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더 좋은 처우와 환경을 얻는 디자이너의 역할

김성빈| 2022.03.07

디자이너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IT 분야에서는 대부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시각화시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기획부서에서 전략적으로 기획안을 설계하면 이를 시각화시키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조직 분위기상 각자의 역할이 존재한다면 그 조직에서만큼은 맞는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그게 다가 아님을 말하고 싶다. 디자이너는 시각화시키는 일만 잘해선 안된다. 정확히 주어진 일만 수행하는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각화시키는 일을 잘해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한계점이 올 것이다. 그 이상 성장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같은 고연차 디자이너 중 누구는 브랜드 총괄 디렉터, 누구는 여전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사원으로 남느냐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디자이너의 역할로 포함하냐 안 하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둘의 입장을 비교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앞으로 영향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선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더 좋은 처우와 작업 환경을 얻길 원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그동안 어떤 역할을 수행한 디자이너였는지. 그리고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아직 부족하기에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더 좋은 처우와 작업 환경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디자이너라면 기업도 나를 성장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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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디자이너처럼 디자인한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해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만나온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처럼 디자인한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쉽게 말해 "시각적인 결과물만 신경 쓰면 된다" "완성시키면 기획부서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는 디자이너가 많다. 거기까지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는다면 과연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제대로 된 디자인을 했을까? 나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디자이너를 믿고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다.

에이전시든 인하우스든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디자인해야 한다. 포트폴리오에 예쁜 결과물 하나 넣자고 디자인해선 안된다. 또한 큰 프로젝트에서 시각적 결과물만 신경 쓰고 전략은 기획자한테만 맡기면 안 된다. 연차가 낮다는 이유로 "나는 아직 그런 역할까지 고민하기 싫다"라는 디자이너가 되지 말자. 연차가 높은 디자이너가 "나는 디자인을 잘한다"에 근거가 시각적 퍼포먼스 측면일 경우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색상은 무얼 의미하고... 이 형태는 무얼 상징하며..." 이런 디자인에만 집착하지 말자. 디자인의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함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디자이너라도 시각적인 결과물의 완성도만을 고민한 사람은 비즈니스의 성장을 고민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처우와 작업 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는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임에도 여전히 디자이너처럼 디자인한다고 느낄 경우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경험을 설계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처우와 작업 환경을 원하는 디자이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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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즉전력,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다

퍼포먼스를 중요시한 디자이너는 신선함을 주더라도 성장과는 무관한 디자인을 만든다(좌측) / 사업 전략을 이해한 디자이너는 브랜드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성장을 돕는다(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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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관점에서 디자인하자

그래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더 좋은 처우와 작업 환경을 얻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경영자 관점에서 디자인해야 한다 생각한다. "올해 얼마나 많은 가입자 수를 얻을 것인가?" "목표 매출액은 얼마인가?"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과 가치를 보여줘야 할까?" "어떤 분야에 잠재 고객이 숨어있고 그들이 원하는 니즈는 무엇인가?"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통해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올해 마케팅 예산은 얼마가 필요하고, 5배~10배 이상에 기대 효과를 얻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등 비즈니스의 성장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경쟁력 있다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기업은 결국 이윤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경험과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목표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결국 이윤을 얻어야 한다. 프로덕트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공간 디자인 구분 없이 사용하기 쉽고, 매력 있고, 계속 쓰고 싶은 경험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거기까지가 디자인의 목표가 아니라 생각한다. 디자인의 목표는 비즈니스의 성장이다.

사업 성장에 필요한 큰 물줄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흐름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기획과 사업을 고민하는 부서에서만 사업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디자이너는 손이 되어선 안된다. 머리가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누구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디자이너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경영자 관점에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고민하는 전략가가 되자. 시각적 결과물에만 집착하지 말자. 에이전시든 인하우스든 내 직업이 디자이너라면 '디자이너의 역할'이 결국 경영자 관점까지 나아가야 함을 잊지 말자.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해 볼 만하다.


기업 실적과 성장 속도 그리고 실적 목표치 등의 데이터는 경영자와 사업부서에게만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전략적인 디자인을 위해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정보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 나의 생각이 누군가에겐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왜냐면 각자의 목표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한다. 다만 옆에 있는 동료와 SNS에서 구경하는 디자이너들의 더 좋은 처우와 작업 환경이 부럽다면 충분히 고민하고 성장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정 짓고 더 좋은 처우를 원해선 안 된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아선 안된다. 기업은 절대 어중간한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동안 어떤 역할을 수행한 디자이너였는지. 그리고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더 좋은 처우와 환경을 얻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가자. 이 글을 쓰며 나 또한 부족함을 느낀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 결심이란 마음이 생기면 우린 우리답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생각 위를 걷자.


기업이 가고자 하는 목표점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길을 잃는 디자인을 하지 말자. 우리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디자이너다.



나는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론 강의 원천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비단 리본만큼 좁다란 파란 물이 초록색 빙하 아래로, 마치 어디로 갈지 무엇이 될지 모르는 듯 주춤거리며 나아간다.

그것은 천천히 움직이며 조금씩 커져 다른 물의 띠와 만난다. 그리고 결심한 듯 길을 파 만들며 더 이상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나아간다. 이제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더 넓어지고 깊어져 마을을 적시고, 방앗간을 돌리고, 멜론 밭을 축이고, 도시를 가르며 지나 흘러... 이미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바다로 향한다.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 니코르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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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빈

네이버웍스 브랜드 디자이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 위를 걷고 꾸준히 걷고 그리고 함께 걷는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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