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파리에 동양을 물들인 디자이너 겐조(KENZO)

라우드 매거진| 2022.01.17

오늘 아티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겐조 (KENZO)'의 창시자인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Takada Kenzo)의 별세 소식인데요. 지난 10월 4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다카다 겐조가 향년 81세의 나이로 디자인 업계의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눈을 감게 되었습니다.



다카다 겐조 (高田賢三 | たかだけんぞう | Takada Kenzo) / 일본


커다란 호랑이와 눈 모양 일러스트의 자수,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유명한 겐조 브랜드. 최초 파리에서 활동한 일본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친 다카다 겐조는 '파리에 동양의 색을 입힌 디자이너', '자유를 추구한 디자이너' 라는 수식어로 불릴만큼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디자이너입니다. 다카다 겐조의 지난 일생과 그가 남긴 아름다운 흔적들을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카다 겐조 (たかだけんぞう / Takada Kenzo)

다카다 겐조는 누나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까지 문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 기모노 매장에서 아름다운 자연이 담긴 원단에 순식간에 매료되었고 평소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 마음에 더욱 불이 지펴져 그 길로 대학을 중퇴해 도쿄 문화복장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 해 처음으로 남학생을 받았던 도쿄문화복장원이에서 겐조는 처음 패션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여러 패션 콘테스트에서 수상 경력을 얻고 일본 패션계에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우연한 기회로 그는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유럽으로 가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겐조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매각하게 되며 갑작스러운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는 후문)

겨우 불어 몇 마디 할 수 있었던 겐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의 중심지에서 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부티크, 잡지사를 찾아가 자신의 디자인을 알리는데 멈춤이 없었습니다. 바닥부터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그는 디자이너 '루이 페로'의 눈에 띄어 여러 백화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죠.

당시 파리에서는 몸의 곡선에 따라 꼭 맞는 완벽한 라인을 중심으로 한 스타일의 패션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 높은 파리의 패션은 겐조에게는 완벽하면서도 동시에 엄격한 규범과 같다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68운동)을 겪으며 겐조는 자신의 수를 두게 됩니다.



프랑스 5월 혁명 (68운동) - 사진출처 : 나무위키



바로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파리의 젊은 세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새로운 패션의 철학과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거죠.




2. 파리에 동양의 색을 물들이다.

당시 기성세대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법과 규율 등에 스스로를 가둔다 여긴 젊은이들의 반체제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물질적 풍요보다는 권위주의 타파,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트렌드를 이룬 프랑스의 패션 역시 젊은이들에게는 겐조의 발상과 비슷하게 거부해야하는 규범으로써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죠.

5월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이와 맞물려 1970년, 겐조는 자신의 부티크 '정글 잽(Jungle Jap)'을 오픈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건드리게 됩니다.



정글 잽 부티크를 통해 선보인 그의 작품은 자신의 고향에서 즐겨 입는 유카타 용 실크와 면 등의 값싼 원단을 사용하였으며 게이샤들이 입은 화려한 자수, 프린트에서 모티프를 따와 제작이 되었었는데요. 당시 엄격하고 엘리트주의적인 엄격한 파리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패션계의 새로운 충격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이 겐조의 정글잽은 파리에 일본, 동양의 감성을 물들이는데 대성공을 이룹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그는 1976년, 미국에 진출하며 '겐조' 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되었죠.



사진출처 : kenzo

3. 몸에 자유를 선물하다.

그는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여 몸의 곡선을 따라가는 의상이 아닌 넉넉하게 원단을 사용하고 여러 소재를 활용해 몸에 자유를 선물하며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냅니다.

"빅룩(Big Look) : 크고 넉넉함을 특징으로 하는 패션 스타일"

이를 겐조의 '빅룩 (Big Look)'이라 지칭하는데요. 특히 겐조의 빅룩은 다채로운 컬러, 패턴들이 혼합되고 어우러지면서 더욱 겐조만의 아이덴티티가 세워지게 됩니다. 여기서 그가 가지고 있는 패션 철학을 만나볼 수 있게 되는데요. 바로 '섞으면 좋아진다'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겐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그의 명언이죠.

"섞으면 좋아진다."
-다카다 겐조 -

그렇게 겐조는 1996년 디올과 펜디 등 다수의 명품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LVMH(Moët Hennessy Louis Vuitton) 그룹에 인수되었지만 돌연 '개인 예술에 전념하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패션계에서 은퇴해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이후로 다카다 겐조를 떠나보낸 겐조는 오랜 기간 동안 암흑기를 지나오게 되지만 미국 출신의 캐럴 림움베르토 레온을 영입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게 되었습니다.



겐조만이 가지고 있는 과감한 컬러와 패턴 - Kenzo SS21 Fashion Show

이세이 미야케, 꼼 데 가르송 등 당시 일본을 대표하며 패션계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겐조가 독보적인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자리잡고 있었던 유럽 문화에 처음으로 동양의 색을 가져온 디자이너이기 때문입니다.

패션에 대한 사랑으로 무작정 프랑스로 향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새로운 패션의 패러다임을 열었던 다카다 겐조. 코로나19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이 더해지게 되었지만 그가 남긴 많은 이야기들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귀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좋아요 0
공유하기

라우드 매거진

필요한 모-든 디자인, 이제 라우드소싱에서 해결하세요!
목록으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