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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나 -4

정은지| 2022.04.01



요즘 다 온라인이니 디지털이니해도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다 땅에 있다. 소셜미디어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도 다 중요하지만 직접 손으로 건낸 명함이나 우체통에 배달된 엽서, 갤러리에 원화를 전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일러스트레이터들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심어준다. 지난 번 포스팅한 온라인 포트폴리오 홍보 여정에 이어 오프라인 홍보에 대해서도 말해보겠다.



[오프라인] 포트폴리오 홍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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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만들기

오프라인으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홍보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명함을 만드는 것! 명함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를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소개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자기소개를 하며 명함을 내밀었을 때와 그냥 말로만 '나 그림 그리는 사람이에요'라고 했을 때 상대방은 큰 차이를 느낀다. 물론 프로답게 보일 수 있는 명함일 때만 말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은지에 따라 명함 디자인은 재각각이겠지만 최대한 깔끔하고 심플하게 디자인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딱 필요한 정보들만 넣고 장식이나 배경 이미지는 꼭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면 과감하게 빼길 바란다. 그래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상대방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본인이 디자인에 소질이 없다면 어설프게 혼자서 만드는 것보단 그래픽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직 디자이너인 나는 명함을 직접 만들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써 명함은 처음 가져보는 터라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명함 사이즈도 일반적인 크기가 아닌 조금 다른 비율로 선택했고 종이 질감이나 마감도 더 좋은 걸로 하고 싶어서 Moo라는 회사에 맡겨 인쇄를 하였다. 결과물은 대만족 :)
한국에서도 성원애드피아, 명함디자인통, 프린트시티 등 저렴한 가격에 명함이나 엽서를 좋은 퀄리티에 인쇄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우편물 홍보

오프라인 홍보의 꽃은 우편물 홍보다. 요즘 세상에 이메일로 보내면 되지 우체국씩이나 가서 홍보물을 우편으로 보내야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여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다 가능하다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는 아직 오감으로 사물을 인지 했을 때 훨씬 기억에 잘 남는다고 생각한다.

아래 영상들은 실제로 내가 우편물 홍보를 하기 위해 출판사 주소들을 일일이 손으로 쓰고 엽서 세트를 포장할 때 찍은 것이다. '헐.. 홍보를 위해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해?'라고 묻는다면.... 뭐 그건 본인의 자유.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일이 많이 들어오는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알려지지도 않았고 조금이라도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할 기세였기에 150개가 넘는 출판사에 엽서와 홍보물을 우편으로 보냈다.




처음 우편으로 홍보물을 보내본 거라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는 데에만 의미를 두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몇 주후 몇몇 출판사에서 작업을 의뢰하고 싶다는 이메일과 피드백들이 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동화책 일러스트 계약도 성사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직접적인 연락을 취하진 않았지만 몇몇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는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와! 손으로 명함과 엽서를 하나하나 봉투에 넣고 풀칠한 보람이 있구나ㅠ! 그리고 지금 당장은 내 그림과 맞는 프로젝트가 없어서 아무런 연락이 없을지 몰라도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삽화를 그려줄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야 할 때 나에게 연락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로써 우편물 홍보도 온라인 홍보만큼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우편물 홍보 시 알아두면 좋은 점
1. 너무 자주 보내지 말자

편집자/아트디렉터들은 매우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우편 홍보물은 너무 자주 보내진 말고 최대 분기별로 한 번씩 보내는 게 좋다.
2. 받는 사람을 고려하자

아무래도 사람들은 대량 생산하여 아무에게나 다 뿌린듯한 느낌보단 본인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서 보낸듯한 우편물을 좋아한다. 그러니 받는 사람을 위한 손편지라던가 간단한 메시지를 포함시키면 기억에 남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3. 굿즈도 동봉하자

포트폴리오 인쇄물뿐만 아니라 생일/크리스마스 카드, 스티커, 엽서, 배지 등 우편물을 받는 담당자가 개인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굿즈를 동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회

홍보 방법에 대해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던 중 전시회를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열정이 넘치던 나는 바로 타운에 있는 갤러리에 들어가 전시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고 절차를 안내받았다. 그렇게 수개월을 준비했고 마침내 처음으로 캐나다에서 내 첫 개인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전시회는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다. 갤러리 스태프들이 내 전시회를 위해 홍보, 설치, 판매 등을 모두 도와주셨고, 오프닝 때는 갤러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한 번에 받았다.
큰 도시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수 있어 더 매리트가 크겠지만 작은 도시에서 전시회를 하면 또 그것대로의 장점들이 있다. 일단 갤러리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누군가가 개인전을 오픈했다 그러면 그 도시의 화제, 소식거리가 되기도 한다.



내 개인전 소식이 캐나다 지역신문에!


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아주 많은 양의 그림을 그려야 했고 작품들에 대한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직접 내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을 해 보는 것 또한 굉장한 경험이다. 단순히 그림을 갤러리에 전시해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티스트로서 반드시 해보아야 할 경험이라 생각한다.



지역 축제/이벤트 참여하기

살고 있는 지역 축제나 플리마켓 등 오프라인 이벤트에 아티스트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홍보방법이다. 내 그림과 굿즈를 구매해주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 소통할 수도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써 나를 알리기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2019년에 'Summer in the city'라는 로컬 축제에 라이브 페이팅 아티스트로 참가하였다. 테이블 양쪽으로 내 그림과 판매할 엽서들을 놔두고 중간에서 그림을 실시간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 부스에 들렀다 가면서 대화도 같이 나누고 명함과 이메일도 주고받았다. 축제인 만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들 재각각의 다른 이유로 내 그림을 너무 좋아해 주셨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분들은 손자 손녀들이 내 그림을 너무 좋아할 것 같다고 다가와주셨고, 어린아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은 내가 그린 캐릭터 자체에 매료되어 한참을 구경하다 지나가곤 했다.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 역시 내 그림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내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할지, 아티스트로써의 나에게 어떤 걸 기대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경험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


에이전시 소속되기

이 외에도 일러스트 에이전시에 소속되는 방법도 있다. 규모가 큰 클라이언트들은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할 때도 있지만 종종 실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소속되어 있는 에이전시에 연락을 취해 일 의뢰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에이전시에서는 소속 작가들에 대한 홍보를 온/오프라인 모두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인 단위로 열리는 북페어나 일러스트 관련 콘퍼런스, 박람회 등 개인이 혼자 참여하기엔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에 에이전시가 소속 작가들과 같이 참여함으로써 잠재적 클라이언트들에게 더 많이 노출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일러스트 에이전시에 소속되는 방법도 다음에 한번 포스팅해 볼 예정이다.

홍보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 40/ 홍보 40 / 사무적 업무 20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저 여기 있어요-!'라고 지속적으로 설치고 떠들어 대야 한다. 처음 시작할때 허공에 대고 혼자 소리지는 듯한 느낌이겠지만 어느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거기 어디에요-?' 라고 답변을 해오기 시작할거다.

홍보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금처럼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엔 우편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거나 직접 대면해서 자신을 홍보해야 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들이 대세지만 5년 후, 10년 후엔 어떤 형태로 홍보수단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잠재적 클라이언트들도 일러스트레이터들을 고용하는 방법은 점점 바뀌고 더 진화할 것이다. 그러니 늘 트렌드를 잘 관찰하고 가까운 미래엔 무엇이 대세가 될지 예의 주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글들이 앞으로 더 많이 업데이트 될테니 브런치 “일러스트레이터 되기” 매거진을 주시해 주시길!
(https://brunch.co.kr/magazine/beanillust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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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캐나다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어린이들의 순수한 감성과 재미있는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Why Frogs Croak, Betsey Stockton, 금발 소녀와 곰 세마리, 우리집 복덩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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