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디자이너 스스로 롤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an.other| 2022.03.02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7년 차 브랜딩/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브랜딩그룹 an.other를 운영하고 있는 권지윤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해오셨나요?

원래 디자인 입문은 웹디자이너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홈페이지를 만들고 코딩하는 작업보다는 인쇄매체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저명한 디자인실장님이 운영하시는 디자인 실습소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보통 편집디자인이 인쇄/출판 분야를 다룬다면, 그래픽 디자인은 인쇄 매체를 포함한 다양한 아트웍 작업을 다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분야의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그래픽 디자인에 입문하고 첫 회사는 광고회사를 가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과 IMC(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분야가 달라서 어려움을 느꼈지만, 나중에 경력이 생기면서 든 생각은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적 측면도 배워온 게 참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디자인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자인 에이전시 위주로 경력을 쌓았는데 디자인 회사도 분야가 정말 다양해요. 예를 들면 브랜딩만 다루는 곳이 있고 인쇄매체만 다루는 곳이 있기 때문에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많이 살펴보고 들어가야 본인만의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저의 경우는 한 분야보다는 브랜딩, 편집디자인, 기타 다양한 아트워크 작업까지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해서인지 다방면으로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회사를 퇴사한 뒤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브랜딩그룹 an.othe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랜딩 그룹 an.other를 소개해주세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브랜딩 그룹이라고 해서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공동창업자 3인 이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를 포함한 브랜드 디자이너와 서비스디자이너(기획자)가 함께하고 있죠. 처음엔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사이드 프로젝트보다는 더 넓은 범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뭐랄까 우리만의 프로세스가 녹아낸 디자인 회사 혹은 브랜딩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만의 프로세스가 녹아낸 디자인 회사>를 꿈꾸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순차적으로 주니어/시니어 디자이를 거쳐 디자인 팀장, 디자인 실장으로 경력을 쌓아왔어요. 일을 해오며 느낀 건 팀장이나 사수는 왜 명확한 피드백을 하지 않고 “마음에 안 들어, 다시 해와” “영 아닌데”라는 두루뭉술한 말로 디자이너들을 힘들게 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참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이건 잘못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죠. 그때부터 든 생각은 내가 만약 프로젝트를 리딩 한다면, 디자인 회사를 운영한다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을 때 제가 실행했던 건 올바른 환경에서 디자이너들이 일할 수 있도록 디자인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구축하고, 다른 팀과 동등한 포지션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일이에요. 특히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는 근거 없는 비판은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저 “다시 해봐,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은 “내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해봐”라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아무리 팀장이고 상사로서 디자인 검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해도 갑의 위치에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이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환경을 중요시해온 것 같아요. 물론 저의 방법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그저 디자인적인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모든 디자이너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디자이너로 업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연차별/포지션별로 정말 다른 것 같아요.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디자인 실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경력직 디자이너라면 본인이 후배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는 게 중요하고, 디자인 팀장이라면 팀원들을 리딩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중요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연차가 쌓일수록 그저 디자인실력만 쌓는 것보다는 <팀워크,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능력, 팀원들을 리딩 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업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제가 제일 불편해하는 것은 "네 생각은 틀려, 내 생각이 옳아"라는 상명하복 같은 마인드인데요.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옳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이런 거 하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보다는 서로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에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디자인 분야는 더더욱 그래야 하죠.윗


혹시 디자이너로서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그리고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사실 3~4년 차쯤 조금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아요. 신입 때는 이름만 들어도 이력서도 못 보낼 유명한 회사를 3년 차 때는 이력서만 넣어도 모두 합격하고 오히려 제가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었으니 나름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이었어요. 원래 디자이너가 3년차쯤이 전성기라고 하잖아요? 저 말고도 다 그랬을거에요. 아, 그런데 최종적으로 제가 결정한 회사는 오히려 30명 내외의 적당한 규모의 회사였어요. 주위에서는 유명한 회사를 포기한 저를 보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 사람도 있었지만, 유명한 회사를 다니며 12시간 이상 철야를 하고 박봉을 받는 친구들, 저녁과 주말이 아예 사라져서 건강까지 모두 잃어버린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그들의 네임벨류가 부러웠지만 "유명한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를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제 선택에 약간의 후회도 있었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듯해요. 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회사가 얼마나 유명하고 평판이 어떤지 보다는 '나와 맞을 것 같은지, 이 곳에서 내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 물론 제 기준이 다 맞지는 않으니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보는 걸 추천합니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예전에는 고객이 만족하는 디자이너라는 꿈을 꾸었지만 이제는 <디자이너 스스로 롤모델이 되는 것>이 제 디자인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엄청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네임벨류 있는 회사는 자의적으로 포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보면 평범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럴 때마다 누군가를 닮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저 스스로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차근차근 저만의 프로세스와 포트폴리오를 쌓아오니 나름대로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일을 할 때 가장 뿌듯했던 건 "디자이너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팀장님이 회사 차리면 무조건 입사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요. 퇴사한 뒤 프리랜서 일을 할 때에는 주위에서 먼저 "회사 차리고 나와 함께 사업 파트너로 일하자!"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럴 때면 내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믿어주는지? 하는 고마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죠. 그저 스스로를 롤모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왔던 저에게는 그 말들이 최고의 찬사였어요.


그렇다면, 디자이너를 떠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디자인 분야로 책 출판을 하게 되었는데, 제 글 혹은 저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겉모습을 포장해서 멋지고 뻔지르르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방식대로 묵묵히 살아가지만 누군가 나로 인해 또 다른 꿈을 꾸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면 제 인생은 200% 이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 스스로 롤모델이 되어야 하죠"
누군가 나로 인해 또 다른 꿈을 꾼다면 제 인생은 200% 이상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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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어나더는 삶의 가치와 합리적인 일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디자인 에이전시 입니다.
그 가치는 개인에게 있다고 보고 개인의 가치를 찾아주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ersonal graphic Design 을 통하여, 다수가 아닌 개인의 중요성과 가치를 존재감을 일깨워 줍니다. 그 외 다양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딩 서비스로 삶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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