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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RIOSITY 02 : 전통이라는 트렌드

케세라세라| 2021.02.16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로서 우리는 가끔 세계화라는 문제를 생각합니다. 범용성 높은 디자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보다 보편적인 아이디어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가치는 고유성과 변별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우리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글로벌화, 그리고 아이덴티티의 문제에 대해 멕시코의 핸드크래프트 공방 Enseres의 아티스트인 에스테파 바스케스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ENSERES,
Quality and the pride of the handmade.



 Enseres는 천연재료를 이용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핸드메이드 브랜드이다. 뜻밖에도 Enseres를 만든 것은 멕시코의 한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에스테파 바스케스로, 그녀는 가지고 있던 디지털 그래픽 툴을 손에서 놓고 연필과 종이로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표를 찾고자 했다.
 에스테파가 활동하는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강렬한 예술적 영향과 인상을 남긴 곳이자 지금도 다채로운 색상과 특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커다란 문화권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것은 그리 세련되지 않은, 소위 트렌디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식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핸드메이드 작업이 전통적 방식을 따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작업 방식은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전통대로 만들었다고 그 작품은 세련되지 못한 것이 되는가? 에스테파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전통이랑 멀어야 세련된 거라는 편견이 있죠.”


멕시코에는 malinchismo라는 표현이 있다.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온 물건, 혹은 향토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선호를 이르는 말인데, 우리말 중에서는 ‘사대주의’가 의미상 가장 가깝다. 에스테파는 과정process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번거롭고 고되더라도 그녀가 수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고, '과정'의 미덕이야말로 전통과 로컬성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Enseres의 창작활동은 사물의 기능을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특정한 소재나 기법에 대한 탐구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또 이따금씩 그 과정은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한 번 시발점에 불이 붙으면 눈과 손으로 함께 과정에 참가할 동료 공예가들과 함께 발상을 나누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질 높은 브랜드는 사려 깊은 관찰과 아낌없이 투자한 시간들,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에 일관성을 만드는 작업자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잘 만들어진 브랜드를 위해서는 모든 과정이 일관적이고, 세심하게 작업되어야 하고 패키지와 웹사이트 같은 부차적인 부분부터, 아이덴티티 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클라이언트의 경험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디자이너와 기획자, 공예가가 오랜 시간 같은 과정에 참여하면 그 작품만의 특별한 가치가 생긴다. 그 가치는 대량생산할 수도 없고, 두 번 다시 똑같이 만들 수도 없다. 전통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어 내려오지만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것들은 항상 유일하다는 아름다운 내러티브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보면 Enseres의 작업방식은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사대주의에 대한 반론에 가깝다.



 최근 시장에는 수제, 핸드메이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만이 투사할 수 있는 가치가 있으므로, 시간이 걸리고 값이 비싸도 좋으니 그만큼을 충분히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공장화된 제품과 디자인이 어떤 방법으로도(적어도 지금은) 구현할 수 없는 것이 이 가치라면, 세계화에 따른 평준화와 무의식적 사대주의에 전통성으로 맞서는 그녀의 사고방식은 몹시 타당하다. 우리는 항상 생산자이자, 취향에 대한 분명한 고집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로서 소비자가 무엇을 요구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보편성’과 ‘트렌디함’이 항상 그 양쪽에 있다.




*이 내용은 케세라세라 주식회사의 디자이너 안드레아 포사다(Andrea Posada)와 Enseres의 디자이너 에스테파 바스케스의 인터뷰 내용을 우리말로 다듬어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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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글로벌 브랜드 에이전시, 케세라세라가 브랜딩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민들,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따금씩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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