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집

김나훔| 2022.02.04

몇 달 전 한 매거진에서 집을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내 주거공간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세세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다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지만 우선 매거진의 퀄리티나 내용이 좋고, 주거지로 수도권이 아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었기에 취재에 응했다. 또 난 원래 인터뷰를 좋아한다. 내 바운더리에 있지 않은 직업군의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일이 즐겁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몇 번 해봤는데 그러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의 삶을 객관화하게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성찰하게 되는 때도 있었다. 또 역으로 인터뷰이에서 인터뷰어로 입장이 바뀌어 상대방의 사고방식이나 의견을 듣게 될 때도 있었는데 그 과정이 항상 즐거웠다. 그래서 뻔하고 중복되는 내용만 아니라면 난 인터뷰를 신청하는 것도 받는 것도 좋아한다.



그동안의 주제와는 달리 주거공간을 주제로 한 인터뷰는 처음이라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포토그래퍼 한 분과 편집자 한 분이 집으로 찾아왔다. 강릉으로 이사 오기까지 어떤 주거환경의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약 두 시간 동안 나눴다. 최대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오랜 시간 여러 사건들과 감정의 변화 속에서 천천히 다져온 일이다 보니 자꾸 이야기가 길어져 조금 죄송했다. 여느 인터뷰 때와 같이 이번에도 몇 가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다만 한 가지, 머릿속에서 불편하게 턱턱 걸리는 감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내 거취나 여정이 어딘지 모르게 종결되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터뷰는 마치 책을 읽듯 기승전결 순서로 마무리되어갔지만, 내 안에서는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 낯선 무언가를 꿈꾸는 막연한 욕구가 꿈틀댔다. 하지만 그 용기를 또다시 낸다는 것은 체력, 시간, 비용 등... 무수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마음 구석 어딘가에 꽁꽁 싸매 던져두고는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회사를 관두고 본격적인 전업 작가로 살기 시작한 베를린에서의 1년,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강릉에서 집을 구해 지내온 1년도 조금씩 끝을 향해 나아간다. 서울을 자주 오가다 보니 늘 붕 뜬 채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다. 책도 잘 안 읽힌다. 매년 여름이 가고 조금씩 스산한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을 감지할 때면 약간의 조바심과 이런저런 자문을 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포토그래퍼의 눈으로 담은 우리 집은 이렇게 생겼구나. 또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이런 모습이구나’ 생각한다.타인의 시선, 남의 눈치를 보는 자신을 늘 경계하지만 가끔씩 타인의 눈에 비춘 내 삶을 바라보는 일은 또 나름의 묘미가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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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훔

[뭐]저자
사진과 글, 그림을 그리는 김나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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