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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팩트풀니스

최윤의| 2022.01.25

'팩트풀니스'를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하는 대신 그대로 사용하는건 어떨까?

출처: Yes 24

팩트풀니스라는 제목은 마음에 들었는데, 이 말을 사실 충실성으로 번역한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 단어가 여러 전문가들의 치열한 고민 속에 결정된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처음 접한 독자로써는 '이것이 최선이었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 나라면 어떤 단어로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해석을 했을 때 긴 문장으로 해석되며, 국문 번역으로 번역했을 때 어색하게 번역되는 단어는 영단어 그대로를 쓰는 것이 낫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넛지'가 있다. 넛지는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선택 설계'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현업에서 '다크 넛지'처럼 국문 번역을 하지 않고 영단어 그대로로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크 넛지는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로 회원가입 시 전체 동의 내에 선택 동의 사항을 끼워 넣는다든지, 에어비앤비처럼 결제 직전 단계에 돈이 추가되는 것을 말한다. 자세한 설명글은 https://brunch.co.kr/@cliche-cliche/43 이 글이 정리를 잘 해놓았다.)

또, 팩트풀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책인 만큼 '팩트풀니스'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좀 더 대중적인 단어도 생각해봤는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라는 뜻으로 'Data-Driven'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에 근거하여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도 'Fact-Driven' 또는 'Fact-based'로도 사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UX 디자인 업무에 팩트풀니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데이터를 보는 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깨달음을 이 책의 11장: 사실 충실성 실천하기와 같은 맥락에서 어떻게 나의 업무에 반영해볼 수 있는지 생각해봤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인상적으로 보이는 수를 다른 수와 비교해보자.

보통 데이터를 볼 때는 여러 데이터들을 받아서 비교해보면서 분석하기 때문에 업무에 있어서 크기 본능은 잘 억제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인상 깊은 수와 다른 수를 비교했던 한 가지 경험은 성형외과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의 경험이었다. 웹사이트에 어떤 수술을 상단에 노출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의 트래픽 분석 데이터를 받아봤었던 적이 있었다. PC에서 가장 높은 비중(%)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던 성형은 가슴 성형이었고 모바일에서 가장 높은 비중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던 성형은 눈 성형이어서 순간 어떤 수술을 상단에 노출해야 하나 고민되었지만, 실제 페이지 뷰 횟수를 확인했을 때 모바일로 눈 성형 페이지를 접속한 숫자가 PC에서 가슴 성형 페이지를 접속한 숫자의 25배나 높았기 때문에 고민 없이 눈 성형 코너를 상단에 노출하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었다. 또, 상담 페이지를 접속한 수가 너무 적어서 의아함이 들었기도 했지만, 상세 데이터를 살펴보니 카톡 상담, 온라인 상담 등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어 상담 페이지 접속률이 낮은 것으로 집계된 것을 확인했고, 분산되어 있던 페이지 뷰 수를 합치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페이지의 뷰 수보다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하여 놀랐던 적도 있었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자.

업무를 할 때 나의 숨겨져 있던 일반화 본능을 발동했던 적도 있었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앱을 디자인하는데, 어떤 운영체제 형태로 시안을 잡을 것인지 논의가 펼쳐졌고 나는 세상 사람들의 한 45% 정도는 아이폰 쓰고, 남은 45%는 갤럭시 쓰고, 그리고 그 남은 10% 정도나 화웨이나 엘지나 기타 등등 쓰겠죠~!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핸드폰도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이고, 내 주변 집단이 애플이나 삼성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여 생각 없이 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 현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스탯카운터(https://gs.statcounter.com/)라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실제 데이터를 본 순간 예상과는 다른 수치에 놀라게 되었는데,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30.58%가 삼성, 24.99%가 애플, 10.58%가 화웨이, 9.47%가 샤오미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 나는 나의 섣부른 판단과 선입견에 매우 부끄러웠었다. (또,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화웨이 사용자가 17.86%로 삼성의 33.8% 수치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한 번 더 놀랐었다.) 이 사건 이후로 이런 데이터를 묻는 질문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또는 매우 선입견이 깔린) 생각을 말하기 전에 실제 데이터를 찾아보고 말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크기 본능과 일반화 본능 외에도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여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습관이며, 비난 본능을 억제하는 것 역시 모든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문제의 논지를 다른 곳에 두지 않고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습관이고,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고 관련 있고 정확한 데이터만 모으는 것은 분석적 사고를 신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습관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독후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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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의

플러스엑스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그리고 런던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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