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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회사가 야근을 하는 이유

an.other| 2022.01.24

요즘따라 나는 <을>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 인생에 현자 타임이 왔다고 해야 할까? 이런 감정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마찬가지 겠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내가 작업을 할애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수정해야 하며, 그런 작업이 반복되어 집에도 못 가고 인생을 점점 잃어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야근을 할까? 야근을 안 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정리해보면 야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 내가 속한 회사의 대표와, 클라이언트의 마인드가 올바르게 바뀌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힘들다.) 디자인 회사가 야근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디자인 회사가 야근을 하는 이유

1. 대표자의 필요 이상의 디자인적 욕심 (내부 클라이언트)

디자인 에이전시의 대표자는, 본인이 디자인을 전공했든 안 했든 기본적으로 자기 회사의 디자인에 욕심이 많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디자인 실무 작업을 하는 대표자는 거의 없으며 영업이나 경영관리를 하지만 직원들이 하는 디자인에도 큰 신경을 쓴다. 고객사에 디자인 시안이 나가기 전에 꼭 대표자에게 검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일의 업무량이 많아지게 된다. 10에 5할 정도로 어떻게 수정하라고 말해주지도 않은 채, 그저 "바꿔봐, 영 아닌데" "이 느낌이 아닌데" 등의 말로서 직원들의 디자인을 물리쳐버린다. 디자이너는 투자한 시간만큼 다시 시간을 투자하여 작업을 해야 한다. 직원의 입장에서 이런 분들을 <내부 클라이언트>라고 하고 이 경우를 야근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첫 번째로 정해보있다.

> 대표자는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쓰고, 디자인은 디자이너인 당사자에게 디자인을 결정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 만약 디자이너가 신입이라면 힘들 수 있지만, 적어도 경력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현명한 소수의 회사는 디자인을 수직적으로 함이 아닌 개인 한 명 한 명이 마치 이 회사의 대표자가 되어 디자인을 병렬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있다.

> 회사의 대표자라고 해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권리는 없다. (법적 권리는 있겠지만) 그 권리가 있으려면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은 디자인 기획단계에 힘께 참여를 했을 경우이다. 디자인 기획에 참여하지도 않고 결과물만 보고 느낌 과 감상을 말 한마디로 말하는 건... 꼰대, 멀리서 찾지 말자.

> 피드백은 감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확한 해결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감상적인 말이 아니라 철저히 목적과 논리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이 말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거나 디자인 피드백을 어떻게 할지 모르시는 분들은 <좋은 것들의 비밀> 시리즈 등을 보면서 디자인적 이론을 공부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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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세스의 부재

디자인은 감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예술이 아니라고 많이들 말한다. 디자인은 철저히 상업적이기 때문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많은 디자인 회사들은 왜 작업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일단 포토샵을 켜고 디자인해보는 것으로 시작을 할까? 다시 말해보지만 디자인은 철저하게 목적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벤치마킹 - 컨셉 설정 - 컨셉 결정 - 시안 제작 - 시안 채택 - 시안 수정이라는 과정이 있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에 나와있다.

많은 회사들은 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는 "일이 너무 많아서 기획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 는 변명을 늘어놓는데 시간이 없을수록 프로세스는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없으면 말 한마디로 디자인을 다시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프로세스가 명확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면 디자이너도 할 말이 생기는 것이다. "이 컨셉에 의해서 이렇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수정은 이 정도로만 하시면 됩니다"

> 나는 지금 소규모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지만 만약 인원이 많은 회사의 대표라면, 철저하게 프로세스에 의해서 움직일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말 한마디로 우리가 했던 수고가 헛수고가 되지 않게 명확하게 디자이너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것이 야근을 더 적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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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업무량

말 그대로 인원에 비해 업무량이 많은 상황이다.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한 이상적인 업무량은, 1인당 1주일에 프로젝트 2~3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대한민국 디자인 시장의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많은 회사도 소수의 인력으로 소위 말하는 뽕을 뽑으려는 경우가 워낙 많지 않은가?

> 직원을 뽑으세요.

4.고객사 눈치

종종 디자인 회사의 대표자나 팀장급의 분들이 고객사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아야 할 경우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자세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이다.) 업무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하며, 그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

>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를 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고.

상업 디자인이라는 것은 권한자 입맛대로 해준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목적이 상업에 맞춰져 있을 뿐, 작업자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작업자의 권리도 어느 정도 맞추어져야 한다.


이 글이 너무 이상적이고, 터무니없는 글일까
아주 당연한 것에 물음을 가지는 것일 뿐.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의 시작이다. 뉴턴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당연하게 여겼다면 지금 시대는 어떠했을까?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당연한> 것들에서 의문을 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기에. 무엇보다 나의 인생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기에.

만년 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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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어나더는 삶의 가치와 합리적인 일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디자인 에이전시 입니다.
그 가치는 개인에게 있다고 보고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ersonal graphic Design 을 통하여, 다수가 아닌 개인의 중요성과 가치를 존재감을 일깨워 줍니다. 그 외 다양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딩 서비스로 삶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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