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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디자인의 기본, 시각 보정과 회색도

type and blank| 2022.02.14

오늘은 글꼴을 디자인할 때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시각 보정

디자인을 전공했던 분들이라면 '시각 보정'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시각 보정이란, 착시 현상 때문에 글자나 도형이 불균형으로 보이거나 조화롭지 않은 현상을 보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 그림을 보며 설명하겠습니다.

상단의 도형들은 똑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에 맞게 그려진 네모꼴, 원, 마름모꼴, 세모꼴입니다. 확실히 네모꼴에 비해 다른 도형들이 작아 보입니다. 이 도형들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같아 보이게 조정하면 아래와 같은 크기 감을 가집니다.

도형들의 크기가 같아 보이도록 조정하면 정사각형의 기준선에서 조금씩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밖으로 나간 둥근 부분이나 뾰족한 부분들은 시각상으로 무시되며, 이러한 부분들을 시각 삭제 부분이라 합니다.



시각 보정이 적용된 글자와 함께 다양한 시각 보정의 예시를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가. 기초도형의 형태와 비슷한 글자에서 보이는 시각 보정의 예



나. 가로, 세로, 대각선의 굵기에서 보이는 시각 보정의 예

수치적으로 선의 굵기를 맞추면 가로획 > 대각선 > 세로획 순으로 굵기가 굵어 보입니다.



다. 위, 아래 크기 감에서 보이는 시각 보정의 예

같은 도형을 위, 아래로 배치했을 때 위의 도형이 커 보입니다.



라. 면적과 위치에 따른 시각 보정의 예

넓은 면적은 좁은 면적보다 위로 솟아 보이며, 같은 면적일지라도 앞에 있는 획이 뒤에 있는 획 보다 솟아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시각 보정이란 수치적으로 크기나 굵기, 중심을 맞추었을 때 달라 보이는 요소를 눈으로 맞추는 작업입니다. 종종 시각 보정에 대해 설명을 해 드리면 시각 보정의 정확한 수치 값을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 보정 값은 디자이너의 눈으로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시각 보정이 잘 된 작업물을 많이 보고, 스스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여 '잘 보는 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2. 회색도

글꼴을 만들다 보면 흑백 공간의 조율을 위한 무한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회색도(灰色度)란 말 그대로 회색의 정도, 명암의 수치를 뜻하며, 글자를 이루는 흑과 백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정도를 말합니다.
회색도를 맞추기 위해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글자와 복잡하지 않은 구조를 가진 글자의 굵기를 보정해주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글꼴은 적게는 한 글자, 많이는 수백 자 이상이 사용됩니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흑백 균형도 매우 중요하지만, 본문용으로 쓰이는 글꼴의 경우 전체 글자들의 회색도도 아주 중요합니다.
글꼴 안에서 회색도가 들쭉날쭉하거나 아주 두꺼운 글꼴이 긴 글줄로 사용되다 보면 눈에 피로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런 글꼴은, 주목성이 강하기 때문에 짧은 단어나 문구에 쓰기 적절합니다.


가. 구조가 다른 글자에서 회색도 조정을 위해 굵기를 보정한 예

복잡한 구조를 가진 '빼, 롤'의 획 굵기를 조정하여 글자가 너무 진해보이지 않게 조정합니다.



나. 긴 줄글로 쓰이기 적절한 회색도를 가진 글꼴과 짧은 단어나 문장에 쓰기 적절한 회색도를 가진 글꼴의 예

글꼴을 본문용으로 길게 쓸 때는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읽는 책 속의 글자 크기 감을 적용해 보면 긴 줄글로 어울리는 글꼴과 아닌 글꼴을 확인하기 좋습니다.



위의 예시에서 본 것처럼, 글꼴을 만들면서 회색도를 검토하는 방법 중 '흐린 눈 해서 보기'가 있습니다. 글꼴을 문장으로 뽑은 뒤 눈을 반 정도 뜨고 흐릿하게 보면 전체 문장에 자연스럽게 묻히지 못하고 하나씩 튀어 오르는 글자가 있는데, 그런 글자들은 다시 굵기를 조정하여 주위 글자들과 어울리도록 작업합니다.


회색도를 맞추는 작업 또한 시각 보정 작업 중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보정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수학적 수치도 중요하지만, 결국 디자이너의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타입에 대해 궁금하거나,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
네이버 한자 사전
인용 문구 - [Walter Whitman - O Me! O Life!]





다음 이야기는 글꼴의 뉘앙스를 결정 짓는 다양한 요소들 -한글-입니다.




안녕하세요. type and blank를 통해 type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크게 아래와 같은 분류로 이야기할 예정이며, 공백(blank)의 영역은 미지수로 주제에 맞게 변화하고 추가될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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