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이보미| 2022.02.23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이전시 생활이 스스로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 1인이었다.
클라이언트의 백그라운드를 이해하고 목적하는 바를 찾아가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전시만 경험해본 뽀시래기로서는 에이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다른 일들을 하게 될까 걱정이 되어 다른 환경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었다. 서비스 세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다양한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업무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무 정보 없는 신입 디자이너는 당연하게도 에이전시에서 경험한 디자인 세계가 전부였고, 서비스 업계에 발 들일 생각도 못 했던 거 같다. 이직을 하게 된다고 해도 또 에이전시 생활을 이어 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생활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은 처음입니다만!

첫 에이전시 생활을 종료하고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에이전시를 목표로 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디자인 알바를 제의받았다. 한 달 동안 스타트 업에서 전반적인 디자인 업무를 맡기로 한 것이다. 정말 이제 막 시작한 엄청나게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에이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디자인 환경을 어떨지 궁금했던 터라 한 달의 아르바이트를 수락하며 스타트 업 환경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고 새로운 환경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클라이언트가 아닌 내가 속한 집단에서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목적을 세워 실험하며 발전하는 모습들, 우리들의 모습이 제품으로 투영되는 모습들, 제품의 백그라운드부터 모든 것들이 세세히 만들어 나가는 작업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였다. 지금은 벌써 스타트 업에서 지낸 지 1년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아직 이 생태계를 모두 체험해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 느낀 것들을 에이전시 경험과 함께 회고해 보려고 한다. 주관적인 경험이니 가볍게 읽어 주시길 바란다.



기초부터 튼튼히?


에이전시 : 사수를 따라 천천히 안정적으로!
에이전시는 아무래도 팀 단위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신입으로 들어갈 때에도 사수들이 거의 존재하는 것 같다. 회사와 작업에 대해 알아 갈 때에도 나름의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절차가 존재하다 보니 회사 내로 스며드는 진입장벽 낮은 편이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거 같다. 특히나 좋은 사수를 만났을 때는 팀 자체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자기 발전이 가능해지고 업무에 대한 시야도 사수를 통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스타트업 : 허겁지겁 일단 달려!
스타트 업은 일단 달려야 한다. 작은 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야 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운영하며 많은 것들을 혼자 감당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일단은 소수 정예로 시작하는 스타트 업의 특성상 사수가 없을 경우가 많다. 혼자 해결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자이너로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에이전시처럼 사수를 따라 차곡차곡 전문성을 키우기는 어렵지만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다양한 면에서 고루고루 역할을 해내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디자이너로서의 전문적인 깊이도 스스로 탐구하게 되고, 작업 자체를 스스로 컨트롤하는 힘이 길러지게 되고 행동에 대한 책임 의식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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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이해해야 하는가?


에이전시 : 타깃으로 향하자! (단, 클라이언트라는 산을 넘는다면 말이지...)

에이전시에서 가장 1순위를 생각해야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상적인 답은 그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타깃이지만 에이전시에서 1순위에는 그 프로젝트를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공존한다. 클라이언트의 맘에 들어야 작업이 진행되고 클라이언트가 정해 놓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종료시키는 것이 에이전시 작업 플로우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와의 합이 잘 맞 떨어져 환상적인 협업으로 일이 순조롭게 성공적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지만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따라 프로젝트에서 의도하는 바가 고객이 아닌 클라이언트에게로 집중될 때도 많았다.


스타트업 : 타겟으로 다이렉트!
스타트업에서는 역시 사용자, 사용자, 사용자이다. 조직 자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대화가 충분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프로젝트의 시작 시간도 종료 시간도 자체적으로 정한다. 시간이 걸려도 하나의 답으로 추려지는 것이 명확하다. 물론 그것이 항상 좋은 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모든 작업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오로지 사용자로 통한다. 프로젝트를 한 번에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이슈를 찾아 또 개발하는 끝이 없는 작업이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매력적인 모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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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협업해야 할까?


에이전시 : 각기 다른 직군들과의 협업, 개발자 기획자 모두 모두!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워터 폴 방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다. 기획 > 디자인 > 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로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기획 팀, 디자인 팀, 개발 팀으로 묶여 있다. (현재는 많은 회사들이 모든 직군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 방식도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원들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작업자들과 꼭 친해져야 한다. 프로젝트를 전체로 봤을 때 디자인은 중간에 끼여 있는 프로세스이다. 앞뒤 과정을 이어주는 중간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데 사실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기획자와 개발자와 밀접한 협력을 위해 많은 대화를 하며 많은 질문을 해야한다.

스타트업 : 물론 각기 다른 직군들 과의 협업은 기본 (대표님은 +a)

에이전시와 같이 기획과 개발과의 협업을 위해 팀원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은 기본.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도 이해해야 하며, 마케팅도 이해해야 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다양한 작업자들과의 협업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 협업들을 위해서는 스스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것들은 차근차근해 나가야 할 문제이나 스타트업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협업하게 되는 필수적인 사람이 있다. 바로 대표님. 우리 제품의 시초가 된 사람,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백그라운드와 그 속에서 세운 가치와 비전, 목표, 회사가 추구하는 모든 것들의 시작이 되는 사람인 대표님과 친해지면서 모든 정보들을 이해해 보자. 제품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내부 작업자로서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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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업무는 어디까지?

에이전시 : 집중해서 디자인을 파보자! 디자이너로서 자부심 뿜뿜 깊은 탐구 욕구 업.
에이전시는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면서 나를 빠르게 키워나가는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매번 새로운 작업들에 투입되면서, 매번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면서 나의 역량을 빠르게 키워나갈 수 있는 빠른 흐름을 가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돌아가고 새로운 기술 적용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고 멋진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자인에만 집중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도 커지고 디자인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탐구도 많이 하게 된다. 좋은 이미지를 포함한 좋은 프로젝트를 완성 시켰을 때의 뿌듯함으로 빠르고 고단한 에이전시의 흐름을 견딜 수 있다.


스타트업 : 집중해서 모든 일을 판다. 나에게 이런 면이?

스타트 업은 하나의 일에 집중해서 하기보다는 애자일한 방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모든 직군자들이 각자의 작업을 같이 의논하며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로 입사한 나도 디자인부터 마케팅, 개발 회의까지 모두 함께 하고 지금은 기획 작업까지 디자이너의 업무로 포함되어 진행 중이다. 디자인 작업 외에 다양한 작업을 하다 보니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그래서 더 공부해야 할 것들이 명확해진다. 디자인 외에는 내가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기획부터 참여하여 제품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꽤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둘 다 나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언제나 거기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에이전시와 스타트업에서 각각 짧다면 짧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비교되는 내 모습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디자인 피드백을 받을 때의 내 마음가짐인 것 같다. 에이전시에서 디자인만 작업할 때는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디자인 한 과정만 작업하다 보니 디자인과 내가 동일시되는 상황이 많았던 거 같다. 하지만 스타트 업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 참여하면서 디자인 피드백을 받을 때는 나에게 오는 피드백이 아닌 더 나은 제품을 위한 피드백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디자인 자체에 집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과정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에이전시와 스타트업 둘 다 나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언제나 거기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에이전시와 스타트업에서 각각 짧다면 짧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비교되는 내 모습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디자인 피드백을 받을 때의 내 마음가짐인 것 같다. 에이전시에서 디자인만 작업할 때는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디자인 한 과정만 작업하다 보니 디자인과 내가 동일시되는 상황이 많았던 거 같다. 하지만 스타트 업에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 참여하다보니 디자인 피드백을 받을 때 나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더 나은 제품을 위한 피드백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디자인은 개별의 작업이 아닌 공동의 작업중에 일부이다. 디자인 자체에 집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과정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스타트업은 처음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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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안녕하세요 :) Product Designer 이보미입니다. 서비스의 가치와 스토리를 프로덕트에 녹여, 사용자 경험으로 전달하는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 현재는 디자인 리드로, Delightroom에서 Alarmy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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