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상처를 치유하는 각자의 방식

노트폴리오 매거진| 2022.06.30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실의에 빠졌을 때, 아무렇지 않게 하하호호 웃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운 적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아빠의 나이가 되면 지금의 힘든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어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보다 나이든 지금,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나 실의가 그에 비례해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BUTTONS - November 22, 1982 “Her strength is in her principles.”

이따금씩 우리는 가끔 나이든 사람들의 감정이 젊은 사람들의 것보다 무디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연륜’이라 불리우는, 어린 사람들이 쉬이 가질 수 없는 경험을 내재해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상처가 덜 하지도,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운이 나쁘면 100살 까지도 살지 모른다’는 농담이 통용되는 지금, 나이에 관계 없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MY OWN GULLIVER IN LILLIPUT - January 17, 1983 “Oh, me! What she couldn’t do if so many characteristics didn’t hold her down. Sexuality, gluttony, her childish ways, motherhood, her infantile habits, greed. She’s stuck up, has temper tantrums, is self-righteous, lazy and sheds crocodile tears. She’s timid, quarrelsome and full of hate. From her soapbox her conscience (or her mother) berails [sic] and blames her. She’s idiotic and does stupid things. She looks down her nose at herself, a poor self-image.”

엘리자베스 레이톤은 어린 시절 실패한 첫사랑과 불우한 결혼생활로 68세의 나이에 뇌졸중을 얻는다. 문제는 아들이 사망하면서 우울증이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우울증은 뇌가 다친 사람들이 쉽게 얻는 장애기는 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에 그의 병세는 심화되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첫사랑의 죽음과 엄마의 냉대함, 그리고 여성인권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대에 ‘워킹맘’으로서 고충에 시달려 늘상 우울감에 시달려왔다. 타고나길 예민한 그녀의 기질과 환경적인 기반이 그녀를 더욱 침울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그렇게 68세 까지 시달려 온 그녀의 정서 문제는 레이튼이 미술을 만나면서 치유되기 시작한다.

MIXED FLOWERS - October 7, 1982


사실 그녀는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신문사를 운영했기에 정식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울증 심화로 1977년 68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미술 수업 등록 해 기초 미술 과목을 수강했다. 이후 그녀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자화상에 몰두했고, 점차 그림에 몰입하는 시간이 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노인이지만, 하루에 10시간 이상 그림에 몰두하는 날도 있었다.

레이튼은 주로 색연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컨투어 드로잉’ 기법을 사용했는데, 언어가 아닌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 깊이 녹아있던 이야기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였지만, 작업을 거듭할수록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10개월이 지났을 때, 그녀는 그림이 자신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던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음을 체감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사망에 이른 1993년까지 그녀는 약 1,200여 점의 그림을 세상에 남겼다.

THE BAG LADY - January 31, 1986 “This is my dormant bag lady - she disgusts me. I am afraid to look at her. I may become she at any minute.”

PUSHING UP THE DAISIES - June 21, 1978 “This is my grave. It doesn’t make any difference after you’re dead what color your skin is so I drew my skin black. People of other colored skin have the same feelings. I think we all have the same feelings. This is my gravestone. Some child has pulled some daisies and laid them there on the grave. See, she’s winking. She knows what’s after this world. It’s a hopeful picture.”


MONA LISA - April 1, 1978 These are some things that Mona Lisa, when she lived to be an old woman, would have been thinking about.”


Every Which Way - September 14, 1977 "People see you on the street and they're used to you being thin, and one woman came up behind me and said "You're too fat!" and I came home weeping. It really gets to you...but this drawing is just watering the flowers...I missed the flowers." Elizabeth Layton



우연찮은 기회에 그녀의 그림이 세간에 알려질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 레이톤은 자신의 그림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아마 지극히 개인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였을 것이다. 사실 그녀의 그림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인 것 같지만, 너무나 솔직해서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개인의 내면에 응축된 부정적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레이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불편하지만 그래서 ‘사람다운’ 장면이 녹아있다. 세간의 많은 작품들은 사랑과 결실을 그리지만, 그녀의 그림은 언제나 인간의 음울과 내면의 어둠을 다루기 때문이다.

CINDERELLA - July 30, 1982 “Fairy tales end. “Cinderella and her prince get married and live happily ever after.’ Not necessarily so. He sits there, glued to the television set. She pouts, feeling neglected. She consoles herself with chocolates, romance novels, and the thought that she is a pretty little thing whose tiny pink foot slips easily into the treasured glass slipper.”


HANSEL AND GRETEL LOST IN THE FOREST - January 25, 1987 “Hansel and Gretel are lost in the woods, at the candy house in the realm of the wicked witch. In the upper left corner is a patch of the ‘beautiful woods’ they came through.”


Apollo and The Muses - December 1, 1986 “This picture is about the battered women’s syndrome. For the security that Apollo personifies with his tight hold on the wallet and money bags, the battered women muses may do several things, each muse bragging on what she does best. One uses a mirror to examine her shiner, a beaut; one hands him a bottle of Brut, asking for more; one tries her best to look like the stereotyped sex goddess as pictured on TV; one irons a neat shirt; one bakes a yummy pie; one sweeps things clean; one brings slippers; one brings his pipe; and one hugs the HIS pillow. All engage in various cosmetic absurdities. This could be what one man expects from one woman.”


TO OUR CHILDREN WITH LOVE - March 1, 1990 “A benign old couple swings beneath the vines, innocently contemplating its birthday list which goes on ad infinitum. The couple sprays the air like mad, killing everything in the way. Water pours out from the hose, IOU's strew around the place, acid rain falls. The sun shines brightly though the holes in the ozone.”


레이톤은 이러한 자신의 그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로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그림의 치유력과 위대함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작품 초기에는 내면에 집중했던 그림의 주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과 사회, 그리고 세상으로 초점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녀의 후반기 작업은 환경 문제를 다루거나 걸프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그림에 담았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이 받아야할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으며 미술치료가 노인에게 주는 이점에 대해 설파하기도 했다.

Whistler's Mother - March 17, 1980 "The idea was that your body's a cage but your spirit is free. People who are paralyzed, they draw with their mouth or their head, they do miraculous things. Maybe you're old, maybe you can't get your thoughts out, just living is a handicap because you are caged in this particular body whether you like it or not. You just as well should learn to like it."

Raggedy Ann and Andy on the Shelf - September 16, 1979 "The shelf is made out of glass and it's in front of a glass window. You know in nursing homes and institutions, or hospitals there is no privacy."


그녀의 그림은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그림’ 본연 자체가 인간에게 주는 이점을 증명한다. 또한 실질적인 정서 장애를 해결하는 치료법으로써의 효과와 노년의 나이에도 어떠한 삶의 태도로 인생을 다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YOU GOTTA HAVE ART - December 19, 1981 “Don Lambert brought us these caps to spread our message. Art does so much for me I want everybody to try it. If you get tired of my ranting, do like Glenn does - duck! My sister Carolyn kept coaxing me to try Art, like her husband Henry Francis Misselwitz, had persuaded her to paint out in Burlingame, California. Daughter Kay even brought me the Art assignments to do - a child’s movie screen in a shoebox, nursery rhymes to illustrate. Big sisters and Little daughters sometimes know best. So, timidly, I ventured out to the World of Art and enrolled in Basic Drawing and discovered CONTOUR!


인간은 나이가 들고,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삶에 대한 열정이 없거나, 상처에 무감각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은 생 동안 각자의 삶에서 상처를 치료할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나아가 그러한 방법이 나와 타인뿐만 아니라 세상에 이로울 수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유의미한 삶이 될 것이다.

좋아요 4
공유하기

노트폴리오 매거진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디자이너를 위한 소식을 전합니다.
목록으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