제시되었을 때는 지나치게 직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슬로건 작성에 착수할 당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방법과 제품의 강점을 공격적으로 나타내는 방법, 두 가지 방향으로 키워드 추출을 진행했는데, 오클라 코리아와 케세라세라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이미 일본 시장에 표표하게 자리를 잡은 토착 경쟁자들과 승부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강점이 필요했다. 이름부터 낯선 브랜드라면 어떤 브랜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알리는 것이 우선이지, 론칭부터 브랜드 철학이 올라가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슬로건의 핵심 키워드로 '영양'이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리서치 분석 당시 제기된 난점도 같이 고려해야 했다. 서브 카피에 ‘고등어’와 ‘토마토’가 함께 쓰여 있어도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압축성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고등어를 토마토 양념으로 시즈닝한 것’으로 분명하게 설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정말 이 색으로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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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에서 제작을 마친 프로모션 비디오와 연출 사진이 한국 오피스에 도착했다. 클라이언트의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산출물을 함께 보던 한국 오피스의 디자이너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는 듯이 거푸 되물었다. 특히 스타부르 캔 고등어처럼 정직성이나 신선함, 깨끗함을 어필하는 식품의 경우에는 높은 채도와 명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지 오피스에서 보내준 작업물들은 비교적 톤 다운된 차분한 색감을 기조로 하여 음식의 표현에 있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이른바 ‘sizzle감’의 표현에 주력하고 있었다.

 한국의 홈페이지와 SNS 채널이 선명하고 밝은 노란색을 메인 컬러로 활용하는 데에 반해 일본의 그것은 백색을 기본으로 노란색과 빨간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북유럽을 연상할 때의 이미지와 일본이 북유럽을 떠올릴 때의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포인트에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하였을 때 뚜렷하게 구분되는 브랜드 컬러는 갓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입장에서는 일장일단이었다. 독특한 제품 패키지 모양과 브랜드 특유의 개성적인 색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점은 한편으로는 상당한 이점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질감을 높일 위험을 함께 내재하고 있었다. 접근성을 최대 장벽으로 생각하는 시점에서는 일반적인 생활환경에 이 제품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오클라 코리아도 실용성과 신선함이 빠르게 느껴지는 제품 특유의 강하고 아름다운 원색을 고수하는 대신, 신뢰도와 안정감에 무게를 두는 배색을 선택했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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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물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월과 3월, 국내외를 통틀어 예상치못한 사태가 이어졌다. 당초 기획했던 오프라인 마케팅은 미루어졌다. 오프라인 마케팅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련 가능한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 채널은 기본적으로 사용하게 되겠지만, 공격적인 오프라인 마케팅에 난항이 생긴 만큼 제품은 다른 방향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스타부르 캔 고등어는 야외와 실내에서 모두 이용가능한 간편식, 보존식이지만 현 상황에서 일본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이 제품을 섭취하게 될 것이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제품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리스크는 일본 현지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하여 극복하기로 했다. 일본인들이 애용하는 레시피 사이트에 특색 있는 활용방법을 소개하고 일본인의 식습관에도 큰 어려움 없이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제품을 소개할 때는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할 것이며, 메인 컬러 팔레트를 뒤집어 조화로우면서도 이국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하도록 했다. 무슨 맛일지 비교적 연상하기 쉬운 메뉴를 선정하고 홈페이지에는 특유의 텍스처를 정직하게 공개했다.

 비록 온라인 쇼핑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는 하나 대다수의 일본 소비자가 물건을 쥐게 되는 것은 결국 오프라인 마켓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무척 까다롭고 조심스러우며,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수입산 제품에 높은 코스트를 지불해줄 만큼 너그럽지도 않다.



 일본 시장은 생각보다 감성적인 메시지에 크게 반응한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다소 깐깐하고 보수적이지만 인스타그램의 이용률 등을 보면 자기표현 욕구나 개인의 가치 전시 욕구가 분명히 있다. 낯선 수입품으로서 꾸준히 애써야 할 부분은 우리가 일본의 소비자를 배려하고, 더 친숙해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생산할 수 없다면 그 한계는 어필하는 방법의 차이로 넘어서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TPO에 맞춘 복장과 태도가 교양과 성의로 느껴지듯이, 생산자도 소비자의 취향과 목적을 고려해 성심껏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을 생각하며 한국의 스타부르 인스타그램 갤러리와 스타부르 재팬의 인스타그램 갤러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재미있다. 선명한 노란색을 기본으로 하여 온라인 쇼핑 기능을 함께 갖춘 한국 스타부르 홈페이지와 백색을 메인으로 하여, 제품 안 내용물을 아낌없이 드러낸 사진으로 다가가는 스타부르 재팬 홈페이지의 차이점도 흥미롭다.

 당신은 어느 쪽이 더 구미가 당기는가. 이것은 당신에게 잘 ‘소구’하고 있는가.



Stabburet 일본시장 론칭 프로젝트 더 자세히 보기
http://queserser.co.kr/project...

케세라세라의 Re-sight 는 네이버 비지니스 <인터비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us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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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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