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진짜 창조경제의 나라?

김승화| 2022.01.28

[에세이] 인도의 생활화된 디자인 이야기 '주가드(JUGAAD)'




코로나 모양 헬멧을 쓴 인도의 경찰들 @출처 동아일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심각한 뉴스 틈에 피식하게 되는 인도경찰의 모자가 눈에 띄었다.
보는 순간 나는 저것도 주가드 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주가드(jugaad)라는 단어를 듣게 된 것은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던 병아리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인턴계에 아버지라 불리었던 차장님은 인도 주재원으로 지내셨을 적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셨는데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꽤나 많아서 항상 재미있게 들었다.

그 중 인도의 주가드는 신선하게 다가온 단어였다.
주가드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라는 문장이 잘 어울리는 인도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웬 인도 얘기인가? 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의 민낯과 특정 거주민들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지구를 빌려 쓰는 '인간'이라는 같은 종족으로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타국의 독특한 문화를 재미있게 바라보며 글로나마 해당 국가를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인도의 주가드 문화


우리가 주변에서 사용하는 커피머신이나 청소기, 하다못해 물컵 하나까지, 늘 사용하는 생활용품들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불편해질까? 또 이러한 것들을 손수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면 그 수고스러움은 얼마나 클까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에서는 이런 창조적인 활동들이 흔히 펼쳐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주가드(JUGAAD)이다.




주가드?


주가드란 본래 힌디어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창의력을 신속하게 발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단어는 경영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제한적 자원과 열악한 환경을 탓하는 것이 아닌 이에 적응하여 즉흥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주가드 정신은 인도 사람들의 무의식 중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창조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주가드 활동에는 트랙터나 경운기에 짐칸을 만들어 사람들이 탑승하고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새로운 운송 기계를 만드는 것이 보편적인 예이며 여기에 여러 장신구들을 달거나 그림을 그려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트랙터를 개조한 운반용 트럭 @Rajesh Vora/Center for Architecture
https://abhindas.weebly.com/jugaad.html
@moterscribes
@GOOGLE이미지 검색



또 주가드는 기존 용도의 물건을 새로운 용도로 재 탄생시키는 리사이클 디자인 활동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주가드 정신을 모티브로 삼아 예술작품으로 펼친 예도 있다.



물탱크를 스쿠터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사례 @news18










주가드를 활용한 작품 활동

인도 뉴델리의 한 마을에는 주가드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 있다. 바로 주가드 캐노피(Jugaad canopy)다.
3개월 동안 마을 주민들과 함께 폐기된 기름통과 캔을 사용해 완성시킨 주가드 캐노피는 주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로부터 피할 수 있는 쉼터이다. 이 사례는 2008년 퍼블릭 아트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0년에는 런던에서 열린 이머징 아키텍처 어워드(Emerging Architecture awards)에도 선정되었다.

주가드 캐노피를 기획한 인도 남부 출신의 산지브 상카르(Sanjeev Shankar)는 건축과 디자인, 과학이라는 세 가지 분야를 융합하며 현재에도 다양한 영감의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작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주가드캐노피 외에도 인도 고유의 문화와 정신이 담긴 작가의 이국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활동
The yoga temple at Mangalore by Sanjeev Shankar - Art, Craft, Design and Architecture

주가드 캐노피에 관한 내용 및 인터뷰
Sanjeev Shankar - Art, Craft, Design and Architecture





주가드캐노피에 활용된 오일통들 @www.sanjeevshankar.com
@www.sanjeevshankar.com
@www.sanjeevshankar.com
@www.sanjeevshankar.com




불편한 환경


조금은 어설프지만 시도 자체는 크리에티브 한 주가드 정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바로 불편함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좀 더 편리하고 쉽게 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방법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끊임없이 발명하고 연구했다. 인도인들은 어릴 적부터 나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창조활동을 해온 것이다. 이 기회와 분야는 무수히 많고 광범위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편리한 환경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타국에 나갈 때면 모두가 느끼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단연 살기 최고이다. 잘 정돈된 시스템과 기술력, 수준 높은 시민의식 등 요즘같이 한국이 자랑스러울 때가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청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제작하고 무료로 배포하겠다 계획한 미국 캔터키주의 여학생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다. 입모양이 보이지 않으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을 위해 입 부분이 투명하게 만들어진 마스크였는데, 기사를 읽는 순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바로 실행에 옮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질서는 잘 지키지만 획일화된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눈총을 받고 어느 나라보다 살기 편하지만 어느 나라보다 업무의 강도도 쌘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삶을 돌아보았다.



주가드(JUGAAD) 정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창조의 활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레퍼런스 없이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기란 너무나도 어렵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또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할지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사실 주가드 사례를 보면 창작이라는 활동에 거창이라는 단어는 필요 없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소소하고 자연스럽게 시작했던 활동들이 의도치 않게 혁신의 시작이자 새로운 발명품의 시초가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이런 캐주얼한 생각과 함께라면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지 않을까?

인도는 지금도 끊임없이 다양한 발명가들이 탄생하고 있다!

허허허 정말 대단한 사람들.....

진짜 창조경제의 나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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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화

예비사회적기업 비유니크 디렉터로 어르신여가생활과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소품 브랜드 <링크앤라이프 릴리>의 브랜드에셋을 총괄 및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대학동기와 소셜창업의 전선에 뛰어들어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 중이며 사회적 가치와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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