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 대학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제가 맨 처음 썼던 논문의 주제는 'Persona, 퍼소나'였습니다. 이 소논문의 주제는 디자인 방법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이 방법론이 자신이 그동안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Bad Case와 Good Case를 설명하고 각 케이스에서 얻은 시사점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퍼소나 방법론이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어떤 단계에 사용되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경험과 의견을 작성했었는데요, 이때 썼던 소논문의 내용을 좀 더 디벨롭해서 공유해보고자 브런치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Persona, When and Why?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시점에 왜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에서 퍼소나는 정말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사용되어왔고, 사용 시점과 목적에 따라 돌파구가 되어주었던 때도 있었고 오히려 혼란을 주기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각 프로젝트에서 퍼소나가 왜 사용되어야만 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퍼소나가 필요로 되었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었는지 등과 같은 '퍼소나 활용하기'에 관한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퍼소나 방법론이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사용해볼 수 있구나, 이러한 방식으로도 사용해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페르소나 방법론에 대한 제 의견을 적기 전에, 제가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교과서처럼 참고한 책인 '서비스 디자인 교과서'(마르크 스틱 도른, 야코프 슈나이더 외 지음)에서는 퍼소나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일반적으로 퍼소나 방법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는 퍼소나를 고객과 디자인팀이 프로젝트에서 활용하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보통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특정 그룹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된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퍼소나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지도, 섀도잉, 인터뷰와 같은 방법에서 얻은 통찰을 공통 관심사에 따라 분류한 뒤 이를 다시 하나의 캐릭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퍼소나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객 집단을 정형화하여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고객을 식별하기 쉽게 만들기 위함이고 디자이너들이 서비스가 목표로 하는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용자 그룹을 정의함으로써 해당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Why? 고객 집단을 정형화하여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고객을 식별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이 서비스의 사용자는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될 수 있나요?'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아웃풋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게 사용자 특징을 전달받았으나,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지는 공감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 해당 질문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퍼소나 방법론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퍼소나 방법론을 채택한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사용자 그룹을 현실감 있게 이해하고, 저희 측에서 예상한 사용자 그룹에게 공감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그룹을 대변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Personal 한 내용을 이야기 함으로써 우리가 제안한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고 저희가 제안한 서비스를 더 깊게 이해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습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퍼소나를 클라이언트에게 소개하는 맥락과 시점입니다. 이 케이스에서 퍼소나는 최종 보고 프레젠테이션 내 사용자 그룹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퍼소나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관한 디테일한 내용이 빠져있어 디자인 결과물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의문을 갖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추후 퍼소나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부가 설명을 덧붙인 뒤에 클라이언트 측은 사용자 그룹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When? 최종 보고 프레젠테이션
Why? 클라이언트가 사용자 그룹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공감과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 Suggestion 퍼소나 소개 이전에 어떤 프로세스로 퍼소나가 도출되었는지를 설명하면 상대방이 사용자 그룹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ex. User Typology)
퍼소나를 이해와 공감의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할 때 퍼소나의 탄생&제작 배경에 대한 설명을 부가적으로 해주면, 퍼소나에 타당성이 부여되어 사람들이 퍼소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보통의 케이스에서 퍼소나는 인터뷰를 기반으로 도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User Typology Map은 왜 해당 사용자 그룹이 퍼소나로 발전되었는지를 설명하기에 좋은 맵입니다. 인터뷰에서 도출된,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가져가는 키워드 4개(상반되는 2개의 세트)를 그리드에 배치하고, 이 축에 맞춰 진행했던 인터뷰 대상자를 분류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사용자의 특징을 고려하여 특정 그룹을 주요 사용자 그룹으로 선정하여 퍼소나로 디벨롭을 시켰다는 설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퍼소나 제작 배경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할 것인가요?
아마 이 방식이 가장 일반적으로 페르소나 방법론이 사용되는 방식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페르소나는 사용자 리서치 다음 단계에서 사용됩니다. 그 이유는 사용자 리서치 후에 얻어진 데이터가 방대하고 넓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사용자 그룹이 우선순위인지, 누구를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할지 선택에 기로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여 수집한 정보를 그루핑 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면 우리가 디자인하고자 하는 서비스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상황에 대해 어떤 사용자 그룹들이 있는지, 그들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각 그룹들을 특징을 반영한 퍼소나를 디벨롭하게 되면 이다음 단계에서 프로젝트 참여자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것이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끼리 사용자 그룹에 대해 간결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퍼소나가 되는 것이지요.
사용자에 대한 정리된 정보만 가지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는 것보다 퍼소나를 구축한 뒤 퍼소나를 중심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게 되면 더 수월하게 아이디에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그룹을 정형화했기 때문에 각 퍼소나의 목적, 동기, 니즈, 페인 포인트 등 구체화된 정보에 집중하여 아이디에이션을 하게 되면 더 구체적이고 퍼소나의 니즈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사용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When? 리서치 단계 → 퍼소나 제작 → 아이디에이션
Why? 사용자 그룹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 자료를 하나의 퍼소나로 디벨롭하면 프로젝트 참여자들끼리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Suggestion 퍼소나에 대한 정보를 아이디에이션 회의 장소에 항상 붙여놓으면, 회의가 다른 사용자를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퍼소나 입간판을 만들어서 회의실에 세워놓거나, 퍼소나를 위한 빈 의자를 마련해놓거나, 퍼소나에 대한 정보를 회의실 벽에 붙여놓고 아이디에이션 회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퍼소나의 입간판, 빈자리, 정보가 회의실 내에 계속 노출이 되면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퍼소나 이름}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어 처음에 의도했던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LCC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에도 퍼소나에 대한 정보는 항상 저희 팀이 회의하는 장소에 붙여져 있었으며, 보드에 아이디에이션을 할 때도 퍼소나의 이미지를 그려넣음으로써 이 서비스가 누구를 위한 것 인지 항상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를 실제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에 대해 명확하게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고민에 빠진 저희 팀에게 튜터가 다가와서는 '너네 퍼소나 만들어놨던 거 있지? 그 퍼소나가 이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를 한번 고민해봐!'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퍼소나를 서비스 기획단계에서만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던 저희에게 검증의 도구로서 다시 퍼소나를 가져오는 것은 새롭게 다가왔었습니다. 튜터의 조언을 받아들여 저희 팀은 기획한 서비스를 퍼소나가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비스가 잘 워킹하는지 검증하고, 어떤 부분을 디벨롭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When? 서비스 기획 → 리서치 단계에서 제작한 퍼소나 소환 → 퍼소나 시나리오 제작 → 서비스 검토 & 보완 & 개선 → 유저 테스팅
Why? 기획한 서비스를 사용자 입장에서 검토하여 서비스를 디벨롭하기 위해.
+ Suggestion 퍼소나 시나리오를 제작하면 퍼소나가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확인해볼 수 있어 전체적인 서비스 플로우를 검토할 수 있다.
검증의 도구로써 퍼소나를 사용할 때, 퍼소나 시나리오를 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퍼소나 시나리오는 그림과 글이 같이 표현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간이 없는 경우 도식화해서 그려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퍼소나 시나리오를 통해 사용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고, 서비스를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등 전체적인 서비스 플로우를 사용자 입장에서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퍼소나라면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을지, 어떤 기능을 추가로 원할지 등 서비스의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퍼소나를 통해 서비스 플로우를 검토하게 되면 이후 진행되는 프로토타입 제작과 유저 테스팅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미래의 상황을 묘사하는 수단으로써 퍼소나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퍼소나를 사용해본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퍼소나가 많이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퍼소나를 활용하는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을 접해본 경험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퍼소나가 상황을 묘사하는 수단으로써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때로 먼 미래의 서비스를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LCC에서의 마지막 팀 프로젝트는 2030년도 이후의 시민과 정부를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프로세스와는 많이 달랐는데요,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로부터 2030년도 미래의 시나리오를 전달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클라이언트 측에서 진행한 리서치와 워크숍을 바탕으로 2030년도의 미래의 상황을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인 측면에서 드라마 줄거리처럼 묘사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와 함께 3가지 타입의 퍼소나 역시 함께 전달되었는데요, 각각의 퍼소나들은 개인의 관점에서 미래의 세상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해볼 수 있었는데요, 개개인이 어떤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파악하여 시민 중심의 정부 서비스 디자인을 시작하기 위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When? 미래 시나리오 제작 → 각 시나리오별 퍼소나 제작 → 프로젝트 시
Why? 미래의 시나리오를 묘사하고, 구체화하여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시나리오에 대해 이해시키고,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 Suggestion 상황을 묘사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써 퍼소나를 사용할 때, The day in a life on persona 방식을 사용하여 퍼소나의 하루를 일기 형식으로 묘사하면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퍼소나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The day in a life on {persona's name}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퍼소나가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에 들 때까지의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묘사하는 방식인데요, 미래의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소설처럼 읽어보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매우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추후에 퍼소나를 기반으로 서비스 콘셉트에 대한 아이디에이션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는데요, 해당 퍼소나의 하루 일과에서 어떤 경험들이 강화되면 좋을지, 어떤 점들이 개선되면 좋을지를 단계별로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방식 말고도 퍼소나는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번 브런치에서는 제가 참여했었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퍼소나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이 도구의 특성 때문에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사용하기에도 어려운 방법론 같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퍼소나가 왜 필요한지, 왜 사용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이유를 고려해보지 않은 채 표면 복제를 하는 실수를 자주 범하기도 했었는데요, 프로젝트에서 퍼소나 방법론을 활용해보고자 할 때 왜 퍼소나를 사용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해보면서 사용하게 되면 이 방법론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잘 활용하여 프로젝트 진행 시에 아이디에이션의 툴로써, 사용자 입장에서 디자인 결정을 내릴 때, 서비스를 재검토하고자 할 때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참여하게 될 많은 프로젝트에서 퍼소나 방법론을 또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볼 수 있을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